金 대표 사과로 일단락됐지만... 권력다툼 과정서 재발 가능성 다분
  • ▲ 29일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김무성 대표와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가 대화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29일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김무성 대표와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가 대화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을 뒤흔든 이른바 살생부 논란이 김무성 대표의 사과로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번 논란의 본질이 공천 국면에서의 권력 다툼이라는 점에서, 계파갈등 과정에서 논란이 재발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분석이다.

    당초 이번 논란은 지난달 25일 김무성 대표와 전 이화여대 교수인 K씨와의 만남이 시초였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정두언·유승민 의원 등 비박근혜계 의원들의 공천 배제를 원하는 당내 세력'에 대한 얘기를 나눴고, 이튿날 국회에서 정 의원을 만난 김 대표가 이 얘기를 다시 꺼낸 것이 문제가 됐다.

    김 대표는 당시 "정 의원에게 '찌라시(증권가 정보지)에 이름이 올랐던데 괜찮느냐'고 물은 것뿐"이라고 해명했만, 정 의원은 김 대표가 자신에게 살생부 명단 얘기를 분명히 언급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정두언 의원은 29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금요일(26일) 아침에 김무성 대표가 얘기 좀 하자고 해서 본회의장에 들어가서 한참을 얘기했다"며 "거기서 '공천 배제할 사람들이 40명 있다, 그런데 자기는 받아들일 수 없다, 끝끝내 그렇게 한다면 공천장에 도장을 안 찍고 버티겠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누군가로부터 비박계 공천 배제와 관련한 요구를 구체적으로 받았고, 이를 거부하기로 한 뒤 자신에게 "안심하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이번 살생부 논란에 대해 친박계는 '비박계의 자작극'이란 의혹을 제기했다. 친박계 좌장인 최경환 의원은 이날 "지금 파악된 상황으로만 본다면 김 대표의 자작극일 가능성이 크다. 당 대표라는 사람이 자작극을 만들어서 청와대와 우리(친박계)만 부도덕한 사람들인 양 만들었다"고 했다.

  • ▲ 29일 새누리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정두언 의원.ⓒ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29일 새누리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정두언 의원.ⓒ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반면 김 대표는 모사꾼에게 당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 측은 "김 대표가 누군가의 장난에 걸려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논란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누군가의 자작극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 적잖이 나온다. 정 의원이 자신을 살생부 피해자로 포장하며 몸값을 올리려는 속셈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형국이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정두언 의원이 김 대표를 팔아서 자기 장사를 하고 있다"는 분석을 제기하기도 했다.

    특히 살생부가 존재한다고 해도 실행할 길도 없다는 점도 자작극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부분이다. 새누리당은 2014년 '컷오프(공천 배제)' 제도를 없애 현역 의원을 40여 명을 물갈이하는 공천은 불가능한 상태다.

    설사 청와대가 물갈이 명단을 작성했다고 하더라도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이런 얘기를 비박계 김무성 대표에게 전달했겠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살생부 명단이 존재한다면 공천 칼자루를 쥔 친박계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에게 은밀하게 전달하면 될 일이 아니냐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 의원의 주장은 정치공학적 입장에서 따져보면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다"며 "이번 선거에서 유리한 극면을 차지하기 위해 청와대로부터 탄압받는 피해자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