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자지라·BBC·LAT 등 주요 외신, 이란 탄도 미사일 발사 보도하며 ‘위험’ 경고
  • 지난 9일 오전(현지시간) 이란 혁명수비대의 카드르 미사일 시험발사 장면.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사정권에 들어가는 중거리 탄도 미사일이다. ⓒ이란 관영TV 유튜브 채널 보도화면 캡쳐
    ▲ 지난 9일 오전(현지시간) 이란 혁명수비대의 카드르 미사일 시험발사 장면.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사정권에 들어가는 중거리 탄도 미사일이다. ⓒ이란 관영TV 유튜브 채널 보도화면 캡쳐

    2015년 7월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격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이뤄진 ‘이란 핵합의’. 당시 이란과 ‘핵합의’를 한 나라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 나라와 독일이었지만, 해당 협상을 실질적으로 이끈 나라는 미국이었다.

    당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이란으로부터 ‘위협’을 받던 나라들은 “이란은 핵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몰래 핵무기를 만들 것이며, 합의에 포함되지 않은 중장거리 탄도 미사일 개발은 계속 추진할 것”이라며 ‘핵합의’에 반대했다.

    당시 미국 협상 대표였던 존 케리 美국무장관과 버락 오바마 美대통령은 “이란이 주변국을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설득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오바마 정부의 ‘주장’이 틀렸다는 증거들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일 오전(현지시간), 이란 혁명수비대는 북부 알보르즈 산에서 중거리 탄도 미사일 ‘Qadr-H(카드르-H)’와 ‘Qadr-F’ 미사일을 각각 한 발 씩 시험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은 ‘알 자지라’ 등 주요 외신을 통해 전 세계로 퍼졌다.

    ‘알 자지라’ 등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는 중거리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 사실을 공개한 뒤 “해당 미사일에는 핵탄두가 탑재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고 한다. 탄도 미사일 발사는 ‘핵합의’를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이란 정부의 논리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LA타임스’ 등 일부 외신들은 이란 혁명수비대가 쏜 중거리 탄도 미사일의 사정거리가 각각 1,700km와 2,000km로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을 모두 사정권에 두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란 혁명수비대가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뒤 ‘이 미사일로 이스라엘을 쓸어버릴 것(Wiped off)’이라고 말했다”면서, 美정부 주도로 이란과 맺은 ‘핵합의’가 주변국을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탄도 미사일 개발은 막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 프리비컨’ 등 일부 안보 매체는 “미국이 탄도 미사일 개발과 관련해 독자적으로 시행 중인 대이란 제재의 수위를 더욱 높일 수도 있다”면서 지역 정세가 또 다시 긴장 국면에 빠질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다시 중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자, 오바마 정부와 민주당 측은 즉각 이란 정부를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에 따르면, 존 커비 美국무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9일(현지시간) 존 케리 美국무장관이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우려를 표명했다”는 소식을 전했다고 한다.

    美언론들은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前국무장관의 성명도 전했다. 힐러리는 “이란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이란이 지역적 불안정을 야기하는 것에 대해 우리가 왜 대응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면서 탄도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이란 정부를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오바마 정부 고위층의 이야기나 민주당 대선 후보의 이야기가 얼마나 설득력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2015년 7월 ‘이란 핵합의’를 하기 전까지 美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일각에서도 “이란을 믿을 수 없다”고 합의에 반대했고, 미국의 동맹인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오바마 대통령을 직접 비난하면서 “이란과의 합의는 1994년 ‘제네바 합의’의 재판(再版)이 될 것”이라며 반대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과 행정부 고위 관료들은 이 같은 반대를 무시하고, 이란과의 합의를 신속하게 추진, 성사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