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지지층 "여야 분리 조사하면서 역선택에 고스란히 노출된 것" 정면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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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얼미터 여론조사 자료화면

    선거 때마다 불거진 여론조사 역선택(逆選擇·Adverse Selection) 논란, 이번 4.13 총선도 예외는 아니었다.

    역선택은 정보의 불균형으로 인해 불리한 의사결정을 하는 상황을 말한다. 흔히 선거 정국에서 발생하는 역선택은 상대 후보를 지지하지 않음에도 지지를 한다고 표현하거나, 의도적으로 상대 후보 중 약자(弱者)를 지지한다고 거짓말을 해 자신이 밀고 있는 후보에 대한 경쟁력을 상대적으로 강화하는 등 여론조사를 왜곡하는 것을 뜻한다.

    4.13 총선을 앞두고 일부 지역에서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역선택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본선에 대비해 야당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후보가 새누리당에서 최종 공천을 받도록 전략적으로 여론조사 응답을 유도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논란은 한두 지역에 그치질 않는다. '공천 갈등'을 빚고 있는 새누리당을 겨냥한 듯 더불어민주당 소속 후보 측이 여권분열을 부추기기 위해 상대 측에 역선택을 유도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 최근 경선 과정에서 진행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여론조사까지 역선택의 함정에 빠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여여(與與) 갈등을 부추기기 위한 더불어민주당 측의 포석인 셈이다.

    지난 17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3월 정례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배신의 정치'로 낙인 찍힌 유승민 의원의 지지율이 크게 상승했다는 결과가 나와 여의도 정가가 크게 술렁였다.

    새누리당 공천에서 비박(非朴)계 의원들이 대거 탈락하고 유승민 의원의 공천 여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나온 여론조사 결과였다.

    당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여권 내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19.3%)가 13개월째 1위를 유지했지만, 김 대표 지지율은 전달보다 1.6%p 하락했다.

    반면 유승민 의원은 전달보다 2.2%p 상승한 18.7%로 김 대표에 0.6%p 차이로 따라붙었다. 3위는 11.1%를 기록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었다. 상당히 의아한 결과였다.

    유승민 의원의 지지율을 좀 더 자세히 뜯어보면 서울·경기·인천(수도권), 광주·전라(야당 우세지역), 20대·30대·40대 등 비(非)여권 지지층 사이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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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얼미터 여론조사 자료화면

     

    반면 새누리당 지지층으로부터는 김무성(34.8%), 오세훈 (21.0%), 김문수(6.7%), 홍준표(6.0%), 나경원(5.2%), 정몽준(4.5%), 남경필(4.4%)에 이어 8위권인 3.6%의 지지를 받았다.

    사실상 새누리당 내 하위주자로 꼽히는 유승민 의원이 야권 지지층의 지원사격을 받아 여권 2위 주자로 성큼 뛰어오른 것이다.

    이를 두고 여권 지지층 사이에선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여론조사는 여야 후보자를 묶어서 동시에 해야 상대 정당 지지자들에 의한 역선택을 방지할 수 있음에도, 여야를 분리해 조사함으로서 역선택에 고스란히 노출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야권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26.4%),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19.9%),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9.2%), 박원순 서울시장(8.6%), 안희정 충남지사(4.3%) 순으로 조사됐다.

    여야를 합쳐 조사하면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22.7%)가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16.5%), 오세훈 전 서울시장(10.8%),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10.6%), 박원순 서울시장(9.5%) 순이었다. 유승민 의원과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4.3%로 공동 6위였다.

    한 여권 관계자는 "리얼미터의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야당 지지자들의 역선택을 여론조사 결과로 합리화해 주기 위한 조작 의혹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리얼미터는 유승민 의원이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때 발생했던 국회법 파동에서도 '유승민 띄워주기' 의혹을 받은 바 있다"고 덧붙였다.

    리얼미터는 이번 조사를 3월 14일과 15일 이틀간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60%)와 유선전화(40%) 임의전화걸기(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했다고 했다. 응답률은 3.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이다. 이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해 기타 그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한 네티즌은 "채널A에 출연한 한 평론가가 리얼미터 여론조사의 맹점을 정확하게 지적한 것처럼 역선택의 문제를 바로잡지 못한다면 유권자들의 혼란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