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사용량만 엄격히 제한, 생활 속 실천은 불가"라는 지적도
  • 지난해 '물 2리터 1박 2일 캠프'에 참여한 학생들이 제공된 물로 세안을 하고 있다. ⓒ 서울시교육청
    ▲ 지난해 '물 2리터 1박 2일 캠프'에 참여한 학생들이 제공된 물로 세안을 하고 있다. ⓒ 서울시교육청


    한국이 '물부족국가'라는 주장은 꽤 오래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한국이 사막화가 진행되는 곳은 아니다. 그런데 조금은 황당한 '체험캠프'가 서울시 산하기관에서 열려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산하 학생교육원 대성리 교육원에서 '물 2리터(ℓ)로 1박 2일 캠프'를 진행한다고 15일 전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번 '물 체험 캠프'는 오는 12월까지 서울시 초·중·고 학생 1,6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서울시 교육청 산하기관이 진행하는 '물 캠프'의 목적은 학생들이 하루 동안 물 2ℓ로 생활하며 물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하고 인내심을 키워준다는 것.

    2015년 처음 시작해 올해로 시행 2년째를 맞은 체험 캠프로 서울시 학생교육원이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했다고 한다.

    캠프에 참가한 학생은 제공된 물 2ℓ로 이용해 직접 밥을 지어 식사를 해결한다. 세수, 샤워도 할 수 없다. 제공받은 물 2ℓ에는 식수도 포함돼 있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이 캠프에서 하루 동안 쓰는 물 2ℓ는 사람이 생활을 위해 하루 동안 마셔야 할 물 1.5ℓ를 조금 넘는다"면서 "취사나 마시는 물을 제외한 나머지 물을 티슈 등에 적셔 세안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캠프는 초등학교 5학년 환경 교과와 연계되는 프로그램"이라며 "캠프 대상에 초중고교생이 모두 포함된다. 환경 보전의 중요성을 일깨우고자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수자원 보호와 함께 동료와 협동해 물을 제한적으로 사용하면 협동심과 인내심도 기를 수 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서울시 교육청에 따르면, '물 체험 캠프'는 오는 12월까지 20번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3학년 등 이른바 '전환기 학년'과 '인성교육 희망 학급 및 동아리'를 대상으로 하며, 최대 40명이 참가할 수 있다고 한다.

    서울시 교육청은 "참가 학생들은 캠프에서 국궁, 양궁, 천마산 산행, 조난 체험 등도 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서울시 교육청 산하기관의 이 같은 체험 행사에 의아해하는 시선도 있다. 물 절약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준다는 취지는 좋지만, 한국이 무슨 북아프리카나 내몽골의 사막화 지역도 아닌데 하루에 2ℓ의 물로 먹고, 마시고, 씻는 것까지 모두 해결한다는 건 너무 극단적인 '체험 교육'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2ℓ의 물로 하루를 견딘다는 체험을 한 뒤에 집에 가서 쓰게 될 물이 오히려 훨씬 많을 것 같다"며 서울시 교육청의 '전시행정'이 아니냐는 비판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