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중국 군사력 증강에 위기감 느낀 美군부 로비도 영향…생산시설은 ‘보관 중’
  • F-22 랩터 전투기. ⓒ순정우 뉴데일리 기자
    ▲ F-22 랩터 전투기. ⓒ순정우 뉴데일리 기자


    대당 가격이 3,000억 원에 육박한다는 전투기, 지금까지 만들어진 전투기 중 최강, ‘천조국’조차도 200대를 만들지 못한 꿈의 전투기. 모두 F-22 랩터 스텔스 전투기를 가리키는 수식어다.

    2011년 12월 195대 째를 마지막으로 생산 라인을 폐쇄하고 해체한 F-22 랩터 전투기를 다시 부활시키려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디펜스 뉴스’ ‘밀리터리닷컴’ 등 美군사전문매체들은 “美하원이 공군에게 F-22 랩터 전투기의 생산을 재개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美군사전문매체들에 따르면, 美하원 군사위원회 산하 공지전술소위원회 위원장인 마이크 터너 의원(공화, 오하이오)이 데보라 리 제임스 美공군장관에게 F-22 랩터 전투기를 재생산하는데 드는 비용이 어느 정도인지, 타당성은 있는지 등을 연구해 제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이는 美정부가 ‘재정절벽’을 이유로, 2009년 로버트 게이츠 美국방장관에게 F-22 랩터의 생산을 중단하라고 말한 지 7년 만에 생긴 일이다. 미국은 현재 실전배치한 187대의 F-22 랩터를 생산하는데 모두 670억 달러(한화 약 76조 115억 원)을 쏟아 부었다.

    美군사전문매체들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한 뒤 美행정부는 187대의 F-22 랩터로도 세계의 제공권을 충분히 장악(Ruling)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2014년 이후 中공산당의 움직임과 북한의 핵무기 및 장거리 미사일 개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동 지역에서 테러조직 ‘대쉬(ISIS)’의 발호 등으로 ‘안보 수요’가 커지자 전직 장성들이 나서 “F-22 랩터의 재생산이 필요하다”며 로비 활동을 벌였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는 마이크 모슬리 前공군참모총장, 마이클 웨인 前공군 장관 등도 있었다고. 이들은 “지금 미국이 처한 안보 상황에다 미래에 닥칠 일들에 대비하려면, 새로운 스텔스 폭격기를 배치하거나 아니면 더 많은 F-22 랩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고 한다.

    美군사전문매체들은 “워싱턴의 국회의원들과 국방성 관료들 또한 급격히 발전하는 러시아와 중국의 공군력에 대해 경고했다”면서, F-22 랩터 재생산에 대한 ‘워싱턴의 합의’가 꽤 오랜 시간을 거친 것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드러난 러시아의 대공 요격 능력 또한 美정부에게 위기감을 줬을 것이라는 주장도 곁들였다.

  • 2015년 성남 서울비행장에서 시범비행을 위해 이륙하는 F-22 랩터 전투기. ⓒ정상윤 뉴데일리 기자
    ▲ 2015년 성남 서울비행장에서 시범비행을 위해 이륙하는 F-22 랩터 전투기. ⓒ정상윤 뉴데일리 기자


    美군사전문매체들의 지적처럼, 러시아는 저유가로 인한 재정압박에도 불구하고, 신형 보레이급 핵추진 전략잠수함, PAK-PA 스텔스 전투기 등 신형 무기 개발과 S-400 트라이엄프 지대공 미사일 배치 등 군사력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中공산당은 공식적으로 알려진 연 1,300억 달러의 국방비 외에도 인민해방군 산하 공기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까지 쏟아 부으며 스텔스 전투기, 신형 대륙간 탄도 미사일, 신형 방공 구축함 등을 개발, 배치하려 하고 있다. 일부 신형 폭격기와 전투기는 이미 남중국해 인공섬을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와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항공 전력이 해가 갈수록 급격히 줄어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공군, 동아시아 동맹국과는 매우 대조되는 모습이다.

    美군사전문매체들은 지적하지 않았지만, 美육해공군과 해병대의 항공 전력을 현대화할 F-35의 비용 상승 또한 美정부가 조바심을 내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당초 3,000대 이상을 갖추기로 했던 F-35 도입 대수가 큰 폭으로 줄어들었고, 납품 시기도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美하원 군사위원회 공지전술소위원회는 F-22 랩터 재생산 타당성 검토 보고서를 2017년 1월 1일 이전에 제출하라고 명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고서가 통과되도 실제 생산까지는 몇 년의 시간이 걸리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F-22 랩터는 다른 전투기와는 다른 절차를 거쳤기에 美의회가 서두른다면, 금방 재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2015년 성남 서울비행장에서 시범비행을 위해 이륙하는 F-22 랩터 전투기의 측면. ⓒ정상윤 뉴데일리 기자
    ▲ 2015년 성남 서울비행장에서 시범비행을 위해 이륙하는 F-22 랩터 전투기의 측면. ⓒ정상윤 뉴데일리 기자


    2011년 12월까지 美본토의 40여 개 주에 흩어져 있었던 F-22 랩터의 생산라인은 이후 모듈 형태로 분해돼 유사시 언제든 생산을 가동할 수 있도록 미국 모처에 진공 보관된 상태로 알려져 있다. 다만 당시 생산에 종사했던 4만여 명의 근로자들이 이제는 다른 직업을 갖고 있거나 하는 등의 문제로 몇 달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또 다른,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美의회가 F-22 랩터의 해외수출을 금지한 시한이 2016년 12월 말이다. 어쩌면 美정부는 ‘재정절벽’을 타개하는 동시에 ‘믿을 수 있는 동맹국’에 한해 F-22 랩터의 ‘완제품 수출’ 정도는 허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美정부가 F-22 랩터의 재생산을 시작하기로 결정하고, 해외수출은 계속 금지한다면, 생산 목표량은 이미 실전배치 된 187대를 합쳐 400여 대 내외가 될 가능성도 있다. 美공군이 ‘재정절벽’이 닥치기 전에 배치하려 했던 대수가 381대였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F-22 랩터의 재생산이 실제로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을 내놓는다. 생산 비용은 예전보다 더 높아졌을 것이고, 또한 러시아, 중국 등이 스텔스 전투기를 잡는다는 ‘패시브 레이더’를 실전배치 한데다 스텔스 전투기를 자체 개발 중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F-22가 갖는 ‘우월성’이 10년 이상 이어지기 어렵다는 평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쨌든 美의회의 ‘F-22 랩터 재생산 타당성 검토’ 소식은 세계 최강 전투기의 부활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 2015년 서울비행장 활주로에 주기돼 있는 F-22 랩터. ⓒ정상윤 뉴데일리 기자
    ▲ 2015년 서울비행장 활주로에 주기돼 있는 F-22 랩터. ⓒ정상윤 뉴데일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