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3 총선의 위험한 선택 

    최 응 표 /뉴데일리 고문 (뉴욕에서)

  • 함석헌 옹은 1958년 ‘思想界’ 8월호에 사회적 부조리와 정치적 부조리에 분노할 줄 모르는 국민을 향해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며 죽어있는 국민의 정신을 향해 깨어나라고 했다. 

    그는 모든 역사적 현실은 자신이 택한 것이라고 말하며, “우리의 근본결점 중에서 가장 심한 결점은 ‘생각의 간난(가난함, 곤궁함)’이라고 했다. 이렇게 생각 없는 국민(생각하지 않는 국민)을 힐책한 그는 국민이 깨어있어야 나라가 산다’고 일러주었다. 

    그가 ‘精神’이라는 시대적 가치를 부르짖으며 ‘국민아, 깨어나라’고 절규하던 1950년대는 6.25전쟁으로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최악의 빈곤과 갈등을 겪던 혼돈의 시대였다. 

    하지만 국민소득 2만 불 시대에서 富와 自由를 만끽하면서도 정신이 썩어있는 오늘에 비해, 그래도 정신은 순수했고, 진실이 무엇이며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 가를 아는 良心의 시대였다. 

    비록 정치는 썩었어도 정신만은 그랬고 정직했다. 4.19도 바로 그런 정신적 토양에서 싹 튼 것이다. 죽은 정신에 무슨 알맹이가 있고 생명이 있고 미래가 있겠는가. 저항시인 신동협이 ‘껍데기는 가라’고 절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외침일 꺼다 

     살아있는 정신, 정신의 위대함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람이 바로 레이건 대통령이다. “나는 결코 위대한 사람이 아니고 단지 위대한 생각에 충실한 사람이다.” 레이건의 말이다.

    그렇다. 그 ‘위대한 생각’에 충실한 결과가 세계 공산주의의 종말을 가져왔고, 그에 따라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역사의 종언’을 선언할 수 있었다.

    우리 속담에 ‘홧김에 서방질 한다’는 말이 있다. 이번 4.13 총선이 그런 선거였다. 다시 말해 분노한 국민이 ‘홧김’’에 생각 없는 투표를 해 선거사상 가장 ‘위험한 선택’을 했다는 말이다. 

    이번 4.13 총선처럼 국가안보가 실종된 선거는 없었다. 국가안보와 민생은 금배지 싸움에 밀려 시궁창에 처박혀지고, 양아치 세계에서도 볼 수 없는 한(恨)풀이와 분풀이가 판을 친 막장 드라마였다. 그것도 구역 질 나는 저질 드라마였다.

    “민의를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하도 들어서 귀가 따갑다. 정말 역겹다. 아마 이 지겨운 말이 사라지는 날이 바로 대한민국이 제자리를 찾는 날이 될 것이다. 

    함석헌 옹이 말하는 생각하는 국민의 선택은 이번 총선이 가져온 그런 ‘정신 나간 선택’이 아니다. 국가안보와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홧김에 서방질’하듯 아무렇게나 해버린 선거결과를 어떻게 ‘현명한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나. 

    어느 당의 선거공약을 뜯어봐도 국가안보와 북核을 제1의 공약으로 내 건 정당은 물론 국가안보와 북核을 정치이슈로 내건 후보도 없었다. 지금 대한민국이 태평성대를 살고 있는가? 현실은 6.25 이후 안팎으로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실정이다. . 

    ‘문제는 경제야’를 말하기 전에 ‘문제는 국가안보와 북核이야’가 모두의 화두가 됐어야 했다. 특히 한국경제는 안보를 먹고 자란다. 우리 경제발전은 한미동맹이라는 튼튼한 안보울타리가 바람막이를 철저하게 해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큰 시련은 큰 교훈을 가져다준다고 했는데, 이번 4.13 총선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아닌 것 같다. 19대 국회에서 운동권 출신과 친북 좌파의원들의 꼼수정치에 얼마나 큰 시련을 겪었는가. 

    20대 국회서도 마찬가지다. 문재인이 이석기 세력을 다시 국회로 끌어들였는가 하면,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폐지, 북한 핵문제 및 체제 옹호, 북한인권법 제정 반대, 천안함 폭침 북한소행 부인, 5.24조치 해제, 평화협정 체결, 국정원 해체, 제주 해군기지 반대, 테러방지법 및 사이버테러방지법 반대세력들에게 그대로 금배지를 달아주었다. (자유민주연구원의 20대 국회 당선자 성향분석 참조) 

    정치 쓰레기들의 배신행위와 일탈행위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대한민국의 국익보다는 북한의 불이익방지에 더 열을 올리는 세력에게 금배지를 달아주는 행위는 성숙된 국민이 취할 자세가 아니다. 위험한 선택은 국가의 위기를 부른다.

    저들의 색깔 짙은 금배지의 행패로 19대국회에서 무엇하나 제대로 이루어진 것이 있는가. 국가발전 동력은 여기서 올 스톱상태다. 이런 묻지 마 식 북한 감싸기 세력에게 다시 국회를 맡겨서 어쩌자는 것인가.

    저들은 벌써 개성공단 재가동과 테러방지법과 국정교과서 폐지 등을 주장하며 국회선진화법도 고치겠단다. 누구를 위해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고, 테러방지법과 국정교과서를 폐지하겠다는 것인가? 

    국회선진화법을 고치겠다는 속셈은 앞으로 국회를 다수당이 된 저들 마음대로 요리하겠다는 것, 다시 말해 친북 좌경 국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19대 국회에서 저들의 꼼수로 여당과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경험에 비추어 선수를 치겠다는 김대중 식 전략이다. 

    나는 이번 총선 결과를 ‘진정한 국민의 뜻’이라거나 ‘국민의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정현 의원이 새누리당 최고회의 결정이 케세라세라 식이였다고 말한 것처럼, 홧김에 생각 없이 한 표 던진 케세라세라 식의 선거결과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국민을 모독한다고 말할지 모르나, 진정으로 국가안보와 국가미래를 위한 선거였다면 그런 위험한 선택을 할 수가 없다. 결과적으로 이번 선거의 최대 수혜자는 친북 좌경세력과 북한이다. 

    테러방지법은 국제테러와 북한의 테러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안보차원의 문제다. 그런데 저들은 밤낮 10일을 새워가며 반대투쟁을 벌였다. 결국 여론에 떠밀려 손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북한에 대해 미안하고 분통이 터졌던 모양이다. 

    20대 국회 주도세력이 된 사람들은 스스로 폐족(廢族=조상이 형을 받고 죽어서 그 자손이 벼슬을 할 수 없게 된 자들)임을 선언했던 사람들이다. 한마디로 북한 후원자 역할과 대변자 노릇에 충실하다 폐족이 된 집단이다. 

    그런데도 한 가닥 기대를 걸어보는 것은, 본바탕은 그렇지만 돌연변이(突然變異)란 게 있다. 그래서 역사의 핸들이 잘못 돌아가다가도 어느 순간 생각지 않게 제자리로 돌아가는 회귀성(回歸性) 때문에 역사는 여전히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비록 폐족 집단이긴 하지만, 엄연히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다. 그리고 조선 인민공화국 인민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이다. 금배지의 권력과 책임을 국가 반역행위의 도구로 이용할 수는 없는 것이다. 

    여기까지 어떻게 발전해온 나란데 여기서 멈춰 서게 해서야 쓰겠는가. 그래도 대한민국 구회의원 아닌가. 다시 폐족의 굴레를 쓰지 않기를 바라며, 금배지에 담긴 깊은 의미가 무엇인지를 고민하며 행동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위험한 선택을 한 국민인들 마음이 편하겠는가. 어쩌면 대통령과 여당의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일지도 모른다.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대통령과 집권 여당에 있다. 여기서 개과천선(改過遷善) 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친박, 진박, 비박을 위한 대한민국이 아니다. 그렇게 호된 심판을 받고도 진흙탕 싸움을 계속하는 친박, 진박, 비박, 이들이 진짜 배신의 정치의 주인공들이다.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라는 말 더는 하지마라. 그러다 날 새면 진짜 한 방에 훅 갈 수가 있다. 

    침박, 진박, 비박이 한 방에 훅 가는 거야 무슨 상관이겠냐 만, 나라가 훅 가게 되는 것, 그것이 문제라서 국민이 저들에게 호된 심판을 내린 것이다.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자. 건국주역들의 건국정신으로 돌아가자. 하면 된다는 정신으로 민족의 저주처럼 이어져 오던 지긋지긋한 가난을 극복한 근면과 극기정신으로 돌아가자. 대한민국의 위대한 역사를 이어가는 길에 너와 내가 어디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