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共和, 2017 天下三分之計를 이끌다" 윤평중 칼럼, 버젓이 지면에 실은 까닭은?
  • <조선일보> 토론마당이 시끌벅적하다.


    4.13 총선 이후 여야(與野) 각 계파와 대통령에 대한 비난이 난무한다.
    글들을 주욱 훑어보고 있으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대한민국 최고의 언론권력'이라고 불리는 <조선일보> 역시 도마에 올라 있다.

    "조선일보가 망친 국회정치"

    "조선일보는 한겨레신문의 자매지" 

    "선거는 조선일보와 티비조선이 다 망쳤다"

    "조선일보가 청와대를 공격하는 이유나 알자"


    실제 토론마당에 올라와 있는 글의 제목이다.
    이른바 진보 성향의 네티즌은 물론, 보수 진영도 <조선일보>를 향해 맹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우파(右派) 대표신문이었던 <조선일보>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 22일, <조선일보> 오피니언면에 한 칼럼이 실리자, 조선닷컴(인터넷판) 해당 기사란에 비난 댓글이 줄줄이 달리기 시작했다.

    오프라인 상에서 나오는 비난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 ▲ 22일자 조선일보 윤평중 칼럼
    ▲ 22일자 조선일보 윤평중 칼럼


     
    '[윤평중 칼럼] 共和(공화), 2017 天下三分之計(천하삼분지계)를 이끌다'는 제목의 윤평중 한신대 교수의 글이었다.

    윤평중 교수는 이 칼럼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차기 유력 대권주자라고 치켜세웠다.

    "문재인 전 대표는 원내 제1당인 더민주 최대 주주이자 대선 주자 선호도 1위다.
    더민주의 수도권 압승과 전국 정당화에 더해 호남만 끌어당긴다면 대선 승리가 코앞이라고 그는 확신하고 있다.
    정직한 '정치인 문재인'의 상징 자산에 카리스마가 더해진다면 대권을 향한 문재인의 기세는 하늘을 찌르게 된다.

    게다가 그는 한 개인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살려야 한다'고 믿는 진보 진영의 여망까지 업고 있다.
    결국 문재인은 2017 대선에서 끝까지 뛸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를 '정직한 정치인'이라고 단정한 윤평중 교수.

    해당 내용을 접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차갑다 못해 냉소적이었다.

    <조선일보>는 최근까지 '박근혜 때리기'에 열중해 왔다.
    비박(非朴) 진영의 좌장격인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두둔하며 거듭 청와대와 각을 세워왔다.

    그랬던 <조선일보>가 급기야 친노(親盧) 세력의 우두머리인 문재인 전 대표를 응원하기에 이르렀다.
    '종북 숙주'라는 별명을 달고 있는 친노 세력을 겨냥해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내던 예전 모습은 이젠 찾아보기 어렵다.

  • ▲ 총선을 나흘 앞둔 지난 9일 전북 정읍시를 방문해 유세를 벌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뉴데일리
    ▲ 총선을 나흘 앞둔 지난 9일 전북 정읍시를 방문해 유세를 벌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뉴데일리

     

    윤평중 교수는 2017 대선 화두는 '공화'가 될 게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여야의 수많은 잠룡(潛龍)이 승천을 준비 중이지만, 다음 대선이 '3파전으로 진행될 것을 전제'하겠다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말이 흥미롭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공화(共和)'의 어원을 언급했다.

    "공화는 기원전 841년 폭군이던 서주(西周)의 여왕(厲王)이 쫓겨난 후 민중의 뜨거운 지지로 공의 제후(共伯) 화(和)가 왕 역할을 대신한 데서 나온 말이다.
    고대 로마인들도 왕을 축출한 후 자신들의 나라를 왕의 사유물이 아니라 '공공의 것'이라는 뜻에서 'res publica'라 불렀다.
    오늘날 공화국(republic)의 어원(語源)이다."

    사실 '공화(共和)'의 유래를 두고 여러가지 설(說)이 많다.
    윤평중 교수의 주장과는 달리, 공화의 유래를 이렇다하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서주의 여왕이 쫒겨난 후 14년간 재상인 주공과 소공이 화합해서 나라를 다스렸는데, 이것이 공화(共和)의 유래라는 설. 공백화(共伯和) 곧, 공나라의 백작이었던 '화'라는 사람이 제후들의 추대를 받아 섭정을 한 시기를 공화(共和)라고 부르면서 유래가 됐다는 설도 있다.

    '공화(共和)'의 유래경위야 어쨌든, 윤평중 교수는 '공화'라는 듣기 좋은 개념으로 위장막을 친 뒤 그 아래 슬쩍 자신의 속내를 끼워 넣었다.

     

  • ▲ 북한의 세습 김씨왕조. ⓒ뉴시스
    ▲ 북한의 세습 김씨왕조. ⓒ뉴시스

     

    '정직한 정치인'이 문재인 전 대표의 상징적 자산이다?

    윤평중 교수가 무슨 근거로 문재인 전 대표를 정직한 정치인이라고 단정 지었는지에 대해 의문이 가시질 않는다.

    '허언증 환자'라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로 수없이 말을 바꿔온 문재인 전 대표다.
    '그때 그때 달라요'란 말이 어울릴 정도로, 대형 이슈가 터질 때마다 식언(食言) 논란을 자초한 문재인 전 대표가 정직한 정치인이라니, 쉬이 납득이 가질 않는다.

     
    '남이하면 불륜, 내가하면 로맨스'란 친노(親盧) 특유의 DNA를 가진 문재인 전 대표와 정권 초기부터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서만 유독 시니컬하게 군 <조선일보> 사이에서 무슨 공감대가 만들어 졌는지 궁금증만 더해간다.

    <관련 기사>

    문재인 말바꾸기 흑역사, '국민을 물로 보나?'
    http://www.newdaily.co.kr/news/article.html?no=308849

     

    윤평중 교수는 문재인 전 대표의 강력한 잠재적 경쟁자로 꼽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반기문은 안 된다'고 아예 싹을 자르고 있다.

    "새누리당은 뜬구름 같은 선거 구도에 집착할 게 아니라 최상 후보를 내세워 정면 대결하는 방법밖에 없다.
    하지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민심을 잃은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이 그를 선호한다는 시중의 시선이 오히려 치명적이다.
    결국 새누리당 후보는 당내 잠룡들 몫이 될 것이다."


    '가능성'을 거론하긴 했지만 여전히 단정적인 어투다.
    그렇게 단정을 하는 근거는 오직 박근혜 대통령이 선호하기 때문이란 검증되지 않은 자신의 주장뿐.

    그리고는 윤평중 교수는 반기문 사무총장을 제외한 채, 새누리당 내 잠룡들만 대권에 올려두고 선거를 전망했다.

    문재인 전 대표로선 가장 버거운 '반기문 카드'의 싹을 자르고, 상대하기에 만만한 여당 후보를 세우기 위한 노골적인 포석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도 쌀 지경이다.

     

  • ▲ 북한의 세습 김씨왕조. ⓒ뉴시스

     

    윤평중 교수의 문제의 글이 실리기 얼마 전, 양상훈 <조선일보> 논설주간은 '문재인은 왜 정계은퇴를 하지 않냐'며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광주시민 여러분,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두시겠다면 저는 미련없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습니다.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습니다.
    호남의 정신을 담지 못하는 야당 후보는 이미 그 자격을 상실한 것과 같습니다.
    저는 저에 대한 심판조차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겠습니다."

    국민과의 약속을 또 다시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 양상훈 논설주간은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으로서 정말 말도 안 되는 선언을 하더니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면서 뒤로 숨으려 한다"고 정면에서 칼을 들이댔다.
    문재인 전 대표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표가 "호남 민심이 저를 버린 것인지는 더 겸허하게 노력하면서 기다리겠다"고 말을 바꿨기 때문이다.

    이런 양상훈 논설주간의 따가운 비판에 문재인 전 대표측의 항의가 거셀 수도 있었을 것이다.

    윤평중 교수의 당근으로 달래겠다는 심산일까?
    <조선일보>가 기계적 균형 맞추기를 노렸다면, 정말 비겁해도 한참 비겁한 편집일 수밖에 없다.

    국민과의 약속을 어긴 문재인 전 대표를 <조선일보>가 그리도 중히 여긴다면 당근보다는 채찍질이 필요한 타이밍이다. 

    호남은 여전히 문재인 전 대표를 용서하지 않았다.
    총선 결과는 사실상 호남 민심이 문재인 전 대표를 불신임한 것으로 귀결됐다.
    호남 민심이 문재인 전 대표가 상징하고 있는 친노(親盧)의 패권주의를 심판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전 대표가 당장 대국민 사과를 해도 모자랄 형국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전 대표를 '정직한 정치인'이라고 떠받드는 윤평중 교수의 글을 가감 없이 싣는 <조선일보>의 편집방침은 무엇일까?

    원내 제1당으로 올라선 더불어민주당의 실질적 주인인 문재인 전 대표에게 추파를 던지며 보험을 들려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