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권과 각종 단체들, 필요할 때만 탈북자 이용해 먹으려 해"
  • 2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제13회 북한자유주간 행사의 하나로서 '탈북민 대토론회'가 열렸다. ⓒ뉴데일리
    ▲ 2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제13회 북한자유주간 행사의 하나로서 '탈북민 대토론회'가 열렸다. ⓒ뉴데일리

     

    현재 탈북자 수는 3만 명에 육박한다.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한국 사회의 냉정한 시선 때문에 스스로의 신분을 숨기고 사는 일이 많다. 하지만 세계 북한인권운동단체들은 탈북자들을 전혀 다른 시선으로 본다.

    지난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는 제13회 북한 자유주간을 맞아, 각기 다른 시기와 다른 사정으로 대한민국에 와서 살게 된, 탈북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제2차 탈북민 대토론회'를 열었다.

    '북한정권 붕괴 후 탈북민들의 역할'의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러 탈북자들이 자신들이 생각하는 통일 과정과 통일 후 탈북민들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외교관 출신 탈북자인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 부원장은 통일 되기 전 탈북자의 역할로 "대한민국에 대한 적개심을 줄이는 매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영환 부원장은 "우선 탈북자들이 한국 사회에서 정착에 성공하고 북한 주민들의 귀감이 되어야 하며, 북한 동포들을 계몽하고 대한민국에 대한 적개심을 동경심으로 바뀌도록 만드는 활동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고영환 부원장은 "우리는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이 있다"면서 "우리는 북한 내 인맥 등을 활용하여, 북한 주민들에게 대한민국 친화 및 계몽 활동을 거듭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에 온지 25년이 됐다고 밝힌 고영환 부원장은 "그동안 우리는 여러 (탈북자) 단체와 정치권에 기대어 왔는데, 그들은 필요할 때만 우리를 쓰고 필요하지 않으면 우리를 버렸다"면서 "여야 정치권이 우리를 도와주리라는 환상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부원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부원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고영환 부원장은 "일부 정치권은 가만히 있어도 자신들을 지지할 것이라 생각하고 우리를 무시하고 있으며, 일부 세력은 탈북자라고 하면 경원시 한다"며 "이렇게 된 데에는 사실 우리 탈북자들의 잘못도 많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우리는 한국 정치권끼리의 권력 다툼에 끼어들 이유가 없다"며 "탈북민들의 어려운 사정을 이용해 정치 활동을 시키려는 사람들 손에 놀아나서는 안된다. 국내 정치 세력에 이용당하면 우리 처지는 점점 나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영환 부원장은 통일 이후에는 탈북자들이 나서서 할 일이 너무나 많다면서, 통일 이후 탈북자들의 역할을 재차 강조하며 김정은 독재 체제가 붕괴하면, 북한 재건사업의 주인공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물리적 통일은 우리 없이도 가능할 수 있으나 남북한 간의 화학적 결합은 탈북자들이 제 역할을 할때 가능하다"면서 "우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물리적 통일을 하더라도 내전이나 권력 다툼 등의 혼란 사태를 겪을 것"이라고 자신의 의견을 드러냈다.

    이어 나온 최주활 탈북자 동지회 회장은 "탈북민은 수령독재와 자유민주주의를 동시에 경험한 소중한 자산"이라며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로의 통일 이후 북한 주민들을 체제에 맞게 교육시키고 그 가치를 심어주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이애란 자유통일문화원 원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이애란 자유통일문화원 원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탈북 여성박사 1호로 유명한 이애란 자유통일문화원 원장은 "우리가 북한과 통일을 하려는 이유로, 북한의 지하자원이나 값싼 노동력을 이유로 드는 사람이 있다"며 "그런 주장은 북한 주민들로 하여금 대한민국이 북한을 약탈하려는 것으로 비칠수 있다"고 우려했다.

    허광일 북한민주화위원회 운영위원장은 3만 탈북민들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성공적인 정착을 하는 것이 통일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광일 운영위원장은 "우리는(탈북자 사이에서) 갈등을 조장하려는 그 어떤 세력에게도 이용되지 말고 회유에 농락당하지 말아야 한다"며 "우리가 서로를 보듬어 한국 사회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해야 통일 이후 북한 재건사업의 주역으로 우뚝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과거 탈북자들이 대한민국에 와서 햇볕정책을 포함한 대북지원을 중단하라고 줄곧 주장했어도, 쓸데 없이 엄청난 양의 쌀과 현금을 줘서 다 무너져가는 북한 정권을 유지시켰다"면서 "오늘날의 북핵과 미사일은 탈북자의 말을 듣지 않은 대한민국 정부 탓"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강철환 대표는 김정은 정권의 빠른 붕괴를 위해서는 ▲북중 국경을 흔들어서 탈북자들을 대량 유출하게 할 것 ▲모든 수단을 이용해서 북한주민들에게 정보를 확산 시킬 것 ▲개성공단식의 북한쪽의 편의를 봐주는 쪽이 아닌,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경제 원칙에 따라, 남북경협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 나온 탈북자 단체 대표들의 이야기는 다양한 범위와 깊이에서 오고 갔지만, 가장 공통적인 주제는 탈북자들이 한국 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것, 그리고 남북 통일은 정치적 통일이나 물리적인 통일이 아닌, '화학적 결합'을 전제로 한 '자유통일이어야 한다는 것, 이 '자유통일'을 위해, 통일 이후 북한 주민들을 번영하게 만들기 위해 탈북자 스스로가 노력하자는 다짐이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탈북자들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토론회가 끝난 뒤에는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와 안부를 물으며, 북한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