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국회 방문서 박지원과 가장 오랜 시간 회동해… '협치' 신호탄
  • ▲ 국민의당 박지원 차기 원내대표가 29일 자신의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를 맞이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박지원 차기 원내대표가 29일 자신의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를 맞이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정청(政靑)과 제3당 간의 '밀당'이 가시화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차기)에게 난(蘭)을 보낸 날, 정부에서는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박지원 원내대표를 찾았다.

    청와대 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제3당과 소통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한 협치가 구체화되는 모습이라는 평이다.

    유일호 부총리는 29일 오전 의원회관에 있는 박지원 원내대표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그는 박지원 원내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원내대표에 취임해서 처음 인사드리러…"라고 말문을 열다가 곧 "부탁 말씀을 드리러 왔다"고 한껏 몸을 낮췄다.

    자세를 낮춘 것과는 별개로 '협조 요청'을 담은 메시지는 구체적이었다. 유일호 부총리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법안을 좀 통과시켜달라"며 규제프리존특별법·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노동4법·관세법·자본시장법의 5개 법안을 열거했다.

    유일호 부총리를 맞이한 박지원 원내대표는 "선친(유치송 전 민주한국당 총재)이 야당에서 총재를 오랫동안 해서 유일호 부총리의 DNA에도 야당의 피가 흐르고 있을 것"이라며 "정부에서 일하고 있지만 누구보다 야당을 잘 이해해주리라 믿는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도 노련하게 냉온(冷溫) 양면으로 해석될 수 있는 답을 내놓는 것을 잊지 않았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성공해야 나라가 살고, 대통령이 실패하면 나라가 죽는다"며 "어떠한 경우에도 당리당략적으로 하지 않고,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서 돌팔매를 맞더라도 할 것은 하겠다"고 일면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반면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 때의 일을 끄집어내며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외촉법을 통해 외자를 울산과 여수에 유치한다고 박근혜 대통령, 최경환 원내대표가 하도 부탁해서 우리 당이 다 반대했지만 내가 국회에서 주도적으로 통과시켰지 않느냐"고 운을 떼자, 이를 듣고 있던 유일호 부총리는 무슨 말을 하려는지 직감한 듯 긴장된 어조로 "기억하고 있다"고 답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울산에는 투자가 이뤄지고 여수는 끼워넣기라는 의혹이 있었는데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그게 사실로 됐다"며 "정부가 좀 정직하게 해달라"고 꼬집었다.

    이에 유일호 부총리는 "주요 정책을 추진하게 될 때는 아주 솔직하고 투명하게 설명드리겠다"고 말했고, 박지원 원내대표는 "5개 법안에 대해서는 구동존이하는 자세로 쉬운 것부터 먼저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유일호 부총리도 누그러진 분위기를 놓치지 않고 "쉬운 것 뿐만 아니라 어려운 것도 좀 해달라"고 요청해, 좌중에는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유일호 부총리가 친정인 새누리당은 물론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보다 제3당인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와의 만남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며 "대통령의 난(蘭) 선물까지 염두에 두면, 청와대와 정부가 국민의당과 협치에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신호로 보인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