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애 효과 덕분? 범(凡)친박 정진석 '4선 고지' 밟아친박 서청원·최경환 앞세워 '우회지원'..결국 '朴心'대로

  • '범(凡)친박계'로 분류되는 정진석 의원이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광림 정책위의장 후보와 러닝메이트를 이룬 정진석 의원은 지난 3일 새누리당 20대 당선인 총회에서 전체 119표 중 69표를 얻어 압도적인 표차로 새누리당의 새 원내사령탑 자리에 올랐다.

    새누리당 20대 국회 당선자 122명 중 '친박(親朴)계'로 분류된 의원 숫자가 '최소 70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친박 의원들이 몰표를 던진 것이나 다름없다. 아이러니한 점은 '누가 봐도' 친박계인 유기준 의원이 고작 7표를 얻는데 그쳐, '친박 세력'으로부터 철저히 배척을 당한 결과가 나왔다는 점이다.

    사실 이같은 결과는 지난주 최경환 의원이 "유기준 의원은 친박 단일 후보가 아니"라고 못을 박고, 친박계의 좌장격인 서청원 최고위원과 옛 '친이(親李)계' 의원들이 정진석 의원을 물밑 지원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어느 정도 예견된 바 있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계파 융합'이 시급한 이때, 총선 책임론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계파색이 옅은 정 의원이 차기 원내대표 적임자로 최선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청와대의 의중'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과거와 뚜렷한 차별성을 띠고 있다.

    총선 참패 책임론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할 경우 자칫 '당내 간섭'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에, 청와대와 새누리당 모두 '자중자애(自重自愛)'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경선 과정에서 서청원 최고위원이 몸소 움직이고, 최경환 의원이 '대놓고' 유 의원 앞을 막아섰다는 것은 '박심(朴心)'의 재가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시각도 있다. 공개적으로 중립을 표방하는 정진석 의원을 낙점한 인물은 다른 아닌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얘기.

    실제로 '탈계파'를 주창하면서도 박 대통령과 남다른 인연을 갖고 있는 정진석 원내대표는 당·청간 긴밀한 소통을 형성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인사로 손꼽힌다. 박정희 정부에서 내무부 차관을 지낸 정석모 전 의원을 부친으로 둔 정 원내대표는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을 맡아 당·청간 가교 역할을 한 경험을 갖고 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의원과의 '첫 만남'을 주선한 인물도 바로 정 원내대표였다는 후문이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선 정진석 의원의 원내대표 선출을 두고 "7할은 '朴통'의 공, 나머지 3할은 이영애의 공"이라는 우스갯 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정 원내대표의 당선을 돕기 위해 한류스타 이영애가 발벗고 나선 사실을 가리켜 정 의원의 4선은 이영애가 돕고, 원내대표 입성은 '박심(朴心)'이 도왔다는 '반농담'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

    한 정치권 인사는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지난 총선에서 소위 '이영해 효과'를 톡톡히 본 당선자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안다"며 "물론 정진석 의원도 해당 지역에서 입지가 탄탄한 분이었지만 명망 높은 이영애씨의 '공개 지지'가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영애의 남편 정호영씨의 삼촌으로 알려져 있다.

  • ▲ 정진석 새누리당 의원이 4월 11일 공주 산성시장 앞에서 배우 이영애, 원로 영화배우 문희씨와 함께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정진석 새누리당 의원이 4월 11일 공주 산성시장 앞에서 배우 이영애, 원로 영화배우 문희씨와 함께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