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히 원구성 시나리오 검토하며 主攻 포인트 점검할 듯
  •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간만에 숨을 고르며 차분히 정국을 구상할 수 있는 시간을 얻었다. 8일까지 계속될 연휴 이후 달라진 모습을 보일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안철수 대표는 지난 4·13 총선에서 뜻밖의 대승을 거둔 뒤로 숨돌릴 틈 없이 달려왔다. 갑자기 불어난 식구(?)들과 함께 당선자 워크숍 등을 가졌고, 선거 이후 부쩍 높아진 정치적 위상에 따라 각종 행사에도 빠짐없이 참석해야 했다. 또, 당의 방향과 정책을 놓고 비공개 토론 일정도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승리에 도취된 듯 실언 논란도 잇따랐다. "붕 떠 있다"든지 '오만' 논란 등이 일어났던 것도 이 때문이다.

    안철수 대표는 지난달 26~27일 경기도 양평에서 열린 당선자 워크숍에서 옆자리에 앉은 천정배 대표에게 "너무 경제를 모르는 사람이 청와대에 앉아있어 가지고… 경제도 모르고 고집만 세고…"라는 발언을 했다. 박지원 원내대표에게는 "박근혜 대통령이 양적완화가 뭔지 모를 것 같은데요? 하하하, 아유 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 1일 오후 서울 상암동에서 열린 원불교 100주년 기념대회장에서는 옆자리의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에게 "(원불교) 100주년이면 대통령이 오실만 한데"라고 문제를 삼았다. 그러자 김종인 대표는 다소 당황한 듯 "대통령은 오늘 이란에 갔다"고 상기시켰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행사가 열리기 3시간 전인 오전 11시 국빈 방문차 이란으로 출국했으며 이 사실은 일제히 보도됐다. 대통령의 기본적인 공개 동정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문제를 삼으려 했던 것이다.

    아울러 안철수 대표는 일부 비례대표 당선자와 교육정책에 대해 비공개 토론을 진행하던 중 한 당선자가 교육부의 간섭이 너무 심하다며 교육정책의 자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자, 이에 공감을 표하며 "교육부를 아예 없애버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교육부 폐지 여부는 이에 대한 충분한 토론을 거쳐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 정책으로 추진하지 못할 것도 없지만, 이것이 정제되지 않은 언어로 공개되는 바람에 실언의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이렇듯 실언 행렬이 이어지자 안철수 대표는 되레 언론 보도에 불만을 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안철수 대표는 2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사적 대화는) 부분만 보도되다보니 전체 맥락을 무시하고 완전히 반대로 뜻이 왜곡돼 전달되는 게 대부분"이라며 "사적 발언의 보도는 부적절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원내 제3교섭단체의 대표이자 유력 대권 주자에게는 '사적 발언'이라는 게 있을 여지가 없다. 총선 이후 단 한 차례도 제대로 숨돌릴 틈이 없다보니 이런 황당한 항변이 나오지 않았나 하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 박지원 원내대표는 3일 초선 의원 정책역량 강화 워크숍에서 "네 명의 기자가 여러분 (국회의원) 한 사람을 감시한다"며 "만약 언론에서 안철수 대표를 공격하고, 또 우리 동료 의원을 공격하면 그것은 공격할 가치가 있으니까 하는 것"이라고 명쾌하게 정리했다. '정치 9단' 박지원 원내대표의 언론관과 하루 앞뒤로 대조돼 안철수 대표의 모습만 오히려 이상해졌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안철수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차분히 숨을 돌리며 정국을 구상할 시간"이라며 "정부가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준 덕분에 그럴 시간을 얻었다"고 평했다.

    따라서 안철수 대표는 연휴 기간 동안 차분히 총선 이후의 자신을 되돌아보며 향후 정국을 주도할 방안을 숙고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연휴가 끝나면 실언과 농담으로만 화제가 되던 시절을 끝내고, 정국의 주도권을 되찾아올지 관심이 쏠린다.

    앞서 안철수 대표는 연휴를 앞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강공 드라이브'의 사전 예고하는 시동음을 내기도 했다.

    안철수 대표는 "이제 세 당의 원내대표가 바로 20대 국회 구성에 관해 논의해달라"며 "박지원 원내대표는 원구성 협의에서 무엇보다 약속한 시간을 지켜서 5월 30일부터 국회가 제대로 일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나아가 "선거가 끝난지 20일이 지났다"며 "선거 민심은 분명하다. 대화하고 협력하고, 약속을 지키고 민생을 챙기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구성 협상을 5월 30일까지 끝내고 6월 임시국회부터는 본격적으로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안철수 대표가 주공(主攻) 방향으로 삼기로 마음먹은 지점이 어디인지 짐작케 해주는 발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연휴 기간 동안 차분히 정국 구상을 하면서 원구상 협상과 관련한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해보고 그에 따른 대국민 메시지를 다듬게 될 것"이라며 "실언은 차차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