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근 논문과 박석재 논문..글의 흐름과 수식까지 80% 이상 동일"UST, 4개월간 조사..표절 판정 "연구윤리 강화 차원, 박석재 위원 해임 조치"
  • ▲ 영화 '인터스텔라'의 과학적 자문을 맡은 킵손(Kip Thorne) 박사와 악수를 나누고 있는 송유근.   ⓒ 뉴시스
    ▲ 영화 '인터스텔라'의 과학적 자문을 맡은 킵손(Kip Thorne) 박사와 악수를 나누고 있는 송유근. ⓒ 뉴시스


    '천재소년'으로 이름을 날리다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에 입학, 석·박사통합과정을 밟고 있는 송유근(19)이 블랙홀 논문 표절 사건으로 지난달 학내 징계 조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UST 측은 "지난해 송유근 군이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이 표절로 판명됨에 따라 지난달 대학위원회를 열어 송 군에 대해 2주간 근신과 반성문 제출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송 군이 징계 결과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아직 징계 절차가 마무리된 상태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에 그친 송유근과는 달리 해당 논문 작성을 지도한 한국천문연구원 박석재(59) 연구위원은 지난달 '해임 처분'을 받아, 송 군의 지도교수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UST 측은 "논란이 불거진 뒤 4개월간 연구윤리위원회를 통해 논문의 표절 여부를 검토하고 지난달 교원징계위원회에서 교수직 해임을 결정하게 됐다"며 "연구윤리 확립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박 위원에게 강도 높은 처분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송유근의 지도교수는 박병곤 천문연 대형망원경사업단장으로 바뀐 것으로 전해졌다.

    박 위원과 송유근은 지난해 10월 천체물리학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ApJ)'에 비대칭·비정상 블랙홀에 대한 논문(Axisymmetric, Nonstationary Black Hole Magnetospheres: Revisited)을 게재했으나, 몇몇 물리학자들 사이에서 "해당 논문은 박석재 박사의 과거 논문을 베낀 '자기 표절'"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각계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 시작했다.

    한 달 뒤 ApJ를 발행하는 미국천문학회(American Astronomical Society)는 "박 위원이 자신의 학회 발표자료를 송유근의 논문에 인용했음에도, 이 사실을 밝히지 않아 명백한 '자기 표절' 행위를 저질렀다"며 해당 논문을 철회했다.

  • ▲ 영화 '인터스텔라'의 과학적 자문을 맡은 킵손(Kip Thorne) 박사와 악수를 나누고 있는 송유근.   ⓒ 뉴시스



    5살에 미적분을 풀고 여덟 살에 인하대에 입학, 일명 '천재 소년'으로 불리던 송유근은 "반복되는 강의실 교육이 따분하다"며 2009년 인하대에서 UST로 학교를 옮긴 뒤 석·박사 통합과정을 밟아왔다. 당시 대학 생활 부적응을 호소하던 송유근에게 UST 입학을 권유한 장본인이 바로 박 위원이다.

    송유근은 지난해 11월 박사학위 청구 논문 '일반 상대성 이론의 천체 물리학적 응용'이 학내 심사를 최종 통과하면서, 유력 국제 학술지에만 논문이 실리면 올해 2월 졸업이 예정된 상태였다.

    UST는 학위 논문이 학내 심사를 통과하고, 유력 저널에 논문 한 편이 실리면 박사 학위를 수여하는 학칙을 운영 중이다. 따라서 저널에 실린 블랙홀 논문이 철회된 송유근의 졸업도 다음으로 미뤄지게 됐다.

    만일 송유근이 재학 기간(2018년 2월)까지 저널에 논문을 발표하지 못한다면 졸업과 박사 학위 취득이 불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