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지지율 격차 줄어드는 추세… 특단의 조치 없으면 5·18~5·23 전후 위기
  • ▲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가 11일 오전 국회본청에서 열리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가 11일 오전 국회본청에서 열리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선거 때 호남의 몰표를 받아놓고도 선거가 끝나면 '호남당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외치다가 집도 절도 다 잃는다는 '호남의 함정'에 국민의당이 빠져들었다.

    국민의당의 최근 행태에 호남 민심이 '갸웃'하자, '원주인' 더불어민주당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야권의 주요 행사가 몰린 5월이라는 시기적 특성을 활용해 '호남 탈환'을 노리는 모양새다. 호남 민심을 둘러싼 제2차 호남 대전(大戰)이 이미 불붙기 시작했다는 평이다.

    국민의당은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심야에 임명한 주요 정무직 당직자들을 소개했다. 사무총장·국민소통본부장에 수도권 인사가 포진됐다. 최근 공석이었던 지명직 최고위원에 부산 출신 이상돈 당선인을 임명한데 이은 비호남 인사 전진배치다.

    문병호 신임 전략홍보본부장은 전남 영암 출신으로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나왔기 때문에 지역구(인천 부평갑)와 관계없이 호남 인사로도 분류할 수 있겠지만, 그 외에는 당직 인선에서 호남을 배려한 흔적을 찾기 어렵다. "호남 역차별"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당내 일각에서 호남을 대표하는 정치인인 주승용 의원을 사무총장 후보로 거론했는데, 안철수 대표가 직접 나서서 "원외를 중용해야 한다"고 일축한 것은, 동요하는 호남 민심을 보듬지 못하는 경솔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11일 취재진과 만나 "(당직 인선을 호남 역차별이라는) 그런 시각으로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고 수긍했다. 같은날 불교방송라디오 〈아침저널〉에서는 "우리 호남에서 국민의당을 완전히 지지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며 "문재인 대표와 친노에게 워낙 큰 실망을 했기 때문에 국민의당의 안철수 대표에게 기회를 준 것"이라고 답답한 심경의 일면을 토로했다.

    그가 언급한 '문재인 대표와 친노(親盧)' 패권주의 세력은 선거 때만 되면 호남에서 몰표를 추수해가다가, 선거만 끝나면 "호남당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부르짖었다. 이것이 친노·친문패권계파가 호남에서 패망하고 축출당한 원인인데, 안철수 대표조차 이를 답습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호남 지역의 중진 의원은 "당이 호남당인 게 사실인데, 인사에서 호남당이 아닌 척 하려고 하면 호남만 역차별받는 것"이라며 "능력 위주로 기용한다고 하면서 정작 명단에 호남 의원이 없다고 하면, 호남에는 능력 있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냐"고 분개했다.

    균열을 놓치지 않고 파고드는 게 국민의당과 야권 주도권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다.

    더민주는 12~13일 1박2일간 20대 국회의원 당선자 워크숍을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진행한다. 본격 워크숍에 앞서서 망월동 5·18 묘역도 참배할 예정이다. 불과 엿새 후가 5·18 36주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짧은 기간에 수차 광주를 찾게 되는 셈이다.

  • ▲ 알앤써치가 설문하고 데일리안이 보도한 호남 지역 정당지지율 추이. ⓒ그래프=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알앤써치가 설문하고 데일리안이 보도한 호남 지역 정당지지율 추이. ⓒ그래프=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이는 '야권의 심장부' 호남을 탈환하고야 말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해석된다. 실제로 더민주가 잘했다기보다는, 국민의당의 연이은 '자책골'에 호남 민심이 서운함을 느꼈음인지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호남 지역에서 더민주와 국민의당 사이의 정당 지지율 격차가 상당히 줄어들었다.

    알앤써치가 설문해 데일리안이 보도하고 있는 전국 정기 정당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4·13 총선 민심이 반영된 지난달 20일에는 호남에서 국민의당 지지율이 52.6%로 더민주 지지율(24.2%)을 압도했다.

    그러던 것이 같은달 27일에는 국민의당 44.1%~더민주 24.0%가 된데 이어, 이달 들어서는 4일 조사에서 국민의당 39.9%~더민주 32.2%까지 격차가 줄어들었다. 11일 발표된 조사에서 국민의당 43.4%~더민주 33.7%로 다시 격차를 벌렸지만, 이번 주에 있었던 당직 인선에서의 '호남 역차별' 논란이 민심에 반영되면 다음 주에는 어떤 양상이 나타날지 알 수 없다는 관측이다.

    이러한 호남 민심의 흐름과 관련해 여론조사 결과, 기타 그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 국민의당에 어드벤티지가 있었다면, 그것은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의 경거망동이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달 8일 광주 충장로에서 천명한 "호남이 지지를 거둔다면, 정치일선에서 떠나고 대선에도 불출마하겠다"는 말부터 어떻게 지킬 것인지 해명해야 하는데, 그런 것은 일언반구도 없이 전남 신안의 DJ 고향 하의도 방문이나 지난 9~10일 전북 방문 등을 일삼아왔다.

    자신의 말에 책임있게 해명할 자신이 없으면 아예 눈에 띄지 말아야 하는데, 호남에 왔다갔다 하면서도 모든 호남인이 들었던 약속에 대해 언급이 없으니, 이를 괘씸하게 여긴 호남 민심이 더민주에 마음을 주려 해도 줄 수 없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표의 해외 출국설이 있다"며 "문재인 전 대표가 시야에서 사라지고나면 더민주의 호남 지지율이 더 오를 개연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결국 이달말 지명직 최고위원인 김성식 당선인이 정책위의장 임기를 시작하면서 당연직 최고위원이 되면 다시 하나의 지명직 최고위원이 공석이 되는데, 이 자리에서 호남을 대표할만한 비중 있는 중진 의원을 임명하는 등의 배려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더민주나 문재인으로서는 공을 들이려고 하겠지만, 아직 (호남 민심이 변화하는) 그러한 조짐은 없다"면서도 "선거 때 확 달아오른 국민의당 지지도가 침체기를 맞지 않았나 생각하는데 빨리 반성을 하고 우리의 잘못을 고쳐야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