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인권 전문가는 개방직 공무원, 교권 보호 변호사·전문 상담가는 계약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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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뉴데일리 DB
    ▲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뉴데일리 DB


    한국 사회에서 교권 침해 수준이 심각하다는 비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경기도 소재 학교의 한 교사는 "요즘은 교권이 바닥"이라며 "교사가 학생에게 맞아도 교사가 참거나 이동하거나 휴직을 해야지 학생이 전학을 가는 경우는 없을 정도"라고 전했다.

    서울 교육청이 교사들의 교권 보호를 한다며, '2016학년도 교원 사기진작 방안'을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거의 개선된 부분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서울 교육청은 12일 교원 보호 및 사기 진작을 위한 방안으로, ▲교권보호지원센터 운영 ▲교육활동보호 긴급지원팀(SEM 119) 운영 ▲교권 침해 교사 심리 치료·상담 ▲법률 서비스 및 소송업무 시행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 교육청이 발표한 계획은 2015년과 비교해 새로 도입되거나 대폭 바뀐 정책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서울 교육청은 2016년부터 교권 보호를 위한 전문 변호사를 채용한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채용한 변호사는 1명 뿐이었다.

    각 지역청마다 3명씩 배치한다던 변호사는 교육청 업무 전담 인력이 아니라, 서울 교육청이 서울변호사 협회에 지원을 요청해 '교권법률지원단'을 꾸린 것이라고 한다.

  • ▲ 이천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선생님을 빗자루로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SBS 뉴스 화면 캡쳐
    ▲ 이천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선생님을 빗자루로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SBS 뉴스 화면 캡쳐


    교사들 사이에서는 "실제로 문제가 생겨도 교육청의 법률 지원을 이용하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교사가 '제자의 부모'로부터 받는 심리적 압박감을 이겨야 하고, 상담을 한다고 해도 학생에 대한 실제 처벌은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 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2015년 본청에서 상담한 교권침해사례는 285건이었고 19건 정도가 맞춤형 1:1상담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교사도 학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경우는 없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현재 학생과 교사보다는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발생하는 교권 침해가 심각하다"고 귀뜸했다.

    학부모들이 교사에게 반복적으로 인신공격성 발언을 하거나 '왜 우리 아이만 잘 봐주지 않느냐'는 내용이 담긴 메시지를 보내며 압력을 가하는 등의 교권 침해가 일어난다고.

    서울 교육청은 심리적 피해를 입은 교사를 위해 상담·심리 치료를 제공한다고 밝혔지만 전문 상담사 또한 본청에 단 1명만 근무 중이다.

    게다가 이 상담사는 피해를 입은 교사와 1:1상담을 전담하는 게 아니라 콜센터 전화 상담까지 해야 하는 부담을 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부분들이 교사 사회에서 계속 지적되자, 일각에서는 교사들에게 법적, 물리적 도움을 줄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서울 교육청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서울 교육청이 교권 신장을 위해 편성한 예산은 총 1억 8,900만 원. 그 중 변호사·전문 상담사 계약직 2명의 인건비가 절반을 차지한다고.

    서울 교육청이 마련한 교사 힐링캠프 등 다른 사업 비용까지 고려하면 교사들을 위한 인력 추가 채용은 어렵다는 설명이다.
     

  • ▲ 서울시교육청과 조희연교육감은 지난 1월 26일 중구 한국프레스 센터에서 '학생인권의 날'선포식을 열고 매년 26일을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의 날'로 지정했다. ⓒ서울시 교육청 제공
    ▲ 서울시교육청과 조희연교육감은 지난 1월 26일 중구 한국프레스 센터에서 '학생인권의 날'선포식을 열고 매년 26일을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의 날'로 지정했다. ⓒ서울시 교육청 제공


    서울 교육청이 지난 3월부터 학생인권교육센터에 노동 인권 전문가와 성 인권 전문가 등 2명을 개방직 공무원으로 충원한 것을 떠올려 보면, 서울 교육감이 교권 침해 피해를 막는 것보다는 '학생인권'에 더욱 열심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편 모 매체는 교육지원청의 교권보호센터가 교권 상담업무를 'Wee 센터'의 학교폭력 상담사들에게 추가 수당을 주는 형식으로 맡겨왔다고 지적했다.'Wee 센터'가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지원시설이기는 하지만, 교육청이 직접 관리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서울 교육청에 확인한 결과 "해당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관계 확인이 애매하다"면서 "현재 교육청에서 전문 변호사를 채용하기 위한 예산마련도 어려웠다"는 변명을 내놨다. 보도 내용이 사실에 가깝다는 뜻이다.

    서울 교육청이 '학생인권'에만 집중하면서, 교사들의 권익에 대해서는 외면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는 것도 이런 편중된 정책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