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비리로 '집행유예' 前해군장성이 예비장교에 '리더십' 강조
  • ▲ 해군사관학교 졸업식(자료사진).ⓒ뉴데일리DB
    ▲ 해군사관학교 졸업식(자료사진).ⓒ뉴데일리DB

    해군사관학교가 함정 수주와 관련 뇌물 등 비리혐의로 처벌을 받은 예비역 해군장성을 초청, 임관하는 생도들을 상대로 특강을 실시해 논란을 빚고 있다.

    해사는 지난 1월 29일 해군작전사령관과 해사교장을 역임한 윤연(69. 해사 25기) 예비역 해군중장을 초청했고, 4학년생도 100여 명을 대상으로 ‘사관학교 4년 교육의 의미’와 ‘초급장교로서의 리더십’ 등에 관한 특강을 실시했다. 당시 윤 장군의 특강은 생도대 주관으로 이뤄졌다.

    이에 대해 해군의 한 관계자는 "윤 장군 본인이 강의를 하게 해 달라고 먼저 해사 측에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해사는 윤 장군에게 강연료 38만원, 숙박 및 교통비 32만원 등 총 70만원을 지급했다. 

    STX조선해양 사외이사였던 윤 씨는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에게 뇌물을 전달한 혐의로 기소(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돼, 지난해 8월,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결국, 해군사관학교는 해군의 명예와 이미지를 실추시킨 예비역 장성을 강사로 초청해, '명예'대신 '국민적 불신'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호섭 해군 참모총장은 방위사업 비리를 비롯한 각종 불명예를 씻고 해군의 위상을 회복하고자 ‘제2의 창군’을 내세우며 명예해군운동을 주도해왔다. '명예·헌신·용기'가 명예해군운동의 3대 핵심가치다.

    정호섭 총장은 취임식에서 "해군이 방산비리와 간부들의 성 군기 관련사건 등으로 불신을 받고 있는 만큼 더 이상의 비리와 악습은 용서받을 수 없다. 뼈를 깎는 각오로 참모총장이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징역형과 함께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윤 씨가 곧 임관할 해사 생도들 앞에서 ‘리더십’을 이야기했다는 것은 넌센스다.

    특히 참모총장이 직접 나서 명예해군운동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뇌물 사건에 연루된 예비역 장성이 강사로 나섰다는 사실은, 해군의 명예회복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