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2월 대선까지 이대로 쭈~욱? 전대 이후 더욱 노골화될 듯
  • ▲ 국민의당 지도부가 17일 5·18 민주대행진에 참가해 걷고 있는 가운데, 연도의 시민들이 환호성을 보내자 박지원 원내대표가 안철수 대표를 대신해 손을 들어 답례하고 있다. ⓒ광주=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지도부가 17일 5·18 민주대행진에 참가해 걷고 있는 가운데, 연도의 시민들이 환호성을 보내자 박지원 원내대표가 안철수 대표를 대신해 손을 들어 답례하고 있다. ⓒ광주=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5·18을 계기로 불거진 '임을 위한 행진곡' 정국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사이의 모종의 '역할 분담'이 보다 또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호남 민심이나 이념 관련 정쟁 현안에 대해서는 박지원 원내대표가 전면에 나서 민감할 수 있는 사안을 다루고, 안철수 대표는 교육·미래일자리 등 흡사 대선 공약과 같은 '큰 그림'에 관해서만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지난해 구 새정치민주연합 2·8 전당대회 직전 "나 박지원은 당권의 길을 갈테니, 문재인 당신은 대권의 길을 가라"고 했던 문장의 '문재인'만 '안철수'로 바뀐 채 구체화되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든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이 불거진 이후 "국민통합을 위해 제창해야 한다"는 짧은 메시지만 의도적으로 반복하며, 여기에 한 글자도 더하지 않고 있다. 5·18 묘역 주차장에서 취재진에게 둘러쌓인 채 차가 도착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문답을 주고받게 됐을 때도 뭘 물어봐도 "국민통합에 저해되는 결정이다" "국민통합에 저해되는 행동이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반면 박지원 원내대표는 취재진과의 문답을 자청하며 이와 관련해 '말의 성찬'을 벌이고 있다. 5·18 기념식이 끝난 뒤 묘역을 참배하고 나온 국민의당 지도부를 향해 취재진이 문답을 요청하자 박지원 원내대표는 "제가 하겠습니다!"라며 안철수 대표 대신 나섰다.

    딱히 원내(院內)에 관한 사안이라고 규정할 수 없는데도, 박지원 원내대표가 안철수 대표 대신 나선 것이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취재진을 상대로 "5·18 영령들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게 돼 송구스럽다"며 "더민주와 공조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지정곡으로 할 수 있도록 법률 개정안을 내놓고, 박승춘 보훈처장에 대해서는 해임촉구결의안을 20대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대표는 박지원 원내대표가 취재진과 문답을 나누는 동안 뒷쪽에 가만히 서서 이를 듣기만 했다.

    어찌보면 기묘한, 이같은 현상을 놓고 중도통합을 통해 지지층의 외연 확대에 나서야 하는 '대권 주자' 안철수 대표를 불필요한 논란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박지원 원내대표가 '방탄대표'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남은 4·13 총선을 거치며 국민의당의 핵심 지지 기반이 됐지만, 안철수 대표는 민감한 호남 민심을 잘 캐치해내지 못할 수 있다. '호남의 사위'일 뿐 '호남의 아들'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위가 장인의 속내를 파악하는 것과, 아들이 아버지의 속내를 헤아리는 것은 난이도가 완전히 다른 문제다.

    4·13 총선을 거친 뒤 이런저런 이야기가 엇갈려 나오면서 당의 호남 지역 지지율이 떨어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호남의 맏아들'로 호남 민심 전문가인 박지원 원내대표가 혹여나 있을 수도 있는 설화(舌禍)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호남이 민감하게 여기는 건은 직접 담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나아가 이러한 '역할 분담' 모델이 내년 12월 대선까지 계속 가동될 수 있다는 다소 섣부른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4·13 총선을 통해 당의 지역구 의석 25석 중 23석이 호남에서 나오는 등 호남이 핵심 지지 기반이 되는 게 분명해지자, 이틀 뒤인 15일 안철수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가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독대했던 적이 있다"며 "이 때 이미 이와 같은 '역할 분담' 모델에 대해 서로 간의 공감대가 형성됐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다가오는 연말에 전당대회를 열리면 안철수 대표가 당권을 내어놓고 본격 대권 주자의 길로 가고, 박지원 원내대표는 당권을 잡아 당대표가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역할 분담'은 또렷해지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드러내놓고 하는 것이 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