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당위원장으로서의 일" 확대해석 경계하면서도 "호남 지역민들이 孫 잘 지켜보고 있어"
  • ▲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전남도당위원장·사진 왼쪽)이 18일 광주 망월동 5·18 묘역에서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 함께 헌화·분향하고 있다. 이개호 의원은 이날 5·18 묘역을 개인 자격으로 참배한 손학규 전 고문과 시종일관 지근거리에서 동행해 눈길을 끌었다. ⓒ광주=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전남도당위원장·사진 왼쪽)이 18일 광주 망월동 5·18 묘역에서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 함께 헌화·분향하고 있다. 이개호 의원은 이날 5·18 묘역을 개인 자격으로 참배한 손학규 전 고문과 시종일관 지근거리에서 동행해 눈길을 끌었다. ⓒ광주=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정계를 은퇴한 뒤 전남 강진에 은거하고 있는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5·18을 맞아 광주 망월동 묘역을 개인 자격으로 참배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이 시종 지근거리에서 손학규 전 고문과 동행해 그 정치적 의미에 관심이 쏠린다.

    이개호 의원은 지난 4·13 총선에서 더민주 공천으로는 유일하게 전남에서 당선됐다. 국민의당의 '녹색 폭풍'이 전남을 집어삼켜 10석 중 8석이 넘어간 가운데(1석은 새누리당), 전남 담양·장성·영광·함평에서 홀로 외로이 당선돼 도당위원장을 맡아 전남도당을 지키고 있는 중이다.

    총선에서 워낙 어렵게 당선된 만큼 이개호 의원은 누구보다 호남 민심에 민감하다. 총선 선거운동기간 중 악화된 호남 민심을 온몸으로 체감했다.

    이개호 의원은 지난달 28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호남 총선 평가 : 성찰과 대안' 토론회에서 "처음에는 정권교체하려면 기호 2번을 찍어야 한다고 외쳤는데 전혀 먹히지 않더라"며 "전략을 바꿔서 나 스스로를 무소속이라고 생각하고 일을 해야 한다고 읍소했더니, 그게 먹혀서 겨우 당선됐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후 "문재인 대표가 광주에 와서 한 약속에 대해 광주·전남에서 관심이 많다"며 "당분간 현실 정치에서 떠나는 것도 방법"이라고 곧이곧대로 '호남 민심'을 전했다가 친노·친문패권 세력들의 노여움을 샀다.

    발언의 전체 취지는 "광주와 호남이 문재인 대표를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였지만, 맥락에 관계없이 '1보라도 후퇴하면 지금 가지고 있는 기득권을 모두 빼앗길까' 두려워하는 패권 세력에게는 용납될 수 없는 제안이었다.

    친노친문패권 세력의 '십자포화'를 맞은 뒤 발언을 삼가고 있지만, 이날 손학규 전 고문의 5·18 묘역 참배에 시종일관 동행한 것은 정치적 속내를 은연 중에 드러낸 제스처가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개호 의원은 당내에 유일한 전남 의원이자 전남도당위원장이다. 또, 국회에 진출하기 전에는 전남도청에서 24년간 봉직하며 목포와 여수의 부시장, 전남도 행정부지사를 역임하는 등 전남의 구석구석까지 손금 보듯 꿰고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전남 민심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이개호 의원의 이러한 행보는 결코 예사로워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달초 이개호 의원은 지역 유력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정권교체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라며 "더불어민주당에서 좋은 후보를 뽑아 지역민들의 아낌없는 사랑을 회복하고,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뤄나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친노·친문패권 문재인 전 대표로는 도저히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남 민심이다. 4·13 총선에서 전남 10석 중 8석이 창당한지 두 달 밖에 안 된 정당에 넘어가버린 것도 이 때문이다. 이개호 의원도 이러한 민심을 모를 리 없다. 그렇다면 '지역민의 아낌없는 사랑을 회복할 좋은 후보'란 대체 누구를 가리키는 것일까.

    다만 이날 손학규 전 고문과 동행하는 과정에서 취재진을 만난 이개호 의원은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개호 의원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도당위원장으로서 우리 당의 지도자가 광주, 특히 5·18 묘역에 오면 안내하는 게 나의 일"이라며 "(손학규 전 고문도) 매해 오시는 것으로, 정례적인 방문으로 알고 있다"고, 손학규 전 고문과의 묘역 동행에 특별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이개호 의원은 "(손학규 전 고문도) 우리 당의 지도자들이 맞기 때문에, 우리 호남 지역민들이 함께 잘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특정 정치 지도자에 대한 민심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는지는 두고봐야 알기 때문에 아직 내가 뭐라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좀 더 지켜보자"고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