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 시민단체들, '임을 위한 행진곡 5.18 기념곡 제정' 관련 토론회 개최
  • 5.18기념 재단이 공개한 '님을 위한 행진곡' 악보. ⓒ5.18 기념재단 캡쳐
    ▲ 5.18기념 재단이 공개한 '님을 위한 행진곡' 악보. ⓒ5.18 기념재단 캡쳐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임을 위한 행진곡' 가사다.

    바른사회시민회의와 자유민주연구원은 18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 5.18기념곡 제정,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박인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의 사회로 열린 토론회에서는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이 발제를 맡았다.

    류석춘 연세대 교수, 이동호 자유민주연구학회 사무총장,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 조우석 KBS이사가 토론자로 나섰다.

    토론회는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의 축사로 시작됐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축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은 부르고 싶은 사람만 부르면 된다"면서 "제창으로 지정하라는 것은 헌법 상 개인의 기본권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미 선동 영화에 쓰인 곡을 대한민국 정부에서 제창하라고 지정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라고 비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 또한 '임을 위한 행진곡'이 대한민국 헌법이 명시한 '자유민주주의' 정신과 맞지 않는다는 점에 동의하는 편이었다.

  • 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회 '임을위한 행진곡-5.18 기념곡 제정, 무엇이 문제인가?'에 참석한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회 '임을위한 행진곡-5.18 기념곡 제정, 무엇이 문제인가?'에 참석한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발제를 통해, '임을 위한 행진곡'이 대한민국 헌법적 가치에 반하는 곡일 뿐만 아니라 군사 독재에 저항한 광주 민주화 운동의 가치까지 왜곡시킨다고 주장했다.

    유동열 원장은 "임을 위한 행진곡은 대한민국 헌법 정신에 반하는 노래"라며 "합창, 제창은 물론 기념곡 지정도 부적합하다"고 지적했다.

    유동열 원장에 따르면,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 5월 5.18 때 사망한 윤상원(당시 30세)의 넋을 달래기 위해 만들어진 노래라는 것이 정설인데, 그는 사회주의 혁명을 위해 투쟁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뒤집기 위한 사회주의 혁명 투쟁을 전개한 인물을 기리는 곡을, 정부가 국가기념곡으로 지정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라는 것이 유동열 원장의 주장이었다.

    유동열 원장에 따르면, 윤상원은 1980년 5월 3일 전민노련(전국민주노동자연맹) 결성에 참여, 중앙위원을 맡아 사회주의 지향 투쟁을 했다고 한다. 이후 윤상원은 공장에 위장 취업해 노동자를 혁명의 주체로 양성하기 위한 활동에 전념했다고 한다. 참고로 전민노련은 대법원에 의해 이적단체로 지정된 단체다.

    유동열 원장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갈아엎자"며 모인 지하혁명 운동권과 내란선동사건을 일으키려던 이석기의 RO조직, 반헌법적 성격 때문에 해산선고를 받은 통합진보당 등에서 애국가 대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던 것을 거론하며 "대한민국이 불러서는 안 되는 노래"라고 지적했다 .

  • 18일 바른사회시민회의와 자유민주연구원이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임을위한 행진곡-5.18 기념곡 제정,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18일 바른사회시민회의와 자유민주연구원이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임을위한 행진곡-5.18 기념곡 제정,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유동열 원장은 이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발전시키려는 노래라면 지하혁명 세력들이 왜 즐겨불렀겠느냐"며 "이 곡이 지향하는 바는 사회주의 혁명"이라고 주장했다.

    유동열 원장은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북한에서 적화통일을 위한 노래 모음집인 '통일 노래 100곡'에 포함됐다는 점과 실제로 이 곡이 북한 혁명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유동열 원장이 언급한 혁명 영화는 1991년 북한이 5.18을 소재로 만든 '님을 위한 교향시'로 임을 위한 행진곡이 배경 음악으로 등장한다. 이 영화는 소설가 황석영씨가 밀입북해 북한의 리춘구 작가와 공동 집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유동열 원장은 "5.18 정신이란 폭압에 맞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정신인데 임을 위한 행진곡은 순수한 민주화 운동 세력을 위한 노래가 아니다"라며 "진정한 광주 민주화 운동의 정신을 계승할 수 있는 기념곡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유동열 원장은 "북한은 광주 민주화 운동을 남한(적화)혁명을 위한 인민봉기, 남조선 인민들의 반파쑈민주화투쟁사에 빛나는 장을 기록한 력사적 사변으로 규정하고 더 나아가 애국열사능에 5.18관련자들 가묘를 세워 조국통일상 등을 수여하기도 했다"는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 1991년 북한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만든 혁명 선동 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 제2부의 한 장면.
    ▲ 1991년 북한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만든 혁명 선동 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 제2부의 한 장면.


    이동호 자유민주연구학회 사무총장은 자신이 대학 시절인 80년대 학생 운동 지하조직에 몸담고 있을 때 '임을 위한 행진곡'을 자주 불렀다고 회고하며 "이 노래의 의미는 (공산주의) 혁명을 위해서 '새날이 올 때까지 목숨도 불사하고 투쟁하라'는 의미"라고 고백했다.

    이동호 사무총장은 "당시 운동권 동지들 모두 대한민국 체제를 타도하고 공산주의 정권을 위한 혁명의 새날을 주장하며, 목숨걸고 투쟁하라는 곡으로 이해하고 불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지금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한 평가는 80년대 학생운동 주측이었던 국회의원들이 하고 있다"며 "정치권에 들어간 운동권 세력들이 정말 이 곡을 기념곡으로 지정하기 원한다면 자기 정체에 대한 고백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혁명을 꿈꾸며 부르던 노래를 국가가 지정해 제창한다는 것은 자유 대한민국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 조우석 KBS 이사가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조우석 KBS 이사가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조우석 KBS 이사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에 반하는 사회주의 혁명을 위해 만들어진 곡이라는 점에 동의하며 "죽은 자들이 살아 있는 투사들에게 '새날이 올 때까지 목숨 걸고 싸우라'고 호소하는 내용이 어떻게 이 나라의 공식 기념곡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새삼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조우석 이사는 "얼마전 한 지인에게 '대한민국에서 애국가를 숨죽여 부르는 세상이 올까 두렵다'는 말을 들었다"며 "애국가도 법률적 지위가 없는 상태에서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해 법적 지위를 달라는 것은 애국가 위에 올라서겠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조우석 이사는 '임의 위한 행진곡' 제창 논란과 관련 '협치'의 정신을 강조하는 정치권과 언론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에서 혁명가요로 지정한 노래가 어떻게 '협치'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대한민국 헌법 정신을 부정하는 혁명가요를 협치의 대상이라고 떼쓰는 언론과 정치권에 경고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 정체성을 훼손하는 협치는 허용될 수 없다"며 "대한민국의 집권 여당이 야당의 견해에 동조하는 모습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 유족들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려는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을 막아섰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 유족들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려는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을 막아섰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류석춘 연세대 교수는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국회의원들의 자질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협치, 소통 운운하기 전에 쟁점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 관계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기념곡 지정이라는 쟁점을 '협치·소통'을 내세워 풀려는 야당과 이에 호응하는 여당 모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류석춘 교수는 "국가 지도자가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면서 "이번에는 오히려 보훈처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 17일 '임을 위한 행진곡'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자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이 "보훈처에서 결정할 사항"이라며 국가 보훈처에 책임을 떠넘긴 것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할 수도 있었다.

    보훈처는 결국 '국론 분열'을 이유로 들어 예년처럼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옥남 바른사회 정치실장은 "'기념곡 지정 안하는 것은 5.18정신을 폄훼하는 것'이라는 말이 나오지만 2013년 국가보훈처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5.18 민주화 운동 노래를 다시 만들자고 제안한 적이 있다"며 "당시 5.18 관련 단체에서 강하게 반대하고 나왔다"고 밝혔다.

    이옥남 실장은 "국가 보훈처에 의하면 정부에서 기념곡을 지정한 전례가 없고 국가 상징인 '애국가'도 국가 기념곡으로 지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임을 위한 행진곡이 기념곡이 되면 '국가 기념곡 제1호'라는 상징성 때문에 애국가의 위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옥남 실장은 "여전히 이 곡에 나온 '임'과 '새날' 등의 표현에 대한 의혹과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론 분열을 일으키는 곡을 섣불리 기념곡으로 제정할 경우 치명적인 문제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옥남 실장은 "임을 위한 행진곡이 가수 김광석이 부른 노래 아니냐고 말한 사람도 있다"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정확히 어떤 노래인지 모르고 있는 상황에서 지정곡으로 결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