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서운, 괴상한, 우스운 이야기들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山川)은 안다”

    이 덕 기 / 자유기고가

      “개인의 모든 활동은 오로지 전체, 즉 민족이나 국가의 존립과 발전을 위하여 존재한다는 이념 아래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상 및 체제를 말한다”
      어느 인터넷 사전에 나와 있는 이른바 ‘전체주의’(全體主義 totalitarianism)의 개념이다.


  •   세월 참 빠르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내며 어쩌구 한 때가 엊그제인데 벌써 5월도 중순을 지났다. 그리고 올해도 어김없이 ‘그 날’이 왔다가 갔다. 해마다 찾아오는 계절병도 마찬가지로... 내상(內傷)은 더욱 깊어만 가고.

      그 무슨 ‘행진곡 부르기’ 때문에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정치판이 들썩이고, 덩달아 언론이라는 데서도 불난 집에 부채질을 했다.
    한 마디로 신이 났다.
      그 기념식장에서 ‘떼창’[떼 지어 불러야 되기]을 하느냐,
    ‘따창’[따라 부르거나 말거나]이 맞느냐를 놓고 사전에 ‘주먹다짐’이 벌어졌다고 한다.

      총선에서 이긴 편 맘대로 ‘떼창’을 해야 한다는 패거리가 훨씬(?) 많아졌다는 소식이 들린다.
    더구나 이번에는 예전에 그렇지 않던 집구석에서도 ‘떼창’에 동의한 분들이 많았다고...
    총선 대패(大敗)의 영향이라던가?
      하지만 여기저기서 겁을 팍팍 줬는데도, ‘따창’을 고집하는 편도 만만치는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저런 볼거리도 많았나 보다.
    물론 ‘떼창’이냐, ‘따창’이냐의 전투는 실제 행사장에서는 큰 재미없이 끝났다.
    막상 그 볼거리라는 것은 ‘떼창’을 해야 한다는 편들의 얘기다.
    무서운 이야기, 괴상한 이야기, 우스운 이야기가 있었다.

  •   “참석자 모두가 부르는 제창으로 하고, 국가 기념곡으로 지정해야 한다”...
    ‘그당’과 ‘쉰당’에서 한 말씀이란다. 그리고 이어진다.
      며칠 전 ‘북악(北岳) 산장’에 다녀오신 ‘그당’ 원내 대표가 일갈했다.
    “이 문제에 대해 5·18 당일 이 정권에서 어떤 태도를 취하냐에 따라 국정 운영의 큰 흐름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자 동행(同行)했던 ‘쉰당’ 분은 “협치와 소통을 강조한 청와대 회동 합의문을 찢어버리는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으스스하다.
    ‘전체주의’의 망령을 21세기 자유 대한민국에서 보는가 싶었다.
    그 ‘행진곡’을 궁민(窮民)들이 ‘떼창’하지 않았다가는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겠다.
    하루라도 빨리 배워야겠다.

  •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수 없는 현실에 저항해야 한다. 분노해야 한다”...
    ‘원서시’[원숭이띠 서울시장님]께서 ‘5·18민주화운동 서울 기념식’ 기념사를 통해
    밝히셨다고 한다.
      참 괴이하다. 누가 그 ‘행진곡’ 부르지 말라고 지시·강요·통제한 적은 없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최소한 1년 모자란 30년 전부터는 말이다. 부르고 싶으면 언제·어디서나 부를 수 있다.
    단, 돼지 멱따는 소리 등으로 주위에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그리고 기념사에서 “‘불의에 저항해 대동사회를 만들자’는 광주정신을 위해 싸워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하셨단다. 이 분 며칠 전부터 부쩍 “광주 정신”을 외치고 계시다.

    “과거부터 늘 광주 정신과 연결돼 살아왔다. 앞으로도 그렇게 할 생각이다” 
      과거부터 늘 “광주 정신”과 연결된 분이 어찌 서울시장이 되셨는가?
    서울시장이 되셨으면 “서울 정신”을 위해 싸우든지 하지,
    왜 그렇게 “광주 정신”만 찾는지 알 수가 없다. 서울 시민들은 갸우뚱 할 뿐이다.

  •   그 날을 맞아 많은 분들이 며칠 전부터 그 곳에 가셨다.
    ‘안대재’[안경잽이 대권 재수생]께서도 일찌감치 내려가셨고,
    ‘국립소록도병원’을 위문 차 방문하셨단다. 그것도 비공개로...
    그런데도 언론에 보도된 걸 보면, 위문 목적만 있는 건 아니었지 싶다.
    더군다나 SNS에 방문하신 사실도 알렸다고.
      참 웃기는 일이다.
    비공개로 가셨다는데도 공개가 되고, 더욱이 본인이 공개를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안대재’께서 소록도에 가신 사실이 알려진 것과 관련, 이런 기사가 신문에 실렸다.
      = 국민의당 관계자는 “소외된 계층에 집중하려는 안 대표가 5·18 광주 방문 이후
    소록도를 가려 했는데 동선(動線)이 사전에 공개되면서 문 전 대표에게 선수를 뺏겼다”고 했다. =
      ‘쉰당’의 ‘절안깡’[절대로 철수 안할 깡통]께서 소록도에 먼저 가시려했는데, 아쉽게 됐나 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절치부심(切齒腐心)한 흔적도 엿보인다.
    신문기사 한 토막이다.
      = (5·18) 공식 행사가 끝난 뒤 국민의당 의원들은 묘역 앞에서 다시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불렀다. =
      소록도에 먼저 가지 못했으니, 그 ‘행진곡’이라도 한 번 더 불러서 점수를 만회해야겠다는
    깊은 충정에 아마 그곳 주민들도 감복했을 듯하다. 지성(至誠)이면 감민(感民)이라... 조오타!

      이렇게 ‘그 날’이 가고 있다. 내년을 기약하며...
    내년 ‘그 날’은 ‘북악(北岳) 산장’ 주인 따먹기 선거일 7개월 전(前) 쯤 된다.
    아주 크게 기대된다.
      “오월, 그 날이 다시 오면...”

      그리고, 기억할 것이다. 그 ‘행진곡’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위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를...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山川)은 안다...”
    <더   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