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종북’ 지목된 민족통신 노길남 인터뷰 등 北당국 주장 그대로 대변
  • '자주민보'에서 이름을 바꾸고 전남 장성에 등록지를 옮긴 '자주시보'의 보도. 북한 당국의 주장을 대변하는 듯하다. ⓒ자주시보 홈페이지 캡쳐
    ▲ '자주민보'에서 이름을 바꾸고 전남 장성에 등록지를 옮긴 '자주시보'의 보도. 북한 당국의 주장을 대변하는 듯하다. ⓒ자주시보 홈페이지 캡쳐

    “북한은 미국도 따라오지 못할, 한 발로 탱크를 까부수는 ‘아메리슘 총탄’과 초소형 고성능 핵무기, 최신 스텔스 전투기까지 보유하고 있다”는 SF소설 같은 주장을 기사로 내놔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한 종북 매체 ‘자주민보’.

    ‘자주민보’는 과거 서울에 등록지를 두고 줄곧 활동하다 2015년 3월 대법원 결정으로 폐간된 뒤 전남 장성군으로 등록지를 옮겨 ‘자주시보’로 이름을 바꿔 여전히 활동 중이다.

    이 ‘자주시보’가 또 사고를 쳤다. 지난 4월 7일 한국으로 집단 귀순한 中닝보의 ‘류경식당’ 여종업원 얼굴을 모두 공개한 것이다. 귀순한 북한 사람의 얼굴과 신상정보를 공개한 것은 이들의 신상에 위협이 될 수도 있는 일이어서 많은 비판이 일고 있다. 

    ‘자주시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재미종북인사’로 지목된 노길남 민족통신 대표가 ‘자칭 여종업원 부모들’과 인터뷰한 내용도 전했다. 노길남은 “1994년 1월 1일생인 서경아 씨가 남조선 괴뢰들의 납치에 항거, 北으로 돌려보내달라고 단식농성을 하다 숨졌다”고 주장했다.

    ‘자주시보’는 ‘민족통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집단 귀순한 북한 여종업원 12명의 사진과 이름, 생년월일을 “여종업원 부모들의 요청”이라며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자주시보’는 ‘민족통신’과 북한 당국 등을 인용, 북한 해외식당 여종업원들의 집단귀순을 ‘국정원에 의한 기획납치’라고 며칠 째 주장하고 있다. 특히 ‘서경아’ 씨가 사망했으며, 이에 한국 정부가 당황해 숨기고 있다는 ‘민족통신’의 주장을 가장 먼저 내세우고 있다.

    ‘민변’과 ‘민족통신’의 주장이 ‘자주시보’를 통해 국내 좌익성향 매체 일부와 SNS를 통해 확산되자, 정부는 19일 북한이탈주민지원센터에서 인권보호관으로 활동 중인 박영식(51·여) 변호사와 ‘조선일보’ 간의 인터뷰를 통해 반박했다.

  • '자주시보'는 재미종북매체 '민족통신'을 인용, 집단귀순한 북한 해외식당 여종업원들의 얼굴과 이름, 생년월일을 모조리 공개했다. ⓒ자주시보 홈페이지 캡쳐
    ▲ '자주시보'는 재미종북매체 '민족통신'을 인용, 집단귀순한 북한 해외식당 여종업원들의 얼굴과 이름, 생년월일을 모조리 공개했다. ⓒ자주시보 홈페이지 캡쳐

    박영식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의 추천으로 북한이탈주민센터 인권보호관을 맡고 있으며, 이 자격으로 집단 귀순한 북한 종업원들을 여러 차례 만났다고 한다.

    박영식 변호사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도착한 여종업원 12명, 남성 지배인 1명 가운데 북한으로 다시 돌아가기를 원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며 ‘기획납치’라는 북한과 그 추종세력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박영식 변호사는 인터뷰에서 “(집단 귀순한) 종업원들은 모두 북한에 남겨둔 가족과 자신의 신변안전을 우려해 (개인신상이) 밖으로 드러나는 것을 절대 원치 않는다”면서 “종업원과의 면담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박영식 변호사는 다만 北종업원들이 외부 접촉을 꺼리는 이유에 대해서는 간략히 설명했다. 북한 종업원들이 말한 탈북동기, 과정 등이 그대로 드러나면 북한에 있는 가족들은 어떻게 되겠느냐는 우려가 가장 크다는 것이었다.

    지난 13일 ‘민변’ 측이 접견을 요구한 것에 국가정보원, 통일부 등이 거절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박영식 변호사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종업원 13명을 일일이 만나 ‘민변 변호인 접견을 하겠느냐’고 물어봤지만 모두 거절했다는 것이다.

    박영식 변호사는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13명 모두 건강하게 잘 있다는 것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면서 “남한 뉴스도 보고, 견학도 다니면서 한국에 적응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영식 변호사가 인터뷰를 통해 집단 귀순한 북한 여종업원들의 상황을 전했지만 ‘자주시보’의 “사람이 죽었다”는 주장은 계속되고 있다.

  • '자주시보'는북한 측의 주장을 전하면서,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TV(이하 우민끼TV)' 보도 내용을 인용하기도 했다. '우민끼TV'는 현재 국내에서 정상적으로 접속할 수 없는 매체다. ⓒ자주시보 홈페이지 캡쳐
    ▲ '자주시보'는북한 측의 주장을 전하면서,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TV(이하 우민끼TV)' 보도 내용을 인용하기도 했다. '우민끼TV'는 현재 국내에서 정상적으로 접속할 수 없는 매체다. ⓒ자주시보 홈페이지 캡쳐

    ‘자주시보’와 같은, 종북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인터넷 매체들이 버젓이 활동할 수 있는 것은 현재 언론 관련 법률의 맹점 때문이다.

    ‘자주민보’는 2005년 서울시에 인터넷 언론으로 등록한 뒤, 북한 찬양 기사와 북한 김씨 일가의 3대 세습에 동조하는 기사를 계속 올리다 적발됐다. 결국 발행인 이 모 씨는 2013년 대법원으로부터 이적표현물 게재 및 반포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 자격정지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후 이 씨는 국가보안법, 저작권법 등을 위반해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언론 발행인 또는 편집인이 될 수 없다는 언론 관련법을 피하기 위해 ‘바지 발행인’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발행인, 편집인으로 다른 사람을 내세운 이 씨는 이름을 ‘자주일보’로 바꿔, 계속 북한을 찬양하는 기사를 게재했고, 2014년 3월 우파 시민단체의 반발을 못 견딘 서울시가 ‘인터넷 신문등록 취소 심판’을 낸 뒤 대법원 판결에 따라 2015년 3월 결국 폐간을 당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또한 2015년 3월 26일 홈페이지 폐쇄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씨는 신문 이름을 ‘자주시보’로 바꾼 뒤 전남 장성군에서 인터넷 언론 등록을 했다. 실제 인터넷 신문을 만드는 사람 때문에 처벌을 받았어도 신문 등록 지역과 발행인 명의, 제호만 바꾸면 언제든지 다시 만들 수 있다는 맹점을 이용한 것이다.

    이 같은 법적 맹점은 2000년 이후 정부가 ‘인터넷 언론 육성’과 ‘언론의 자유 확대’를 이유로, 지자체에 관련 서류만 제출하면 인터넷 신문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시행령을 만들면서부터다.

    이에 지자체가 인터넷 신문 등록은 물론 관리감독 권한까지 갖게 됐지만, 실제로 검사를 하는 지자체는 거의 없었다. 서울시의 경우 2011년까지 등록과 관리감독을 한 사람이 모두 처리하도록 할 정도여서 실질적인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문제가 생겨도 신문 관련법에는 별다른 처벌 조항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어떤 인터넷 신문이 문제를 일으킨다 해도 국가보안법, 명예훼손이나 모욕 등 형법에 따라 처리하고 있다.

    이런 맹점 때문에 ‘자주시보’ 뿐만 아니라 10여 개의 유사 인터넷 매체들이 현재 전국 곳곳에서 종북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기사를 게재하며 활동하고 있다.

    언론계와 재계, 학계는 물론 국민들도 인터넷 매체 난립 문제를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주기를 바라고 있지만, 좌익 진영의 반대와 이들의 눈치를 보는 정치권, 포털 사이트 때문에 번번이 벽에 부딪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