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파리클럽’에 237억 달러, 2013년 체코 36억 달러 상환…제정러시아 부채도 갚아
  • ▲ 러시아 재정부는 지난 20일 "舊소련 시절 쿠웨이트에서 빌린 부채 17억 달러와 이자를 모두 갚았다"고 밝혔다고 한다. ⓒ러 스푸트니크 뉴스 한국판 캡쳐
    ▲ 러시아 재정부는 지난 20일 "舊소련 시절 쿠웨이트에서 빌린 부채 17억 달러와 이자를 모두 갚았다"고 밝혔다고 한다. ⓒ러 스푸트니크 뉴스 한국판 캡쳐

    안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 쯤 들어본 무기도입 사업 ‘불곰사업’. 그 시작은 노태우 정권 시절인 1991년부터 3년 동안 당시 소련에 14억 7,000만 달러를 빌려주면서 시작됐다.

    이후 소련이 무너지고, 1998년 러시아 정부가 ‘모라토리엄(채무 불이행)’을 선언하면서 이 채권은 모두 날아가는 듯했지만, 한국과 러시아 정부 간의 논의 끝에 돈 대신 러시아제 무기를 한국이 받기로 하면서 시작된 사업이다.

    ‘불곰사업’은 무기중개상 이규태 등이 성장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지만, 한국군이 舊소련에서 생산한 무기들에 대해 보다 잘 이해하고, 무기 자체 개발을 위한 다양한 원천기술을 얻은 기회이기도 했다.

    이렇게 돈 대신 받은 현물은 2003년 기준으로 4억 6,000만 달러 상당. 당시 노무현 정권은 러시아 푸틴 정권과의 협의를 통해 제 때 받지 못한 이자 등에서 6억 6,000만 달러를 탕감해주고, 남은 15억 8,000만 달러를 2026년까지 돌려받기로 합의했다. 다만 양국이 합의하면 부채를 천연가스, 철광석 등의 자원으로도 받을 수 있게 했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오늘날, 러시아 정부가 舊소련 시절 빌린 돈을 차례대로 전액 상환하고 있다. 특히 관영 통신이 對한국 부채 규모를 언급해 눈길을 끈다.

    지난 21일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 뉴스’는 “러시아 재정부는 지난 20일 舊소련 시절 쿠웨이트로부터 빌렸던 부채 11억 달러와 이자 6억 2,000만 달러를 모두 상환했다고 밝혔다”는 뉴스를 전했다.

    ‘스푸트니크 뉴스’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쿠웨이트로부터 빌린 부채 가운데 원금은 현금으로, 이자는 양국 간의 협의에 따라 첨단 기술 제품으로 상환했다고 한다.

    ‘스푸트니크 뉴스’는 “러시아 정부는 2000년 프랑스에 100년 동안 갚지 못했던 ‘제정 러시아’ 시절의 부채를 상환한 것을 시작으로, 2006년 ‘파리 클럽’에 부채 237억 달러를 전부 갚았고, 2013년에는 체코에 36억 달러, 몬테네그로에 1,800만 달러, 핀란드에 3,000만 달러의 부채를 모두 상환했다”고 덧붙였다.

    ‘스푸트니크 뉴스’에 따르면, 舊소련 당시 외국으로부터 빌린 부채 가운데 남아 있는 것은 한국, 마케도니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등이라고.

    ‘스푸트니크 뉴스’는 “러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부채 규모는 4월 초 기준 12억 달러로 확인됐다”면서 “상환 기간 및 형태 등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스푸트니크 뉴스’의 보도가 눈길을 끄는 것은 러시아 정부가 북한, 쿠바, 우즈베키스탄에 대한 부채 95%를 탕감해준 뉴스와 러시아 정부가 런던 법원에 우크라이나에 빌려준 돈 30억 달러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는 뉴스가 관련 기사로 엮여 있는 점, 그리고 한국에도 곧 부채를 상환할 듯 한 뉘앙스다.

    ‘스푸트니크 뉴스’가 러시아 정부의 입장을 상당 부분 반영한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러시아 정부의 연이은 부채 상환은 석유, 가스, 원자재 가격이 더 떨어지기 전에 대외 부채를 모두 상환, 서방 진영이 압력을 가할 수 있는 부분을 막으려는 의도로 풀이할 수 있다. 러시아 정부가 한국과의 ‘채무 관계’도 서방 진영이 활용할 수 있는 부분으로 본다는 뜻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