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다니는 학부모 제외…'인문학 기행', '한글 캘리그라피 배우기' 등 맛보기 교육
  • 서울시 교육청은 지난 4월 19일 유치원·초등학교 자녀를 둔 아빠 200여 명을 대상으로 '책 읽어주는 아빠' 연수를 충무아트홀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 뉴시스
    ▲ 서울시 교육청은 지난 4월 19일 유치원·초등학교 자녀를 둔 아빠 200여 명을 대상으로 '책 읽어주는 아빠' 연수를 충무아트홀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 뉴시스


    서울교육청이 학부모들을 독서·토론 멘토로 양성하는 ‘학부모 보늬샘’ 과정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과정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이 너무 제한적이고, 과정 내용이 편향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5월 24일부터 6월 23일까지 한 달 동안 학부모 33명을 대상으로 ‘학부모 보늬샘’ 과정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교육은 ‘책 읽는 사회문화재단’에서 실시한다.

    과정에 참여하는 학부모들은 이미 독서 동아리 활동을 하던 사람들로, 중학생 학부모 가운데 각 학교로부터 추천을 받은 사람들이라고 한다.

    이들은 ‘학부모 보늬샘’ 과정을 거친 뒤 독서·토론 동아리 활성화, 마을과 학교의 독서토론교육 자원봉사자로 활동할 예정이라는 게 서울교육청의 설명이다.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학부모 보늬샘’ 과정 시간은 10여 회 30시간. 이 가운데 9시간은 토의와 토론, 체험학습 등이라고 한다. 그런데 불과 30시간의 교육만으로 학생들의 독서·토론 교육을 도울 수 있을까.

    교육 과정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인문학 기행’ ‘한글 캘리그라피로 마음 전하기’ ‘책을 나의 이야기로 풀어가는 스토리텔링 기법 만나기’ 등이 눈에 띤다. ‘인문학’은 훑어보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이해가 어려운 분야이고, 스토리텔링 또한 오랜 기간 훈련을 하지 않으면 실제 적용하기 쉽지 않은 기법이다.

    이에 한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토론식 교육은 토론을 하는 학부모들을 강사가 지도해주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이들이 ‘전문가’가 아니라 ‘자원봉사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다른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토의와 토론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고, 본인이 직접 토론을 해보고 경험을 해야 아이들에게도 지식을 가르칠 수 있다”면서 해당 과정에 상당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른 부분에서의 문제점도 있다. ‘학부모 보늬샘’ 과정은 오전에만 이뤄진다고. 때문에 직장을 다니는 맞벌이 학부모는 아예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교육청 관계자 또한 “과정을 만든 의도가 학부모 체험 프로그램이 아니라 마을이나 학교의 독서토론을 돕는 자원봉사자 양성”이라면서 “직장을 다니는 학부모는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학부모 보늬샘’ 과정의 마지막 단계인 ‘저자와 함께 하는 북 토크’ 시간도 눈에 걸렸다. 초청 인사가 국내 대표적 좌익 성향 매체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대표다. 그가 ‘행복지수 1위’로 알려진 덴마크를 다녀온 뒤에 쓴 책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주제로 한다고.

    서울교육청 측은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를 초청하는 이유에 대해 “이 연수를 계획하는 부서에서 추천받은 것도 있고, 전에도 교육청에서 강연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서울교육청은 ‘학부모 보늬샘’ 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에게는 시민사회단체 등을 통한 특화과정 연수도 시켜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오마이뉴스’에다 ‘시민사회단체 특화과정 연수’ 등을 보고 ‘다른 생각’을 한다면 억측일까.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아직 ‘학부모 보늬샘’ 과정에 참여하는 학부모들을 연결할 시민사회단체나 학교는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장기적인 관점으로 봐달라”고 설명했다.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보늬샘’의 ‘보늬’란 밤, 도토리와 같은 견과류 열매의 부드러운 속껍질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