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선출 국회의장이 공포 시도하면, 결국 헌재까지 가게 될 수 있어
  • ▲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도중 국회의원의 임기가 만료된 뒤 이명박 대통령이 법률안을 공포했던 사례가 실려 있는 관보를 들어보이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도중 국회의원의 임기가 만료된 뒤 이명박 대통령이 법률안을 공포했던 사례가 실려 있는 관보를 들어보이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상시청문회법을 둘러싼 법리 공방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새누리당에서 제기한 '자동폐기' 주장에 대해 국민의당이 반박하고 나서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19대 국회에서 통과한 법안을 20대에서 공포할 수 없다는 것은 해괴망측한 학설"이라며 관련 선례를 제시하고 나섰다.

    박지원 원내대표에 따르면, 17대 국회가 임기 만료된 뒤인 2008년 6월 5일 이명박 대통령이 19개의 법안을 공포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18대 국회 임기 만료 이후인 2012년 6월 1일에도 이명박 대통령이 28개의 법안을 공포했다는 주장이다.

    전날 부장검사을 지낸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인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대통령은 (19대 국회 임기 만료일인) 29일 이전에는 (법률안을) 공포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30일부터는 공포를 할 수도,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없다"며 "국회를 통과한 법률안이라도 19대 국회 임기 내에 공포되지 않으면 자동폐기된다"는 견해를 제시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의 법리 공방이 나날이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이 와중에 오발탄도 잇따르고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사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괴망측한 논리는 학자답지 않고 학자 출신이 국회의원이 되어서 주장하는 내용도 틀렸다"고 주장했다.

    헌법학계의 권위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새누리당 정종섭 당선인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지만, 정종섭 당선인은 이른바 '상시청문회법'이라 불리는 국회법 개정안에 삼권분립을 위협하는 위헌 요소가 있다고 주장했을 뿐, 자동폐기에 관해서는 박지원 원내대표와 같은 입장에 서 있다.

    정종섭 당선인은 보도자료에서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의원 임기 만료 전 의결돼 정부로 이송됐기 때문에 19대 의원의 임기가 끝나더라도 자동폐기되지는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의 정종섭 당선인을 향한 '직격탄'은 오인사격이었던 셈이다.

    이렇듯 정치권에서 피아 구분없이 치열한 법리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자동폐기 여부를 둘러싸고 헌법학계에서도 의견이 갈릴 정도로 학설과 이론, 판례가 명확히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헌법 제51조는 "국회에 제출된 법률안은 회기 중에 의결되지 못한 이유로 폐기되지 않는다"면서도 "국회의원의 임기가 만료된 때에는 그러하지 않다"고 단서 조항을 두고 있다. 이 중 의결은 됐으되 임기 만료까지 공포되지 못한 법률은 어찌되는 것인지의 해석이 분명치 않은 것이다.

    헌법학계의 양대 원로로 불리는 김철수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와 허영 경희대학교 석좌교수가 서로 다른 입장을 펼치고 있다. 김철수 명예교수는 "자동폐기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인 반면, 허영 석좌교수는 "보류거부가 인정되기 때문에 자동폐기된다"는 입장이다.

    장영수·김선택 고려대 교수는 전자의 입장에 서 있는 반면 이덕연·이종수 연세대 교수는 후자의 입장에 서 있다. 헌법학계의 견해가 어느 한 쪽이 다수설이라고 쉽게 말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따라 국회의장의 선출 여부에 따라서는 입법부와 행정부가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채 법리 공방이 사법부로 떠넘겨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다.

    헌법 제53조는 국회에서 의결한 법률안을 대통령이 15일 이내에 공포하도록 규정하면서, 공포를 하지 않으면 기간의 경과로 법률안은 법률로서 확정되고, 이를 국회의장이 대신 공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폐기가 아니라는 입장을 따르게 되면, 오히려 법률이 확정된 것으로 볼 여지가 생긴다는 게 '시한폭탄'인 셈이다.

    야권 관계자는 "헌법 제53조 1항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이내에 법률안을 공포해야 하는데, 정부가 '보류거부·자동폐기'의 입장을 따르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이렇게 됐을 때 20대 국회의장이 야당에서 선출되면 헌법 제53조 5항에 따라 법률로 확정된 것으로 간주하고 6항에 따라 직접 공포를 시도할 수 있다"며 "그러면 공포의 유효성 여부에 대한 판단이 사법부로 넘어가게 되고 정국은 더 큰 파국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