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는 [국회의원을 위한, 국회의원에 의한, 국회위원의 나라]인가?"

  • “정치꾼이 국회의원이 되면 다음 선거를 생각하고, 정치가가 국회의원이 되면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

    영국 작가 콜린 클라크(Colin Clark)의 말이다.
    만약 그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한마디 더 붙였을 것이다.

    “폭도가 국회의원이 되면 국가 해체를 생각한다”

    19대 국회는 임기 마지막 회의가 열렸던 지난 20일, 국회법을 뜯어 고침으로써 대한민국 해체로 향하는 [지옥의 문]을 열었다.
    국회법을 개정했다.
    지난해 6월 국회법을 뜯어 고쳐 행정부의 고유권한(시행령 제정)을 침해하려 시도(유승민 당시 새누리 원내대표가 주도)했다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지 1년 만에 저지른 일이다.
    20대 국회의 구성은 19대보다 더 난잡하기 때문에, 이 같은 행태는 앞으로 4년 동안 계속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번에 뜯어 고친 국회법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간략하게 살펴 보자.

    첫째, 주구장창 청문회를 열어 행정부를 마비시키고 주눅들게 만듦으로써, 3권 분립 체계를 파괴했다(제65조).
    국회의 각 상임위원회가 결정하기만 하면 시도 때도 없이 청문회가 열리게 됐다.
    게다가 지금까지 운영해 왔던 국정조사와 국정감사는 고스란히 유지된다.
    미국과 같이 청문회가 비교적 쉽게 열릴 수 있게 되어 있는 나라는 국정조사나 국정감사 제도 자체가 없다. 청문회를 수시로 열 수 있도록 만들자면서, 국정조사와 국정감사도 계속하겠다는 것은 한마디로 행정부와 관료 집단 전체를 국회 앞에서 설설 기도록 만들겠다는 심보이자, [국회의원을 위한, 국회의원에 의한, 국회의원의 나라]를 만들겠다는 꼼수다.

  •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의원회관에서 회동을 갖고 있는 모습. ⓒ뉴데일리DB
    ▲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의원회관에서 회동을 갖고 있는 모습. ⓒ뉴데일리DB

    편집자 주:
    우상호-박지원 등 야당 원내대표들은 "청문회를 결코 남용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 말을 믿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세세하게 청문회 소집 규정을 만들어 놓지 않고 그저 막연하게 [소관 현안]이라고만 해놓았으니, 청문회는 행정부 공무원은 물론 공기업과 대기업 경영진들을 공개적으로 국회로 불러 으름장을 놓는 [국회의원에 의한 인민재판장]이 될 게 불보듯 뻔하다.

    미국의회의 청문회는 Hearings란 말 그대로 의원들이 청문회 출석자들의 의견을 듣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우리 청문회는 국회의원들의 악다구니 경연장이다.
    국회의원들은 일방적으로 출석자들을 인민재판하고, 출석자들에겐 말할 기회조차 거의 주지 않는다.
    자연스레 국회의원들과 청문회 출석요구 기관장 및 증인들 사이에 뒷거래와 짬짜미가 생성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 질 것이다.

    이런 국회의원들의 무소불위 권력을 누가 제어할 것인가.

    둘째,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심사]할 수 있게 만들어 사법부를 굴복시킴으로써, 3권 분립 체계를 파괴했다(제58조).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이 지켜야 할 궁극의 헌법 가치가 무엇인지 궁극적인, 최후의 판단을 내리는 기관이다.
    이에 대해 국회는 5월 20일,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대해 국회가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고 스스로 선언했다.
    스스로를 헌법재판소, 즉 사법부의 상위에 있는 존재라고 자임한 것이다.
    이는 마치 1804년 12월에 열렸던 나폴레옹의 황제 대관식과 같은 행위다.
    프랑스에서는 원래 노트르담 대주교가 왕관을 씌워준다.
    나폴레옹은 자기 손으로 왕관을 뒤집어 썼다.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은 스스로 국회가 왕이라고 선포한 것이다.

    편집자 주:
    이번 국회법 개정중 가장 문제있는 조항이다.
    예를 들어 보자.
    헌법재판소가 판단한 통진당 해산결정을 국회가 다시 [심사]하겠다는 것이다.
    간통에 대한 헌재의 위헌결정을 국회가 다시 [심사]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것은 헌법 개정에 준하는 내용을, 슬쩍 국회법에 끼워 넣은 것이다.
    국회가 행정부-사법부는 물론 헌법재판소까지 손아귀에 넣고 휘두르는, [국회의원을 위한, 국회의원에 의한, 국회의원의 나라] 즉 [국회독재국가]를 만들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셋째, 국민권익위원회를 윽박질러 일반 시민을 압박하고 재갈 물릴 수 있도록 만듦으로써, 국민주권 원리를 파괴했다(제 125조).
    국회가 요구하면, 국민권익위원회는 시급히 조사를 진행하여 조치를 취한 다음 국회에 보고하도록 만든 것이다.
    이는 결국 [범털 국회의원]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 혹은 집단이, 일반 시민 혹은 시민조직에게 [빅엿]을 먹일 수 있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편집자 주:
    동시에
    국회의원에게 몰려드는 민원을 국민권익위원회를 통해 행정부에 압박을 가해 해결하겠다는 잔머리 조항이다.
    이대로 법이 공포되면,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민원 해결창구로 권익위를 이용해먹을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자신의 지역구에 건축허가 민원이 발생했을 때, 국회의원들은 이 민원을 국민권익위원회로 하여금 조사토록 하겠다고 행정권한을 가진 기관에 으름장을 놓게 될 것이다.
    행정기관장들은 권익위라는 협박카드를 가진 국회의원들의 청탁에 골머리를 앓게 될 것임이 명약관화하다.



  • 원래 국회법은 “국회의 운영에 관한 규칙”을 법으로 정하는 데에 근본 목적이 있다.
    그러나 지난해의 국회법 소동과 이번 국회법 소동은, [국회 운영]이 아니라 [국회 권력의 절대화]를 목표로 삼았다.
    [국회의원을 위한, 국회의원에 의한, 국회의원의 나라]를 만들겠다는 기도였다.
    대한민국을 3권분립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이 아니라, 범털 국회의원들의 결탁 체제가 지배하는 [과두독재체제]로 만들겠다는 의도이다.

    통상 이 같은 국가 시스템의 변화는, 개헌 혹은 폭력 혁명 혹은 국가 변란에 의해 이루어진다.
    국회의원들은 이 셋 중 어느 것도 할 자신이 없다.
    개헌을 하자니 국민투표를 통과할 자신이 없고, 폭력혁명을 하자니 [가진 것이 너무 많은 샌님]이며, 국가 변란을 하자니 간덩이가 작은 겁쟁이일 뿐이다.
    그래서 꼼수로 국회법을 뜯어고치는 짓을 거듭 반복하는 중이다.
    이는 폭도 중에서도 매우 비겁한 저질 폭도의 행태다.
    폭도의 광기와 폭력성조차 없는 [금 수저 폭도]—이것이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실체다.
    이 [금 수저 폭도]들이 이제 대한민국을 해체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 같은 행태는 20대 국회에서는 더욱 더 노골적으로, 더욱 더 난잡하게 반복될 것이다.
    지옥의 문이 열렸다.


    대한민국은 국회의원들의 이 같은 폭도질에 의해 침몰할 나라가 아니다.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사회가 엄청나게 고도화-다원화 되어 있기 때문에 국회의원의 폭도질이 임계치를 넘으면 매우 광범위한 시민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
    노무현 정부 때 국가보안법을 없애고 한미동맹을 무너뜨리려 했던 시도에 대해 엄청난 시민 저항이 펼쳐졌었다.
    지금 자유민주주의 시민진영의 자발성과 에너지는 그때보다 훨씬 더 크다.
    한 번 물고가 터지면 걷잡을 수 없이 쏟아져 나온다.

  • 북한 김정은에게 우유를 먹이는 이설주.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 북한 김정은에게 우유를 먹이는 이설주.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둘째
    , 북한 급변사태가 도둑처럼 찾아 올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하늘을 찌르고 있을 경우) 헌법 72조 국민투표 조항에 의해 [국회의원 재선거] 안건이 국민투표에 회부될 수 있다.
    자유통일이 현실화되어 간다는 완전히 새로운 지평에서 완전히 새로운 정치판이 짜이는 것이다.

    필자 주 :
    한반도 정세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오컴의 면도칼](몇 개의 근본적인 단순한 명제를 기준으로 검토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단 세 개의 명제로 정리된다.

    1) 북한 전체주의 체제가 개혁개방으로 변화될 수 있는가?

    없다.
    개혁개방으로 들어서는 순간 체제 자체가 붕괴하기 때문이다.

    2) 북한 전체주의 체제는 핵과 미사일을 임계치(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는 수위)까지 막무가내로 밀어 붙일 것인가?

    그렇다.
    그들은 “핵과 미사일로 국제사회를 협박하면 돈과 권력이 생긴다”라는 사고방식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3) 북한 전체주의 체제와 협정을 맺을 경우, 이 약속이 준수될 것이라고, 미국 등 주요 당사국이 생각하고 있는가?

    아니다.
    북한 전체주의 체제는 평양주민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북한 주민을 개-돼지만도 못 한 존재로 본다.
    개-돼지라면 차라리 잡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전체주의 지배집단은 [백성]에 대해 아무런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다.
    따라서 [협정을 어길 경우에 닥치게 될 경제보복-무역보복]을 우습게 여긴다.
    그러므로 그들과 어떠한 협정을 맺더라도, 그 협정은 반드시 뒤집어지고야 만다는 것을 주요 당사국이 모두 알고 있다.

    이 세 개의 명제를 곱씹어 생각해 보면, 북한 전체주의 체제의 운명을 알 수 있다.
    나날이 조여들어가는 경제 제재-무역 제재 속에서 내부 변란이 일어나든가, 혹은 국제 공조에 의해 동원된 군사력에 의해 얻어맞고 주저앉는다.


    셋째, 자유민주주의와 자유통일을 지지하는 독립-재야 시민들이 급속하게 조직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열혈 강골 시민 중 조직화될 수 있는 규모는 아무리 작게 잡아도 전체 유권자의 0.1~0.5%는 된다.
    이는 4만 2천 명에서 21만 명에 달하는 규모다.
    자유민주주의-자유통일-세계시장 중시 성향의, 각계 각층 생활인들 수 만 명이 스스로 회비를 내면서 자발적 유권자 결사체를 만들면 정치지형과 정치문화가 근본적으로 바뀔 수 밖에 없다.

  • 지금 박근혜 대통령과 뜻있는 국회의원들이 해야 할 일은 하나다. 
    위 세 가지 가능성을 믿고 폭도화된 국회에 대해 과감하게 저항하는 것이다.
    단 그때 [박근혜]라는 깃발을 사용하는 것은 별로 효과나 감동이 없다.
    자유민주주의-자유통일-세계시장이라는 정치적 가치를 위한 싸움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을 거부한다면, 이는 [대통령 박근혜]의 권한을 위함이 아니라 [3권 분립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이라는 헌법 가치를 옹호하기 위함이다.

    박지원은 “대통령이 국회법을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인신포기각서를 들고 협박하는 조직폭력배가 “행복하게 사셔야죠!”라고 말하는 것을 연상시키는 [협박] 화법이다.
    이 같은 협박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저들의 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내 주고 있다.
    원래, 무는 개는 짖지 않는 법이고, 짖는 개는 물지 않는 법이다.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와 좌절감이 끓어 올라 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뜻있는 국회의원들이 똘똘 뭉쳐 버티는 것—이것이 시민의 위대한 각성과 행동을 촉발한다.

    싸움의 실질적 주체는 박근혜 대통령이다.
    주체가 깃발이 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 박성현 저술가/뉴데일리 주필.

    서울대 정치학과를 중퇴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0년대 최초의 전국 지하 공산주의 학생운동조직이자 PD계열의 시발이 된 <전국민주학생연맹>(학림)의 핵심 멤버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이 사건에 대해 재심도, 민주화보상법에 따른 보상도 일체 청구하지 않았다.

    한국일보 기자, (주)나우콤 대표이사로 일했다.

    본지에 논설과 칼럼을 쓰며, 저술작업을 하고 있다.

    저서 : <개인이라 불리는 기적> <망치로 정치하기>
    역서 : 니체의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웹사이트 : www.bangmo.net
    이메일 : bangm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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