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 감사관 보고서, 벵가지 사건 특위 조사, FBI 수사결과 곧 공개 예정
  • 2015년 美언론에 공개된, 2006년 트럼프의 결혼식 당시 트럼프와 힐러리 부부의 모습. ⓒ美현지언론 공개사진 캡쳐
    ▲ 2015년 美언론에 공개된, 2006년 트럼프의 결혼식 당시 트럼프와 힐러리 부부의 모습. ⓒ美현지언론 공개사진 캡쳐

    2016년 美대선은 결국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 간의 대결이 됐다. 하지만 그 결과는 예상과 달라질 수도 있어 보인다.

    트럼프는 첫 모금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고, 경쟁자였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의 지지를 얻는 등 순항을 하는 모습이다. 반면 힐러리 클린턴의 앞길에는 ‘예상했던 장애물’이 예상보다 더 큰 파괴력으로 다가오는 상황이다. 트럼프는 이 같은 상황을 놓치지 않고 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는 선거 유세에서 “나는 힐러리와 경쟁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그렇게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힐러리 클린턴이 ‘이메일 스캔들’로 낙마할 수도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트럼프가 이처럼 비아냥거릴 수 있는 것은 힐러리 클린턴의 국무장관 재직 시절에 있었던 일들, 그리고 그가 사설 서버를 통해 기밀 이메일을 주고 받은 ‘이메일 스캔들’의 후폭풍이 점차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美국무부 감사관실은 최근 “힐러리가 국무장관으로 재직 중 사설 메일 서버를 구축해 사용하면서 연방정부 규정을 어겼다”는 내용의 감사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고 한다.

    또한 우파 시민단체인 ‘사법감시단(Judicial Watch)’는 힐러리 클린턴을 이메일 스캔들과 관련해 연방법원에 고발했다. 법원은 소송 진행을 위해 힐러리 클린턴의 최측근과 국무부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소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7일(현지시간) 셰릴 밀스 前국무장관 비서실장이 법정에 나가 비공개 증언을 했고, 조만간 후마 애버딘 前국무장관 수행실장, 사설 메일 서버를 구축한 브라이언 파글리아노 前국무부 직원도 곧 소환될 것이라고 한다.

    ‘사법감시단’ 측은 법률로 허락하는 한도에 따라 증언 내용 일부를 대중들에게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이스 루컨스 前국무부 직원의 증언 내용이 대표적이다. 

    美하원에서는 공화당이 주도했던 ‘2012년 9월 벵가지 사건 조사위원회’가 조만간 사건 조사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 2011년 9월 11일(현지시간), 리비아 벵가지에 있던 영사관과 CIA 비밀기지가 이슬람 무장세력에게 습격을 당했다. 이 폭동으로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대사와 CIA GRS(지구적대응요원) 소속 특수요원 2명, 기술지원인력 1명이 숨졌다. 이후 조사 결과 당시 美정부는 이들의 항공전력 지원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직후 美CBS 관련보도 화면캡쳐
    ▲ 2011년 9월 11일(현지시간), 리비아 벵가지에 있던 영사관과 CIA 비밀기지가 이슬람 무장세력에게 습격을 당했다. 이 폭동으로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대사와 CIA GRS(지구적대응요원) 소속 특수요원 2명, 기술지원인력 1명이 숨졌다. 이후 조사 결과 당시 美정부는 이들의 항공전력 지원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직후 美CBS 관련보도 화면캡쳐

    美하원 ‘벵가지 사건 조사위원회’는 2012년 9월 11일 리비아 벵가지의 美영사관과 CIA 비밀기지가 현지 이슬람 무장 세력에게 습격을 받아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대사와 CIA 요원 등 미국인 4명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이 기밀을 사설 메일 서버를 통해 주고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월 현지 개봉한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 ‘13시간: 벵가지의 영웅들’에서도 다룬 2012년 9월 11일 ‘벵가지 습격사건’은 미국인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美하원 ‘벵가지 사건 조사위원회’의 조사를 통해 알려진 사실 가운데는 美국무부가 이슬람 무장세력의 습격을 받고 있던 CIA 요원과 스티븐슨 대사를 구하기 위한 지원요청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과 전직 특수부대 출신 CIA 요원을 국무부 계약직원으로 둔갑시키고, 이들을 마치 ‘소모품’처럼 사용했던 점도 포함돼 있었다.

    이 같은 사건의 전모가 담긴 보고서가 언론에 공개될 경우 힐러리 클린턴의 대선가도에는 적신호가 켜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이는 것은 美연방수사국(FBI)의 ‘이메일 스캔들’ 조사 결과다. 지금까지 美현지 언론에 알려지기로는, 힐러리 클린턴이 사설 메일 서버를 통해 주고 받은 이메일 가운데 2,000건 이상이 국가기밀로 분류됐고, 이 가운데 22건은 1급 기밀(Top Secret)‘로 분류돼 있다는 것이다.

    ‘이메일 스캔들’을 수사 중인 FBI는 당시 국무장관 비서실장 등은 물론 힐러리 클린턴까지 소환 조사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어서, 그의 대선 행보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 벵가지 조사 특위에 출석한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의 당당한 태도. 그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는데 대해 아무런 죄의식이 없어 보인다. ⓒ채널A 관련보도 화면캡쳐
    ▲ 벵가지 조사 특위에 출석한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의 당당한 태도. 그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는데 대해 아무런 죄의식이 없어 보인다. ⓒ채널A 관련보도 화면캡쳐

    여기다 ‘좌파의 뒤통수치기’도 힐러리 클린턴을 노리고 있다.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에게 사실상 패배한 버니 샌더스 버몬트州 상원의원은 지난 29일(현지시간) 美CBS의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美국무부 감사관실이 의회에 제출한 ‘힐러리 이메일 스캔들 보고서’를 미국인과 민주당원, 그리고 (대선 선출) 대의원들은 꼭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버니 샌더스는 또한 “모든 미국인이, 특히 (민주당의) 대의원들이 그 일(힐러리의 이메일 스캔들과 美국무부 감사관실 보고서)을 염두에 두게 될 것”이라면서 “아직은 (FBI에서) 조사 중인 사안이지만, 결과가 나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버니 샌더스의 발언은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이메일 스캔들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던 말을 번복하는 것이다.

    이처럼 힐러리 클린턴은 경쟁자인 트럼프와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의 대선 가도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