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브 린 “北, 제재압박에 은행 해킹으로 자금확보 나선 듯”

    "北은 국가 차원에서 그런 해킹을 할 수 있는 동기와 의도, 그리고 능력을 가지고 있다"

    RFA(자유아시아방송)  
      
      앵커: 미국 재무부가 1일 처음으로 북한을 ‘자금세탁 우려대상국’으로 공식 지정한 가운데
    최근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 타임스는 지난해와 올해 초 동남아 3개국에서 발생한 은행 해커 공격의 배후로 북한이 연루됐다는 정황이 나왔다고 보도했습니다.

    타임스는 특히 문제의 해킹 사건을 조사 중인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국가차원에서 돈을 절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현안과 관련한 전문가의 견해를 듣는 <집중 인터뷰> 오늘은 이 문제와 관련해
    스탠퍼드 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의 사이버 안보 전문가인 허브 린(Herb Lin) 박사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   기자: 뉴욕타임스의 5월26일자 보도를 보면 해킹 사건을 조사 중인 민간 연구원들이 이들 해킹에서 2014년 소니 영화사 해킹과 2013년 한국 금융기관과 언론사 해킹 때 발견된 동일한 형태의 코드를 발견했고, 이를 근거로 북한을 지목했는데요. 북한의 해킹 능력을 어떻게 보십니까?
      
      린: 전반적으로 볼 때 북한은 분명 사이버 공격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북한은 또 자체 목적을 위해 그런 능력을 사용할 용의가 있음을 과시해왔습니다. 제가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지적했습니다만, 북한은 현재 엄격한 제재를 당하고 있고, 그래서 그런 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어합니다. 오랜 세월 북한이 택한 방법 가운데 하나가 미국 달러화, 특히 100달러 지폐를 위조하는 것이었죠. 미국 정부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새롭게 도안한 100달러 지폐를 내놓았고, 그에 따라 북한의 달러화 위조는 더욱 힘들어졌습니다. 그렇게 되자 북한은 대체 방안을 강구해야 하는 압박을 느끼게 됐죠. 따라서 북한이 새로운 대체 자금확보원에 대한 관심을 가진 점을 감안할 때 은행에 대한 해킹을 벌인 게 사실이라면 이는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닙니다.
     
      기자: 북한이 정말 외화 자금을 확보할 목적으로 은행 해킹을 벌였을까요?
     
      린: 저는 아직 관련 내용을 다 읽어보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보도 내용을 보면 결국 북한 소행으로 귀착되는 것 같습니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그건 제겐 놀랄 일이 아닙니다. 물론 이런 내용이 사실이 아니란 증거를 제시한다면 저도 생각을 달리 할 여지는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말씀드리는 요점은 북한이 그런 해킹을 할 수 있는 동기와 의도, 그리고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자: 북한이 이번 해킹에 연루됐다면 유엔의 엄격한 제재 압박 때문이란 말씀이죠?
     
      린: 바로 그렇습니다. 그게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일 겁니다. 북한이 은행 해킹에 나섰다면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겁니다. 사실 해킹의 주체가 국가일 필요는 없습니다. 어느 개인이라도 가능합니다. 이를테면 범죄자가 거액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을 해킹할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북한의 경우 특히 위험한 점은 국가 차원에서 범죄자처럼 해킹을 할 수 있는 자원과 동기를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만일 당신이 범죄자라면 오직 특정 행위만 벌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가 당신이 하는 일을 뒤에서 도와줄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한다면 이는 아주 다른 얘기입니다.
     
      기자: 뉴욕 타임스지는 정보보안업체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지금껏 어느 한 나라가 돈을 목적으로 해킹을 감행한 사례가 없다”면서 북한 소행이 맞다면 “이번이 첫 사례”라고 지적했는데요?
     
      린: 제가 알고 있는 한 그게 사실입니다. 물론 이번 해킹 소행과 관련해 우리가 아직 모르는 게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해킹은 해당 연구원이 국가 차원에서 감행한 것임을 발견한 유일한 사례입니다.
     
      기자:
    사실 북한 외에도 다른 나라들도 관심 상대국에 정치, 군사적 목적으로 해킹을 벌이지 않았습니까? 이를테면 중국은 작년에 미국 기업과 정부를 상대로 정보를 빼내기 위해 해킹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던지지 않았습니까?
     
      린: 말씀하신 대로 미국 정부는 작년에 중국의 인민해방군 소속 특정 개인 여러 명이 미국 내 기업과 정부을 상대로 해킹했다며 이들을 ‘경제 간첩’ 혐의로 기소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우려는 해킹과 같은 범죄적 활동의 배경에 북한 정부가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중국은 북한과 해킹 동기가 다르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중국은 미국 은행에서 해킹으로 돈을 절취하는 데 관심이 없습니다. 미국도 마찬가지로 중국의 은행 체계를 불안정하게 하는 해킹엔 관심이 없습니다. 북한은 이런 나라들과는 다른 동기와 의도를 갖고 있습니다.
     
      기자: 보도에 따르면 이번 해킹은 특히 세계 최대의 은행 간 국제결제 체제인 ‘스위프트(Swift) 시스템’이 뚫려 전 세계 금융업계를 긴장시켰는데요. 그런 차원에서 국제사회의 대응이 시급하지 않습니까?
     
      린: 물론 추가 제재가 대응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정확한 답변을 드릴 수 없지만, 분명한 점은 이런 해킹에 맞서 국제사회의 보다 과감한 대응조치를 내놓아야 한다는 겁니다.
     
      네,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북한의 은행 해킹소행과 관련한 뉴욕 타임스 보도와 관련해 스탠퍼드 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 허브 린 박사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