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대북제재 공조 위한 행보, '한국형 원조 모델' 개발 칭찬해줘야
  • ▲ 지난달 13일 외교부와 전경련이 공동으로 주최한 '아프리카 데이' 행사에 참석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축사를 하고 있는 모습.ⓒ외교부.
    ▲ 지난달 13일 외교부와 전경련이 공동으로 주최한 '아프리카 데이' 행사에 참석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축사를 하고 있는 모습.ⓒ외교부.


    조선일보는 지난 5월 26일 사설을 통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가리켜 '자화자찬(自畵自讚) 외에는 별로 기억나는 것이 없는 인사'라고 비난했다. 정말 그런가.

    조선일보가 윤병세 장관을 비판하며 제시한 근거는 사설 필자의 '기억'이었다. 윤병세 장관은 조선일보 필진의 기억대로 관료주의에 찌든 '일개 하수인'에 불과한 걸까?

    세간에서 지어준 윤병세 장관의 별명은 '오병세'이다. 박근혜 정부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장관직을 수행할 것이라는 관측에서 나온 별명이다.

    윤병세 장관은 9일 기준으로 장관직을 수행한 지 1187일이 됐다. 이는 1987년 단임제 개헌 이후 최장수 기록이다.

    장관직을 수행한 1187일을 되짚어 봤을 때 윤병세 장관은 분명 100점 짜리는 아니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그토록 비판할 정도의 '과오'를 저지르지도 않았다.

    최근 행보에서는 괄목할 만한 점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3개국 및 프랑스 순방을 수행한 뒤 곧장 쿠바로 향한 것이다.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으로서는 처음 방문이었고, 북한과 형제라 일컫는 쿠바를 찾아가 '대북(對北) 외교전'의 서막을 올린 것이다.

    윤병세 장관은 오는 12일부터 14일까지는 러시아를 찾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만난다. 14일부터 15일까지는 불가리아로 가서 공세적 대북 압박 외교를 이어간다.

    그야말로 빽빽한 일정이다. 이유는? 전통적 우방들인 미국, 일본, EU 등의 대북제재 의지에 발맞춰야 하기 때문에, 당사자로서의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는 이렇게 쉴 틈이 뛰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2270호가 '만장일치'로 채택된 후 북한에 대한 제재를 이행하겠다는 국제사회의 의지는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보고서 또한 러시아를 포함해 20여 개국이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3년 당시 대북제재 결의 2094호가 채택됐을 때의 8개국보다 갑절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런 행보가 조선일보로부터 '욕'을 먹어야 할 일인가.

    일부 매체가 '급조된 이벤트'라며 평가 절하했던 한국형 개발협력 모델 '코리아 에이드'도 다시 되짚어 보자.

    급조됐다? 틀렸다. 2015년 9월 유엔총회 개발정상회의 계기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채택, 우리 정부의 개발협력 구상이 발표된 뒤 이해 말부터 정부는 최빈국(LDCs)과 취약국 지역의 소녀 등을 대상으로 한 개발협력사업을 발굴하기 시작했다.

    2016년 초 동아프리카 순방 준비를 위한 관계부처 협의 과정에서 아프리카 지역의 취약계층, 특히 소녀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복합 개발협력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개념에서 출발한 것이 '코리아 에이드' 사업 방안이었다.

    사업 대상국은 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냐로 정해졌고, 현지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사업 내용이 구체화된 것이다.

    정부는 금번 순방 이후 2017년 하반기까지 한국국제협력단(KOICA) 주도 아래 보건, 음식, 문화를 포괄하는 사업 외에도 분야별 사업을 수시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한다.

    사업이 정착되면 개발협력사업의 취지에 맞게 지원 대상국 기관에 전부 이관할 예정이다.

    조선일보 등에서 말한, "개발협력과 무관한 사실상 '보여주기 식이 전부"라는 지적도 '사실'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한식·한류 콘텐츠는 이번 사업을 추진하면서 현지 주민들과 보다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넣은 '부수적 요소'에 불과했다.

    정부는 금번 '코리아 에이드' 사업 성과로 3개국에서 4,200여 명이 수혜를 입었다고 보고 있다.

    특히 6.25전쟁 참전국인 에티오피아 현지에서는 언론들이 '코리아 에이드를 '새로운 개발협력 사업'이라고 추켜세우며 양국간 교류가 증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시작으로 '한국형 원조모델'을 창출하는 것 아니겠는가.

    대북압박 외교, 우리의 성공 경험을 공유해 저개발국을 도우려는 원조사업을 동시다발적으로 이뤄내야 하는 윤병세 장관의 행보를 "단순한 정권의 시녀"로 폄하하는 이유는 뭘까.

    지난 1100여 일 동안 윤병세 장관이 보여준 모습이 대한민국 최초의 '5년 짜리 외교부 장관'으로 부족하다는 건가 아니면 "우리랑 친한 사람이 장관 자리를 꿰차야 한다"는 사심(私心) 때문인가.

    '100점 짜리'가 아니라서 내쳐야 한다면, 우리 사회에서 지금 '자리'를 유지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지 자문해볼 일이다.

    "미세먼지는 삼겹살·고등어 구이 탓"이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조선일보 등 언론들이 정부 정책에 대한 객관적이고 건전한 비판 보다 장관 개인에 대한 폄하를 하고 싶다면, 그가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