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IL 자체 해커조직 전 세계 미군기지 위치, 한국인 포함 21개국 민간인 정보 유포”
  • 테러조직 '대쉬(ISIS)'가 2016년 1월 24일(GMT) 온라인에 공개한 '협박 영상' 가운데 데이비드 캐머런 英총리를 지목한 장면. ⓒ테러조직 대쉬(ISIS) 공개영상 캡쳐
    ▲ 테러조직 '대쉬(ISIS)'가 2016년 1월 24일(GMT) 온라인에 공개한 '협박 영상' 가운데 데이비드 캐머런 英총리를 지목한 장면. ⓒ테러조직 대쉬(ISIS) 공개영상 캡쳐

    국가정보원이 19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이 주한미군 시설과 한국인을 테러 대상으로 지목하고 미군기지 좌표와 신상 정보를 메신저로 공개, 테러를 선동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ISIL이 최근 자체 해커조직 ‘유나이티드 사이버 칼리파’를 통해 입수한, 전 세계 미군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공군기지 77개의 좌표와 21개국 민간인 신상 정보를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유포하며 ‘십자군과 싸워라, 무슬림을 위해 복수하라’고 테러를 선동했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우리나라는 오산, 군산 소재 주한미군 공군기지의 구글 위성지도와 상세 좌표, 홈페이지가 공개됐으며, 국내 복지단체 직원 1명의 이름, 이메일뿐 아니라 주소까지 공개됐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한국인 복지단체 직원의 신상정보는 해당 단체 사이트를 해킹해 확보했고, 주한미군 공군기지 좌표는 인터넷에 공개된 자료를 취합한 것이라고 추측했다.

    국정원은 “주한미군 공군시설과 한국인을 테러 대상으로 지목한 ISIL이 대한민국을 테러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며 “ISIL은 2015년 11월 파리 테러를 시작으로 유럽, 미주뿐 아니라 아시아로 테러 범위를 넓혀가고 있으며, 위장 난민, 자생적 동조세력에 의한 테러를 유도함으로써 위협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2010년 이후 국내에 입국했다 ‘출국조치’를 당한 테러조직 가입자 50여 명이 출국됐고, 사회에 불만을 품은 내국인 2명이 ISIL 가입을 시도하다 적발됐던 사실을 언급하면서 “만약의 테러 가능성에 대비해 주한미군 공군과 군경 등 유관기관에 해당 사실을 통보하고, 신상정보가 공개된 사람은 경찰을 통해 신변보호 조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정원의 보도자료 공개에 국내 언론들은 테러조직의 공격이 임박한 듯 보도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국정원이 ‘대테러법’ 통과 이후 “우리도 뭔가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국정원이 보도자료 말미에 “정부는 테러방지법 시행으로 신설된 총리실 산하 대테러센터를 중심으로 범정부적 테러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국제 테러단체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테러 위협으로부터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데 만전을 기할 것”이라는, ‘틀에 박힌 주장’을 그대로 곁들인 게 가장 눈길을 끌었다.

    국정원이 19일 배포한 보도 자료를 찬찬히 뜯어봐도 웃기는 점들이 보인다. 국정원이 우려한 내용들은 사실 2015년 9월 ‘대쉬(ISIS)’가 온라인 선전 잡지 ‘다비크’를 통해 ‘십자군 동맹’이라 일컬으면서 한국을 지목하고, 2015년 11월 온라인과 SNS에서 배포한 테러 선동 영상에 태극기를 집어넣은 데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한 ‘공갈 협박’ 수준이다.

    게다가 국정원이 세계적으로도 무슬림 테러조직에 온정적인 좌익 매체 등이 아니면 거의 사용하지 않는 ‘ISIL(이라크 레반트 이슬람 국가)’라는 이름을 그대로 반복적으로 사용한 점도 보는 이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 2015년 12월 美내부에서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테러조직 '대쉬(ISIS)'를 진압할 전략이 없다는 비난이 일었다. 사진은 관련 패러디. ⓒ美트루스 리볼트 홈페이지 캡쳐
    ▲ 2015년 12월 美내부에서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테러조직 '대쉬(ISIS)'를 진압할 전략이 없다는 비난이 일었다. 사진은 관련 패러디. ⓒ美트루스 리볼트 홈페이지 캡쳐

    일부 안보전문가들은 국정원이 19일 배포한 보도자료 내용을 접한 뒤 한국 정부의 현실 인식이 너무도 안이한 게 아니냐고 지적한다. 

    한국은 2004년 11월부터 입국하는 외국인에 대한 통제를 사실상 해제한 뒤로는 불법체류자에 대해서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에게는 쉽게 국적을 내주며, 정체불명의 외국인이 한국에서 사업을 한다고 하면 ‘비자’ 또한 쉽게 내준 탓에 몇 년 전부터 ‘대쉬(ISIS)’와 같은 테러조직은 한국을 ‘국적세탁’과 ‘자금세탁’의 경유지, ‘테러용 물품 공급지’로 삼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미군 기지를 공격하는데 있어서도 출입구과 본 시설 간의 거리가 먼 경기 오산, 전북 군산에 있는 美공군기지보다는 시설물이 밀집해 붙어 있는 의정부, 서울 용산 등을 노리는 게 전략적으로 더욱 유리하다는 점도 이상하다고 지적한다.

    한국 정부가 지난 20년 동안 해온 정책으로 볼 때 테러조직 '대쉬(ISIS)'가 서울 중심가에서 테러를 저질러도 '경제'와 '대북외교'를 내세우며, 테러조직과 연관이 있는 국가들에 대한 제재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테러조직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