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유승민 복당 보도, 비판 댓글 봇물 "민심 호도하지 마시오" 일침
  • <조선일보>와 친박(親朴), 양측 사이가 틀어진 것은 이미 언론계에선 잘 알려진 사실이다.

    양측이 어떤 문제로 충돌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정책이니, 입법이니, 이익이니, 떠돌아다니는 해석만 무성하다.

    어느 시점부터 조선일보는 친박(親朴)을 넘어 청와대를 겨냥한 비판을 수시로 쏟아내기 시작했다. 감정 섞인 보도를 접한 여권 관계자들은 격한 불만을 토해내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조선일보의 비판 수위는 점차 높아가고 있다. 비판(批判)을 넘어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비난(非難)으로 치닫고 있다.

    심지어 미디어오늘이 조선일보의 한 기사를 소개하면서 "수구·보수언론이 야당지로 돌변했다"는 반응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좌익(左翼) 대변지로 꼽히는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방불케 하는 논조다. 보수 성향 독자들의 반발은 불 보듯 뻔했다.

     

  • ▲ ⓒ 6월 17일자 조선닷컴 보도 캡처화면
    ▲ ⓒ 6월 17일자 조선닷컴 보도 캡처화면

     

     

    √. 무엇이 민심(民心)이란 말인가?

    조선일보의 지난 17일자 보도가 또 다시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비대위 11명 '무기명 투표 반란'… 民心 업고 朴心 뒤집다>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16일 유승민 등 탈당파 무소속 의원 7명에 대해 전격적으로 복당 결정을 내린 것은 4·13 총선 이후의 '민심(民心)'을 의식하고 유 의원 복당에 반대하는 '박심(朴心)'을 뒤집은 결과란 평가다. (중략)


    3면 정치 섹션 헤드라인이다.

     

    <85일만에 돌아온 유승민 "黨개혁 역할 할 것">이라는 제하의 기사도 바로 옆에 붙여 넣었다.

    계파 갈등의 진원(震源)이 된 결정이다. 그만큼 논란의 깊이를 쉽게 헤아릴 수 없는 사안이다.

    무엇이 '민심(民心)'이고, 무엇이 '박심(朴心)'인지 도무지 구분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일부 비대위원의 목소리를 민심(民心)으로 규정지었다.

    친노(親盧) 운동권 세력이 애용하는 전형적인 이분법적 프레임이다.

    '민주(民主) 아니면 독재(獨裁)'

    일종의 왜곡이다. 흔히 말하는 흑백논리(黑白論理)에 가깝다.

    문제(問題)를 흑이 아니면 백, 선이 아니면 악이라는 방식(方式)의 두 가지로만 구분(區分)하려는 극단적 논리를 연상케 한다.

    유승민 의원의 복당을 큰 목소리로 환영한 비박(非朴) 진영이다. 그간 조선일보가 김무성-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비박(非朴) 인사들을 두둔해 온 것으로 미뤄볼 때, 민심(民心)을 정의하기까지 그리 오랜 고민은 하지 않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친박(親朴) 진영은 큰 한숨을 지었다. 그간 유승민 의원이 수차례에 걸쳐 내부 총질을 한 만큼, 청와대 측도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의견들은 조선일보과 말하는 민심(民心)과 무관한 것일까?

     

  • ▲ 비대위 복당 결정이 나오자마자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선 유승민 의원. ⓒ뉴데일리
    ▲ 비대위 복당 결정이 나오자마자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선 유승민 의원. ⓒ뉴데일리

     

    √. 조선일보, 등잔 밑이 어둡다

    사실 유승민 의원의 복당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이는 해당 기사의 댓글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민심(民心)과 박심(朴心)을 운운한 조선일보 기사에는 21일 오후 현재까지 총 281개의 댓글이 달렸다.

    친박(親朴) 진영과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조선일보의 편향된 시각을 꼬집는 동시에 유승민 의원의 복당 결정을 비판하는 의견이 봇물을 이루고 있었다. 비단 셀 수가 없을 정도다.

    대표적인 댓글을 소개하면 이렇다.

    - 그 민심 잘못 짚었다. 유승민 하나 때문에 진짜 보수 이탈이 불 보듯. (sisaf****)

    - 유승민 복당 원하는 게 조선심이지 민심이냐? 누가 그러든? 국민이 유승민 복당시키길 바란다고? (nya*)

    - 민심을 업고 박심을 덮었다고? 이게 바로 이 나라의 언론 폭거 기회주의적 발상이다. 앞으로 대통령 임기가 5년이 남았다면 언론이 이런 글귀를 쓸 수 있었겠나? 새로 태동할 미래 권력에 보험을 드는 신문 종편방송들 이들이 앞장서 먼저 칼질을 해대고 있다. 지들 맘대로 민심이라 이름 짓고 배고픈 찌라시 평론가들 몇 푼 주고 독설 퍼붓게 부추기는 조중동 종편 3개 방송들... (lwk109****)

    - 실체도 없는 친박을 만들고, 친박은 다 나쁜 놈으로 만드는 이 논조들은 도대체 무엇인가요? 박근혜 대통령이 하는 것은 다 나쁜 것으로 글들을 쓰는 것 하고. 유승민이 하는 그런 말과 행동을 보면 그 자의 정신수준이 제대로 된 자가 아님을 알텐데 기사는 대통령 욕만 하고 있으니. (re****)

    - 제목 꼬라지 하고는 민심이 뭐 어떻다고? 민심은 유시민(유승민) 복당 절대불가다. 유시민(유승민) 복당함으로서 보수 지지자들 다 떠난다. 이딴 글로 시민들 분노하게 만드는 조선일보 수명도 이제 머지 않았다. 걸핏하면 삭제하니 무서워서 글도 못쓰겠어요. (lover****)

    - 이재오 정두언 김을동 황진하 이들 친이계가 다 떨어져도 친박한테 총선 책임을 씌우는 희한한 언론과 친이계 주장을 민심이라니 소가 웃을 일이요. 민심! 언론 나불거리기에 달렸지. 민심이 뭔데 별것 아녀! 언론과 친이계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네. 허긴... 친이계가 선점한 언론에 포위되었으니 방법이 없긴 하지요. (yuu****)

    - 유승민 김무성이 득세하는 새누리는 지지할 수 없다. 조선은 민심의 향방도 모르고 자본주의 온갖 부와 권세는 누리고도 생각만은 좌파로 움직이는 유승민을 두둔하고 있다. 민심은 저런 표리부동한 배신자는 절대 새누리 의원이 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everyday****)

    - 저물어가는 권력에서 발을 빼고 솟아오르는 권력에 몸을 의탁하는 것은 동서고금 어디서나 자연스러운 이치. (chandler****)


    다음 장으로 넘길 필요도 없이 첫 페이지에서만 보이는 글들이다.

    첫 페이지 댓글 15개 중 13개가 조선일보와 유승민 의원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조선일보가 주장하는 민심(民心)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어 보였다.

     

    그렇다면 박심(朴心)은 무엇일까.

    매일경제의 19일자 보도를 발췌한 내용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당 상황과 관련해 '더 이상의 분열보다 화합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유 의원의 복당 허용 논란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 문제로 여당 내분이 확산되는 건 옳지 않다는 입장을 간접 피력한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일부 친박계 의원들이 "좌시할 수 없다"며 반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가 '추가 폭발' 없이 '봉합 모드'로 들어간 이면엔 이 같은 청와대 분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9일 "조선·해운 등 산업 구조조정과 영남권 신공항 발표, 맞춤형 보육 실시, 야당의 법인세 인상 주장 등 중차대한 민생 정책 이슈가 동시다발적으로 점화하고 있는 시점 아니냐"며 "여당이 모든 정책 역량을 한 곳으로 모으기는커녕 정치적인 일로 이렇게 분열하고 갈등하면 이를 바라보는 국민은 얼마나 불안해하겠는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유승민 의원 복당이 예민한 문제이긴 했고, 혁신비대위 회의 과정상 부적절한 일도 있었던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이 문제가 산적한 민생 문제를 덮어버릴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청와대 분위기와 관련해 여권 관계자는 "무엇보다 박 대통령 뜻이 중요했겠지만, 김재원 신임 정무수석 취임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며 "이번 사태와 관련해 김 수석은 당내 화합을 강조하는 행보가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비난을 위한 비난은 화를 부를 뿐이다.

    4.13 총선 패배에서 드러난 새누리당의 오만과 조선일보의 헛발질은 무척이나 닮아 있었다.

     

  • ▲ ⓒ 조선일보, 2016년 5월 26일자 사설
    ▲ ⓒ 조선일보, 2016년 5월 26일자 사설

     

    √. 운동권식 이분법 비판하던 조선일보가...
     
    <조선일보>가 어쩌다 운동권식 이분법 논리에서 허우적거리게 됐는지 궁금하다.

    그간 조선일보는 누차 운동권의 해묵은 사고방식을 강력 비판하며 쇄신과 혁신을 요구해 왔다. 대표적인 케이스는 이렇다.

    조선일보, 2015년 5월 26일자 사설 中

    야당을 지금의 나락에 빠뜨린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는 이미 알려져 있다. 세상을 선악(善惡)의 이분법으로 보고 자기만 옳다는 독선에 빠져서 매사에 운동권식 투쟁 논리를 들이대는 게 우리 야당의 체질이다. 그런데 막상 야당의 행태와 실상은 그들이 악(惡)으로 보는 여당과 다를 게 없고 어떤 점에선 오히려 뺨친다는 사실이 계속 드러났다. 많은 국민은 야당의 80년대식 운동권적 행태에 염증과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이런 독선과 운동권식 투쟁의 근거지가 흔히 친노라고 부르는 야당 내 최대 파벌이다. 친노의 이런 배타적 성향은 야당 내에서도 반발을 불러 지금의 야권을 친노 대 비노로 양분하기에 이르렀다. 사흘 전 노무현 전 대통령 6주기 추도식에서 그의 아들이 손님들에게 난데없이 정치 공격을 퍼붓고, 그에 환호하는 일부가 비노에 욕설과 물병 세례를 한 것이 바로 적나라한 친노의 행태다. 야당의 역할을 이해하고 기대하는 사람들까지도 이런 모습을 보며 진저리를 치게 된다.

    야당 혁신위가 이 현실을 절실하게 깨닫고 정면으로 마주하기만 해도 반은 성공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전 혁신 기구들이 모두 실패한 것은 극성스러운 친노와 외곽 지지 세력들의 보복이 두려워 이 핵심은 모른 척 넘어가고 그럴듯한 구호와 다짐, 몇 백 페이지짜리 보고서로 국민을 속이고 넘어가려 했기 때문이다. '김상곤 혁신위'도 그럴 생각이라면 김 위원장이 벌써 듣고 있는 '얼굴마담' '허수아비' 소리가 괜한 것이 아니었다는 평가밖에는 남을 게 없을 것이다.


    그랬던 조선일보가 스스로 꼬집고 비판했던 친노(親盧) 운동권 세력의 족적을 좇고 있다.

    이제 민심(民心)이 조선일보를 떠나고 있다.

    "조선일보가 방향을 잃었다"는 문제 지적이 보수 진영 내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조선일보>가 청와대에 갖고 있는 앙심(怏心)이 언제 어떻게 수그러들지는 알 수 없다. 남은 것은 과제들 뿐이다.

    스스로 돌아봐야 할 조선일보다. 해당 기사에 붙은 한 댓글이 작금의 문제를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기자 양반, 제목 제대로 쓰시오. 왜 거짓으로 선동을 하시오. 나라를 생각하는 민심은 나라를 진정으로 위하여 일하는 정치인들을 의지하고 있는데, 이런 정치인들을 친박이니 박심이니 하면서 도리어 국가를 그르치는 집단인 것처럼 내용을 잘 모르는 국민들에게 잘못 호도하지 마시오." (jay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