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영교와 김수민

  • 서영교는 학생위원장 출신으로 중년이 돼 금배지를 달았다.
    김수민은 서영교보다 훨씬 이른 갓 서른에 금배지를 달았다.
    그러면서도 이 둘을 둘러싼 스캔들이 두 야당에 끼치고 있는
    ‘후과(後果)’는 아주 비슷하다.

    어떻게?

     여당은 이승만 박정희 이래의
    더러운 세력-반(反)민주-반(反)민족-반反)민중-
    유신부활-부정부패-친(親)재벌-친미친일-사대매국-전쟁 세력-헌 정치 집단이고,
    반면에 야당은 깨끗한-거룩한-신성한 세력-반(反)이승만 독재-반(反)박정희 유신-
    반(反)전두환 신군부-민주-민족-민중-반(反)신식민주의-정의-진리-평등-평화-
    새 정치 세력이라고 하는,
    케케묵은 ‘전설’에 다시 한 번 “헛소리 그만” 하고
    감자를 먹인 점에서 바로 그렇다.

     이제 정의는 아무 데도 없다.

    정의를 독점했다고 자부-자처-자임할 특권계급이 완전히 없어졌단 말이다.
    옛날 옛적엔 정의와 진리를 혼자서 장악했다고 뽐내던 고생대 인류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민주화와 진보만 내세우면 그런대로 ‘인정’을 받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이젠 더 이상 아니다.
    이렇게 된 데엔 두 가지 경로가 있었다.
    ‘민주화운동가들의 기여+산업화세대에 의한 민주화의 물질적 토대 구축+세계사의 진운’으로 인해 민주화란 다급한 구호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된 ‘세상의 변화’가 우선 그 하나다.

     또 하나는, 왕년의 민주화 운동가들의 기득권화, 권력화, 세속화, 타락사례, 구닥다리 화(化),
    지적(知的) 노후화, 떼거지 문화, 전체주의적 사고(思考)의 잔재, 반(反)세계시장-반(反)근대주의(anti-modernity), 기타 등등이 그들의 지적(知的)-도덕적-문화적 생명력을 스스로 말라죽게
    만든 ‘자살 꼴’을 꼽을 수 있다.
    가만 내버려 뒀는데도 그들 스스로 나태해지고 정신적으로 늙어버리고,
    욕심이 생기고, 얼굴 두꺼워진 탓이랄까.

     서영교의 경우는
    그 자신이 얼마나 시인했는지 몰라 여기서 함부로 단정할 순 없지만,
    대체로 가족들을 ‘금배지의 향연’에 불러들였다는 점이다. 족벌주의(nepotism)였던 셈이다.
    이는 학생운동을 비롯한 모든 “정의를 위하여!” 운동 출신들로선
    득세(得勢) 후에 절대로 해선 안 될 대표적인 부도덕 -불명예-불미 사례라고밖엔 할 수 없다.
    박완주란 야당의원은 “무시하세요...”라고 서영교에게 격려의 문자를 보냈다지만,
    글쎄 그걸 그렇게 간단히 무시해버릴 수 있을지?

     김수민의 경우는
    현재 수사 중인 사건이라 멀리는 이다음 대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는
    뭐라고 판단을 하기가 그렇게 쉽진 않다. 다만 현재까지 알려진 바대로
    그녀가 당(사무부총장?)의 지시대로 움직였을 뿐이라고 한 그녀 측 자복(自服)대로라면
    이 사건이 국민의 당과 안철수의 ‘새 정치’에 끼얹을 흙탕물의 강도(强度)는
    히로시마 핵폭탄 못지않을 것이다.
    ‘헌 정치’를 하는 집권당이나 ‘헌 야당’도 아니고, 그 둘의 더러움을 다 같이 매도하는 데서
    자신들의 탄생의 이유와 존재의 근거와 존립의 명분을 세워온 ‘새 정치’ 주역들에게는
    그야말로 이 사건은 장희빈이 마신 사약(賜藥) 만큼이나 ‘죽을 맛’일 것이다.

     두 야당이 이 문제에 끝내 함구하거나, 딴전을 피우거나, 시침을 떼거나,
    뻗대거나, 피해가거나, 반발하거나, 검찰 욕이나 하거나,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할 경우
    그건 “남이 하면 스캔들, 내가 하면 로맨스” 소리나 자초할 뿐이다.

    야당, 민주화 운동 출신, 진보세력, ‘새 정치’ 운운은 더 이상 성역(聖域)도 아니고,
    소도(蘇塗)도 아니고, 면죄부도 아니고, 특권도 아니고, 독야청청(獨也靑靑)도 아니고,
    정의(正義)의 총판(總販)도 아니고, 치외법권도 아니고, 언터쳐블(untouchable)도 아니다.

    그저 자기들이 왕년에 대들었던 상대방이나 다를 바 없는,
    똑같은 부정-부패-타락-누추함을 저지를 개연성을 함께 나누어가진,
    그저 그렇고 그런 세속 정치 끗발들 중 하나일 뿐이다.
    그네들이 내세우던 ‘도덕적 우위’는 이미 오래 전에 없어졌다.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