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조직 ‘대쉬(ISIS)’ “우리 전사들이 했다”…방글라데 정부 “JMB 조직원 소행”
  • ▲ 지난 2일 오전(현지시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테러범을 진압한 뒤 현장수습을 위해 달려가는 보안군 장갑차들. ⓒ美CBS 관련보도 화면캡쳐
    ▲ 지난 2일 오전(현지시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테러범을 진압한 뒤 현장수습을 위해 달려가는 보안군 장갑차들. ⓒ美CBS 관련보도 화면캡쳐

    지난 1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일어난 테러조직의 인질극 상황이 알려지면서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2일 방글라데시 보안군 특수부대의 진압작전으로 구출된 인질들은 “테러범들이 인질들에게 꾸란(Quran)을 암송하는 시험을 시키고, 통과하면 음식을 제공했지만 통과 못한 사람은 잔인하게 고문한 뒤 살해했다”고 증언했다.

    방글라데시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인질극은 10시간 동안 이어졌다고 한다.

    美CBS 방송 특파원 ‘조나단 비글리오티’ 기자가 만난 인질들은 테러범들의 잔혹한 행동을 생생하게 전했다. 테러범들은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질들에게 “저들이 총을 쏘면, 우리는 너희를 모두 죽여 버릴 것”이라고 협박하는 등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고 한다.

    구출된 인질들에 따르면, 7명의 테러범은 AK소총과 수류탄, 칼 등으로 무장한 채 방글라데시 다카의 외교공관 밀집 지역에 위치한 식당 ‘홀리 아티잔 베이커리’에 “알라후 아크바르”를 외치며 난입, 안에 있던 사람들을 모두 인질로 잡았다고 한다.

    테러범들은 인질들을 한 곳에 모은 뒤 “우리는 십자군에 참여한 국가 사람들을 죽일 것이다. 그들의 전투기가 무슬림을 죽이고 있다”는 등의 주장을 펼쳤다고 한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식당을 둘러싸고 대치 상황이 벌어지자 테러범들은 인질들에게 ‘꾸란’ 암송을 시켰다고 한다. ‘꾸란’을 암송하지 못한 이탈리아인, 일본인 등은 ‘잔혹한 고문’을 당한 뒤 살해됐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숨진 인질들은 고문을 당한 수준이 아니라 ‘공포영화의 살인마’처럼 인질들을 잔혹하게 살해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숨진 인질 다수가 참수를 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美CBS 방송은 테러진압작전을 지휘했던 ‘나임 아쉬팍 쵸두리’ 육군 준장을 인용해 “살해된 인질들은 모두 날카로운 흉기로 난자(亂刺)당해 살해됐다”고 보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었다.

    테러범들이 무슬림 국가에서 외국인을 가려내기 위해 ‘꾸란’을 암송하라고 시킨 것은 과거에도 몇 차례 있었던 일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2014년 11월 아프리카 케냐에 숨어든 테러조직 ‘알 샤바브’ 조직원들이 길 가던 버스를 세운 뒤 승객들에게 ‘꾸란’ 암송을 시키고, 못 외운 사람 28명을 살해한 사건이다. 이후로도 ‘꾸란’ 암송을 시킨 뒤 사람들을 살해하는 테러가 곳곳에서 일어났다.

    이는 테러조직 ‘대쉬(ISIS)’가 서방 국가 출신들을 가려낼 때 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케냐에서 테러를 벌인 ‘알 샤바브’ 또한 ‘대쉬’에 충성맹세를 한 바 있다. 이번 방글라데시 테러가 일어난 직후 ‘대쉬’는 자신들의 소행이라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방글라데시 정부는 다르게 보고 있다. 외신들은 아사두자만 칸 방글라데시 내무장관을 인용해 “테러범들은 10년 전에 활동이 금지된 ‘자마에툴 무자헤딘 방글라데시(JMB)’ 소속으로, 모두 대학 교육을 받았으며 대부분 부유한 가정 출신”이라고 전했다.

    국내 언론들은 방글라데시에서 테러가 발생한 것을 두고 놀라는 기색이 역력하다. 하지만 외신들은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 터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테러조직 ‘대쉬’는 2014년 등장한 뒤 자신들의 목표를 공개한 바 있다. 당시 1차 목표는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 국가(ISIL)’로 이라크와 시리아, 리비아, 이집트 일부 등 북아프리카 일대를 ‘이슬람 국가’로 만드는 것이었고, 2차 목표는 이라크를 넘어 이란 북부와 방글라데시,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까지를 잇는, 고대 ‘호라산 왕국’ 지역까지 ‘이슬람 국가’로 만든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국제안보전문가들은 테러조직 ‘대쉬’의 성장을 막지 못할 경우 빈부격차와 이슬람 수니파 근본주의자들이 많은 방글라데시, 파키스탄까지도 이들의 영향권 아래 들어갈 수 있다고 계속 우려해 왔다.

    이번 방글라데시 테러는 이 같은 우려가 현실이 되는 시작일 수 있다는 것이 국제안보전문가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