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시리아 ‘몸통’ 아래 12개국에 지부, 7개국에 ‘비밀조직’ 운영 주장
  • 지난 6월 29일(현지시간) 테러조직 ‘대쉬(ISIS)’가 ‘이슬람 칼리프’를 선언한 지 2년을 기념해 자신들의 조직도를 공개한 것을 놓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쉬(ISIS)’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는지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대쉬(ISIS)’는 선전매체 ‘아마크 통신’을 통해 자신들의 조직도를 공개했다. 조직도 상단에는 “이슬람 칼리프를 선언한 2014년 6월 29일로부터 2년이 지난 뒤”, 그림 아래에는 “2016년 6월 29일 이슬람 칼리프”라고 돼 있다.

  • ▲ 테러조직 '대쉬(ISIS)'가 지난 6월 29일(현지시간) 선전매체 '아마크 통신'에 공개한 조직도. ⓒ아마크 통신 공개사진 캡쳐
    ▲ 테러조직 '대쉬(ISIS)'가 지난 6월 29일(현지시간) 선전매체 '아마크 통신'에 공개한 조직도. ⓒ아마크 통신 공개사진 캡쳐

    이 그림을 보면, ‘대쉬’의 주요 통제지역은 이라크와 시리아, 그 아래에 ‘중간 통제(Medium Control)’ 10개국, ‘비밀조직(Covert Unit)’을 둔 국가 7개가 나와 있다.

    이라크와 시리아가 ‘내전’ 상황이며, ‘대쉬’가 준동하는 지역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중간 통제’ 지역이라는 나라, 이집트, 리비아, 예멘,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필리핀, 니제르, 나이지리아, 체첸, 다게스탄을 살펴보면 고개가 갸우뚱해 진다.

    이들 나라 가운데 리비아, 소말리아는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다. 무장 민병대 조직이 워낙에 많아 특정세력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체첸과 다게스탄의 경우 이슬람 수니파 근본주의자와 테러조직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특정 세력이 모두 장악한 상태는 아니다.

    아프가니스탄, 니제르, 예멘 등에서는 테러가 빈발하고 있지만, 정부의 통제력이 아예 없는 곳이 아니다. 이 나라 정부들은 미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외부의 조력을 받으면서 테러조직과 싸우고 있다.

    이집트는 시나이 반도 일부에서 활동 중인 안사르 베이트 알 마크니스, 나이지리아는 북부 일대에서 활동하는 보코하람, 필리핀에는 남부 민다나오 일부 지역에 숨어서 활동하는 아부 샤아프 등이 ‘대쉬’에게 충성맹세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들 테러조직은 해당 국가 전반에 영향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대쉬’가 ‘비밀조직’이 있다고 말한 국가, 터키, 프랑스, 방글라데시, 사우디아라비아, 알제리, 레바논, 튀니지의 경우에는 일종의 ‘연락소(Post)’가 있는 수준으로 보인다.

    터키의 경우 시리아 국경과 인접해 ‘대쉬’에 투신하려는 이슬람 수니파 근본주의자와 사회 불만 세력들의 유입 경로로 유명하다. 터키 현지 언론들은 “국내에 ‘대쉬’ 지부가 11개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지만, 그 정도의 ‘위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프랑스의 경우 이슬람 수니파 근본주의자들이 많고, 잇따른 테러 때문에 그럴싸해 보이지만, 실제 테러를 일으킨 용의자들이 벨기에 등을 오고 간 점을 보면 ‘비밀조직’이 있다는 주장은 조금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 방글라데시, 알제리, 튀니지 등에서도 ‘대쉬’를 추종하는 세력이 있다고는 하나 그 활동은 다른 지역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알제리, 튀니지는 ‘재스민 혁명’ 이후 여기저기서 튀어나온 무장세력 때문에 테러조직이 오히려 부각되지 않을 정도다.

    이들 국가보다는 오히려 ‘대쉬’에 충성 맹세를 한 ‘제마 이슬라미야’가 활동하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라든가 ‘대쉬’를 추종하는 테러조직이 있는 말리 등이 더 위험해 보인다.

    국내 언론들은 ‘대쉬’가 공개한 조직도를 보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대쉬’가 대외 선전을 할 때 자신들의 세력을 부풀리기에 여념이 없었던 점, 최근 모술, 팔루자 등에서 이라크 보안군에게 패퇴했던 사실 등을 떠올려 보면, ‘대쉬’가 공개한 조직도는 역으로 그들의 ‘지배력’과 ‘정보력’이 갈수록 퇴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