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과반 동의만 있어도 가능하다더니… 교총 "학부모 찬성 받은 것 확실한가?"
  • ▲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뉴데일리 DB
    ▲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뉴데일리 DB


    서울교육청이 2016년 '서울형 혁신학교' 지정 학교를 발표한 가운데, 신청학교 중 2곳이 탈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결정은 서울교육청이 인기가 떨어진 혁신학교 공모를 위해 지정 문턱까지 낮춘 상황에서 벌어진 결과라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13일 "2016년 하반기 서울형 혁신학교로 재공모지정 학교 2곳을 포함해 총 10곳을 지정했다"며 "혁신학교를 희망한 학교 중 혁신학교 운영의지, 혁신학교 운영역량, 학교 교육여건 등을 중심으로 서류심사와 현장실사를 거쳐 10곳을 지정했다"고 밝혔다.

    서울교육청은 "이번에 신규 신청한 학교는 당초 10개 교였으나 그중 2개 교는 학부모의 동의율은 높았으나 교원 동의율이 낮아 혁신학교 지정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교육 소비자인 학부모는 혁신학교 지정을 원했지만 교사의 반대가 심해 무산됐다는 것이다. 

    눈에 띄는 점은 두 학교 모두 교육청이 제시한 기준을 충족했지만 서울교육청이 지정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교육청은 지난 5월 '서울형 혁신학교 하반기 모집'을 한다며 혁신학교 선정 문턱을 대폭 낮추는 개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혁신 학교 학생들의 기초학력 저하, 학교 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교사와 비전교조 교사 간 대립, 교사의 업무 가중 문제 등으로 혁신 학교의 인기가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실제로 2015학년도 서울시 혁신학교 모집의 경우 교육청 측은 55개교를 신규 선정하려고 했으나 신청 학교가 47개교에 불과, 미달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 같은 현실을 본 서울교육청은 2016년 하반기 혁신학교 모집부터는 교원 동의율이 50%를 넘거나 카카오톡 등 SNS, 가정통신문 등을 통해 투표에 참여한 학부모가 절반을 넘고 그 중 50% 이상이 찬성하면 되도록 바꿨다.

    기존에는 '혁신학교'로 지정되려면 교원 과반수와 학교운영위원회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했다. 즉 전체 학부모의 25%만 찬성해도 혁신학교가 가능하도록 개정안을 발표한 것이었다. 

    서울교육청의 혁신학교 지정 기준이 공개되자 조희연 교육감이 임기가 끝나는 2018년까지 200개의 혁신학교를 지정하겠다는 공약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런 비판에도 서울교육청은 '혁신학교' 선정 기준 완화를 강행했지만 이번에 '교원 동의율'이 저조한 것을 근거로 2개 학교를 혁신학교 지정에서 탈락시켰다는 것이다.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은 "교육감 공약이기도 해서 교원이나 학부모 둘 중 하나의 동의만 얻어도 가능하도록 (혁신학교선정) 기준을 예전보다 완화했는데, 오히려 교육청이 지정하지 않았다"면서 "선정 기준을 통과했음에도 교육청이 이들을 혁신학교로 지정하지 않은 것은 '학부모 25%'의 동의도 얻지 못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동석 대변인은 "서울 교육청 설명으로는, 마치 학부모는 압도적으로 찬성했는데 교사가 반대해서 안됐다는 식으로 비춰진다"며 "학부모와 교사 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울교육청 측은 혁신 학교 선정에 탈락한 두 학교 모두 학부모 설문에서 50%의 동의율은 확보했지만 교사 동의율이 50%를 넘지 않아 지정을 미뤘다고 해명했다. 실제 교사 동의율이 터무니없이 낮아 지정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추측이 가능한 부분이었다.

    본지는 서울 교육청에 두 학교 교사의 동의율을 구체적으로 알려달라고 요청했으나 "교사 동의율이 50%를 넘지 않았다"면서 "정확한 수치는 두 학교의 명예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서울교육청은 또 "혁신학교 지정을 꼭 올해 하반기에 해야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교사 동의율이 50%를 넘지 않는데 굳이 무리하게 지정을 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교사들의 혁신삭교 지정 반대 이유에 대해서는 "선생님들이 수업 혁신이나 교육관의 혁신을 해야 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할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면서 "교사들에게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에 지정된 서울형 혁신학교는 혁신학교 운영을 위한 기반을 조성한 후 2017학년도부터 4년간 '혁신학교 교육'을 하게 된다. 신규 지정된 서울형 혁신학교에는 하반기 기반 조성비로 각 학교 당 1,500만 원, 재지정 혁신 학교는 평균 1,750만 원을 지원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