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 발언, 아베 '평화헌법' 개헌 막기위한 '카드' 분석도
  • ▲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생전 양위(讓位) 의사를 밝힌 가운데 관련 법 개정이 불가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아키히토 일왕, 미치코 왕비.ⓒ美'월스트리트저널' 중계영상 캡쳐
    ▲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생전 양위(讓位) 의사를 밝힌 가운데 관련 법 개정이 불가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아키히토 일왕, 미치코 왕비.ⓒ美'월스트리트저널' 중계영상 캡쳐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메이지 유신 이후 처음으로 생전 양위(讓位) 의사를 밝히면서, 日왕실 제도의 기본법인 '황실전범(皇室典範. 이하 전범)' 개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日'NHK'등 현지 언론들은 올해 82세인 아키히토 일왕이 건강 상의 이유로 살아 있을 때 양위(왕위 이양)를 희망하고 있다고 지난 13일 일제히 보도했다.

    日'교도통신'에 따르면 아키히토 일왕은 최소 1년 전부터 이러한 뜻을 주변에 밝혀왔다고 한다. 하지만 즉시 퇴위하지 않으면 안 될 건강 상의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아키히토 일왕은 2003년 전립선암 수술을 받은 후 호르몬 치료와 운동 요법을 받고 있다고 한다. 2012년에는 협심증으로 인해 심장 수술을 받은 바도 있다.

    양위 의사를 밝힌 아키히토의 말을 받아들여 황태자에게 그 자리를 물려주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일본 왕실전범 4조에는 "일왕이 서거했을 때에는 황태자가 즉위한다"고 돼 있으나 생전 퇴위와 관련된 규정은 없다. 따라서 생전 양위를 위한 왕실전범 개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日'교도통신'은 왕실전범 개정은 정부가 전문가 회의 등을 통해 논의를 진행하고 결론을 내기까지 몇 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와 관련 日궁내청 관계자는 생전에 양위하는 것을 제도화할 경우 국민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 "천황의 뜻을 받들어 극히 일부의 간부들이 극비리에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모양"이라며 "정부에서 구체적인 논의가 개시됐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고 日'교도통신'은 전했다.

    아키히토 일왕의 생전 양위 의사 표명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사회 일각에서는 아키히토 일왕이 아베 내각의 개헌을 저지하기 위한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고 한다.

    1946년 공포돼 개정한 적 없는 '일본국 헌법'은 1889년에 제정된 '일본제국헌법'과 큰 차이를 보인다.

    구(舊) 헌법 1조는 "일본제국은 만세일계의 일왕이 이를 통치한다"고 씌어 있지만, 새로 만들어진 헌법 1조에는 "일왕은 일본국의 상징이다. 이 지위는 주권을 가진 일본 국민의 총의에 근거한다"고 적어 일왕의 지위를 통치의 의미에서 상징적인 역할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2012년 자민당이 야당 시절 공개한 개헌안 초안에는 일본 전력 보유 금지와 국가 교전권 불인정의 내용을 담은 日헌법 9조 무력화는 물론 일왕을 국가원수로 승격시킨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舊헌법 체제로 돌아가 일왕이 실제 통치자로 회귀한다는 것을 뜻한다. 아키히토 일왕은 그간 한국인 전몰자 기념비 참배 및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반성을 언급하는 등 일본이 저지른 전쟁에 대한 반성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이에 이러한 아키히토 일왕의 생전 양위 의사 표명은 아베 내각의 개헌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