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AP 등 "에르도안, 쿠데타 배후로 '페툴라 귤렌' 지목"

터키 쿠데타, '무슬림 근본주의' 에르도안이 원인?

에르도안 "죽을 각오를 하고 돌아왔다"…쿠데타 세력 '진압' 선언

노민호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6.07.16 18: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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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에서 15일(현지시간) 군부에 의한 쿠데타가 발생했다.

쿠데타는 발생 6시간 만에 사실상 진압됐으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슬람 원리주의식 통치'에 대한 반대가 그 원인이 됐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총리 시절부터 이슬람 수니파 근본주의와 서구식 민주주의를 결합해 터키식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그러면서 에르도안은 터키 헌법에 나와 있는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는 '세속주의' 원칙을 무시한 채 이슬람 주의를 강화하고 언론탑압 등을 자행하기도 해 많은 원성을 샀다.

심지어 이집트 군부에 의해 축출된, '무슬림 형제단' 출신의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해 국내외에서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에르도안의 이 같은 '이슬람 근본주의 성향'과 강압적인 정치는 그를 '21세기 술탄'으로 불리게 했으며, 군부 등에서 반대 세력이 나오는데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쿠데타 역시 에르도안의 통치 스타일에 반대하는 군부 내 세력이 벌인 일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군부가 일으킨 쿠데타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AFP' 등 외신들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쿠데타 발생 6시간 만인 16일(현지시간) 오전 4시쯤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이는 쿠데타가 어느 정도 진압돼 안정 국면으로 접어들자, 에르도안이 공항에 모습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아타튀르크 공항에서 "나는 죽을 각오를 하고 돌아왔다"며 "이번 쿠데타와 관련된 세력들을 체포하기 위한 법집행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번 쿠데타를 '반역'과 '폭동'으로 규정하고 정부가 쿠데타 세력을 진압했다고 선언했다.

휴가로 자리를 비웠던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탄불 공항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 한때 망명설이 돌기도 했다.

앞서 터키 군부는 15일(현지시간)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보스포러스 해협 대교를 처음으로 장악한 뒤 봉쇄하고, 민영 NTV 방송국과 도안 통신사를 통해 "(우리가) 국가 권력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세력은 성명에서 "법이 국가를 지배할 수 있도록 헌법 질서, 민주주의, 인권, 자유를 자시 세울 것"이라며 "군부는 현존하는 외교 관계를 지속하고 법치를 앞세울 것"이라고 쿠데타를 선포했다.

이후 수도 앙카라를 포함해 최대 도시 이스탄불 등지에서 총성과 폭발음이 발생하고 전투기가 날아다녔다.

中관영 '신화통신'은 쿠데타로 최소 90명이 사망했고 1,154명이 부상당했으며, 가담 세력 1.563명이 체포됐다고 알렸다. 美'CNN'은 앙카라 내에서만 최소 42명이 숨졌고 이들 중에는 쿠데타 세력에 맞선 경찰들도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쿠데타 주동자는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았으나 에르도안 대통령은 현재 미국에 살고 있는 이슬람 지도자 '페툴라 귤렌'을 지목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쿠데타는 국가의 단합을 원치 않는 군부 일부가 이슬람 수피즘 성직자인 귤렌의 명령을 받아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귤렌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귤렌은 "터키의 국내 정치에 군부가 개입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며 "터키에서 일어난 군부 쿠데타 시도를 가장 강력한 수준으로 비난한다"고 반박했다.

에르도안과 귤렌은 한때 정치적 협력자 관계였으나, 에르도안이 총리로 재임하던 시절인 2013년 부정부패 스캔들이 발생해 이를 계기로 사이가 트러졌다. 당시 에르도안은 귤렌을 스캔들의 진원지로 지목한 바 있다.


한편 국제사회는 이번 터키 군부의 쿠데타 시도를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어느 나라에서든 군부의 국정 개입을 용납할 수 없다"며 "터키가 조속하고 평화롭게 민간 통치로 돌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백악관 성명을 통해 "터키의 모든 정당이 민주적 절차를 통해 선출된 정부를 지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도 "안정과 자제를 촉구하며 터키 민주정부와 헌법을 전폭적으로 존중한다"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터키 민주정부를 지지하며 민간인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도 이번 터키 군부 쿠데타 시도에 심각한 우려를 표했으며, 터키 전역에 '특별 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성명을 통해 "우리 정부는 터키 군 일부에 의해 발생한 사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이번 사태가 민주적 헌법 질서가 철저히 준수되는 가운데, 조속히 수습돼 안정이 회복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조태열 외교부 제2차관 주재로 터키 사태와 관련해 긴급 재외국민안전점검회의를 열고 터키지역 여행경보 단계를 특별 여행 주의보로 격상했다.

특별 여행 주의보는 단기적 위험상황 발생시 적용되는 특별여행경보 중 1단계로서 일반 여행경보 3단계(여행 취소 또는 연기/철수권고)에 해당한다.

외교부는 "이번 특별여행주의보 발령에 따라, 터키에 체류 또는 방문 중인 우리 국민들은 긴급한 용무가 아니면 철수하길 바란다"며 "또한 이 지역 방문을 계획 중인 우리 국민들은 가급적 여행을 취소하거나 연기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번 쿠데타로 인한 한국 교민 피해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공항 내에 한국인 110여 명이 발이 묶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駐이스탄불총영사 보고에 따르면 현재 공항 보세구역 안팎에 80여 명, 수화물 벨트 인근 구역에 30여 명 등 총 110여 명의 우리국민이 공항 내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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