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실패’ 후 나흘 간 공무원 등 4만 4,000명 해고…방송사 21곳 면허 취소
  • ▲ 美CNN이 보도한,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터키 방송국 간의 화상통화 장면. 에르도안 대통령과 터키 정부는 "SNS 덕분에 쿠데타를 진압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믿는 외신은 별로 없다. ⓒ美CNN 관련보도 화면캡쳐
    ▲ 美CNN이 보도한,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터키 방송국 간의 화상통화 장면. 에르도안 대통령과 터키 정부는 "SNS 덕분에 쿠데타를 진압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믿는 외신은 별로 없다. ⓒ美CNN 관련보도 화면캡쳐

    지난 15일 ‘6시간짜리 쿠데타’를 겪었던 터키에서 피바람이 불고 있다. ‘이슬람 수니파 근본주의자’로 알려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쿠데타에 연루됐다는 혐의로 군인, 경찰, 판·검사들을 해임한 데 이어 칼끝을 교육계와 언론으로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와 터키 국영 TRT 방송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19일(현지시간) 터키 고등교육위원회가 전국의 모든 대학 학장 1,577명에게 사표제출을 지시했다고 한다.

    터키 현지 언론들은 “터키 고등교육위원회가 전국의 모든 대학 학장에게 사표를 내라고 지시한 이유는 쿠데타 배후로 지목된 재미 이슬람 지도자 펫훌라흐 퀼렌과 가까운 학계 인사들에 대한 신속한 해고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고 한다.

    ‘연합뉴스’는 “방학이어서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 있는 동안 ‘제거 대상’인 학장들을 신속하게 몰아내려고 모든 대학 학장들로부터 사표를 받은 것 같다”는 이스탄불의 한 사립대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을 전하기도 했다.

    에르도안 정권의 ‘숙청’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터키 정부는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총리실 소속 공무원 257명, 교육부 1만 5,200여 명, 내무부 8,777명, 종교청 492명 등을 직위해제하고, 사립학교 교사 2만 1,000여 명에 대해 “쿠데타와 연계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교사 면허를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현지시간) 이후 나흘 동안 군인 6,300여 명을 포함해 4만 4,000여 명에 이르는 공무원들이 해고를 당한 것이다. 현재 터키 당국에 체포돼 ‘조사’를 받는 군인, 판·검사, 공무원, 종교인의 수도 9,300여 명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르도안 정권의 ‘숙청 바람’은 언론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터키 라디오·방송위원회는 펫훌라흐 귈렌과 연계되었다는 이유로 TV방송국, 라디오 방송국 24곳의 방송허가를 취소하고, 앞으로 필요할 때는 언제든, 어떤 언론사든 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美‘뉴욕타임스’ 등 해외 언론들은 이런 에르도안 정권의 행태를 보면서 “쿠데타와 관련되었다는 이유로 체포되거나 해고당한 사람의 수가 비상식적으로 많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해외 언론들은 현재 에르도안 정권의 행태와 함께 한 터키 언론사의 보도를 인용하면서 ‘에르도안의 쿠데타 기획 또는 방조설’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터키 언론에 따르면, 터키 정보국(MIT)가 군 수뇌부에 쿠데타 발생 5시간 전에 “쿠데타 시도가 있을 것”이라는 정보를 전파했고, 이에 따라 훌루시 아카르 총사령관이 모든 부대에 장비와 병력 이동 금지 명령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는 쿠데타 정보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다고 거듭 밝힌 에르도안 대통령의 말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독재를 위한 쿠데타 기획설’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아무튼 국제사회는 ‘지역 안정’을 위해 에르도안 정권의 ‘쿠데타 진압’을 지지했지만, 이후 터키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피의 숙청’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