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째서 ‘태극기’는 흔들어대는가?
    “동기는 다르지만, 결과는 같다!”

    이 덕 기 / 자유기고가 

      엊그제가 제헌절이었다. 언제 적부터 국가적인 기념일에 집 주변을 돌아봐도 태극기(太極旗)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물론 길가에는 그 기념일을 전후해서 태극기를 단다. 필자가 사는 동네에도 아직 대로변에는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다.

  •   인터넷에서 ‘태극기’를 검색해 보았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란 데서 펴낸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의하면, 태극기는 “우리나라의 국기”라고 정의되어 있었다. 그리고 “문화의 창조와 인류의 평화를 상징하는 태극기는 ‘대한민국이 희구하는 좌표’인 동시에 홍익인간의 국시(國是)를 표현한 것이라 하겠다”는 내용도 실려 있다.

      그리고 이리저리 관련된 것들을 살펴보니, 해방 이후 수년간 북녘에서도 태극기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1946년 2월 8일 북녘의 실질적 단독정권인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 출범식에서도 ‘백도혈통’(百盜血統)의 ‘천출맹장’(賤出盲腸)과 함께 등장하는 사진이 있었다. 아마 북녘 정권이 쏘비에트의 괴뢰(傀儡)가 아니며, ‘민족사적 정통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그 후에도 2년여 동안 북녘에서는 태극기가 나부꼈다. 

      며칠 지나지 않아 6·25전쟁 정전협정체결 63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 전쟁에서 이 나라 ‘궁민(窮民)의 군대’와 애국 궁민(窮民)들이 태극기 깃발 아래서 자유와 통일을 위해 엄청난 피와 땀을 흘렸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후에 동맹국이 된 양키 나라를 비롯한 자유 우방(友邦)의 전사(戰士)들과 함께...

      이것은 역사(歷史)다. 이 나라 많은 궁민(窮民)들은 역사에서 뿐만 아니라, 작금의 여러 현장에서도 ‘휘날리는 태극기’를 자주 경험했고, 하고 있다. 요즘 주택가에서는 말고...
  •   심지어, 이 나라에 거주하는 ‘돼지족[豚族] 주민’들이 이 나라와 동맹국이 싫다고, 또는 그 결론이 “빨리 망하라!”는 구호를 외치는 집회에서도 태극기가 종종 등장한다. 근래에 태극기 대신 그 무슨 ‘한반도 단일기’라는 걸 사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그들만의 잔치일 때이다. 물론 지난 시절에는 태극기보다 단일기가 더 대우를 받은 적도 있었긴 하다. 

      그들 머릿속에 들어가 본 적이 없으니 왜 그런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빨리 망할 나라”의 국기(國旗)를 모시는(?) 데는 추정컨대 대략 이런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
      “나의 진심과 현재의 행동은 결코 ‘반(反) 대한민국’이 아니다!”는 걸 과시하려는, 그래서 이 나라 궁민(窮民)들의 반감(反感)을 없애려는 술책이 맞을 것 같다. 하여 자신의 주장에 동조하게 하려는 일종의 ‘대중(大衆) 전술’이라면 지나친 말일까? 이런 경우, 태극기는 국기(國旗)라고 하지 않는다. ‘시위 도구’라고 한다. 

      태극기를 보란 듯이 내걸고 “국가보안법 철폐”, “북침전쟁연습 반대” 등등을 외치기도 한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뇌가 숭숭 뚫린다”는 괴담(怪談)을 주워생기며 촛불을 들고 나설 때도 대형 태극기를 흔들어 댄다. 동시대(同時代)를 살고 있는 이 나라 궁민(窮民)들이 자주 봐온 장면들이다.

      지난 겨울 4차 핵실험 이후, 북녘의 도발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자, ‘평화’를 입에 달고 다니는 이들이 많다. 특히 “그 어떤 평화도 전쟁보다는 낫다”는 슨상님과 변호인(便好人)의 결연한(?) 의지를 실천하지 못해 안달인 분들도 곳곳에 있다. 
      이런 차제에, 전쟁을 막는 최소한의 방편으로 ‘사드’라는 애물단지(?)를 이 나라에 갖다 놓겠다고 결정했다. 허나 ‘평화’를 내세운 그 반대의 목소리가 이 여름 매미 울음소리와 함께 점점 커지고 있다. 물론 매미 울음소리야 더위가 물러가면 잠잠해지는 게 자연의 이치(理致)지만...
      
      태극기와 전쟁, 그리고 평화... 어떤 연관이 있을까? 6·25전쟁 정전협정체결일을 앞두고 괜한 상념(想念)에 잠겼다. 그런데...

      책상 모퉁이에 던져 논 아무개 일간지의 기사가 눈에 ‘확’ 띈다. 공교롭게도 제목이 “파란 리본 달고, 태극기 휘날리며… 성주 2000명 上京 시위” 아닌가.

      = ...서울역 광장에 도착한 군민들은 ‘파란 리본’을 왼쪽 가슴에 달고 시위에 나섰다. 김안수 투쟁위 공동위원장은 “파란색 리본은 ‘평화 시위’를 상징하는 동시에 외부 세력과 구분 짓는 표지”라며 “외부 세력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군민들의 의지를 담아 직접 만들었다”고 했다...
      군민들은 지난 15일 성주를 방문한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계란과 물병을 투척하는 폭력 사태가 벌어진 뒤, ‘외부 세력’이나 ‘전문 시위꾼들’의 개입을 차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군민들은 성주 해병대 전우회 20명 등을 자체 질서요원으로 배치해 외부인의 개입을 막았다. = 
      야아! 해병대 전우회까지...

      위 기사를 읽는 순간, 어느 선각자(先覺者)의 말씀 한 토막이 문득 머리를 스쳤다.

      “그들의 동기(動機)는 다를 수 있지만, 그 결과(結果)는 마찬가지다”
    <더   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