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2차 대전 승전국 된 이후 ‘11단선’ 선포…1950년대 ‘중공’이 우리 것 주장
  • ▲ 中공산당이 '역사'라고 주장하는 '구단선'의 지도. 남지나해 전체가 자기네 바다라는 주장이다. ⓒ독일 '도이체 벨레' 관련보도 화면캡쳐
    ▲ 中공산당이 '역사'라고 주장하는 '구단선'의 지도. 남지나해 전체가 자기네 바다라는 주장이다. ⓒ독일 '도이체 벨레' 관련보도 화면캡쳐

    최근 中공산당의 행보가 가관이다. 동아시아 전체가 마치 자기네 속주(屬州)인 것처럼 큰 소리를 쳐대며, ‘국제 양아치’ 김정은 정권을 감싸는데 여념이 없다. 과거 냉전 시절 동구권보다 더한, ‘몰염치’한 행태다.

    中공산당의 ‘몰염치’가 대표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바로 ‘구단선(九段線)’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 ‘구단선’의 유래가 中공산당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모른다. ‘자칭 진보 언론들’은 거의 보도하지 않는다.

    중공에서는 ‘단(段)’이 조각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즉 ‘구단선’은 아홉 개의 조각을 이은 선이다.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구점선’이다. 中공산당이 남중국해 영유권의 근거로 내세우는 ‘구단선’의 유래는 고대 중국의 사서(史書)가 아니라, 대만 초대 총통 장개석이 주장한 ‘십일단선(十日段線)’이 원조다.

    일제는 태평양 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버마(現미얀마),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을 점령하고 베트남을 협력국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들 나라의 사이에 있는 바다를 ‘지나해((支那海)’라고 불렀다. 중국을 업신여기는 명칭인 ‘지나’를 사용한 이름이었다.

    현재 한국에서 사용하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의 국제적 명칭이 ‘동지나해’와 ‘남지나해’인 것도 이 때문이다.

    1945년 8월 2차 세계대전이 일제의 패망으로 끝나기 직전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 대만(당시 중국)은 5대 승전국으로 패전한 ‘추축국 식민지’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논의했다. 카이로 회담, 얄타 회담 등이 그것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5개 승전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된다. 이때 대만은 일제가 태평양 전쟁을 통해 점령한 지역에 대한 권리를 주장했다. 이는 대만 오피니언 리더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승전국들은 대만 정권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은 필리핀을, 영국은 말레이시아를, 네델란드는 인도네시아를, 프랑스는 베트남을 각각 독립시켜주려 했기 때문이다.

    참고로 대만은 1935년 4월 ‘수륙지도심사위원회 회보’ 가운데 ‘중국 남해 각 도서 지도’를 통해 ‘11단선’을 비롯한 남지나해 일대를 자국 영토로 표기하고 있었다.

    대만 정부는 2차 대전이 끝난 뒤인 1946년 9월 25일 ‘중국 남해 각 도서 지도’를 바탕으로 ‘중화민국령 남중국해 주요 도서 지도’를 발간했고, 이 지도에서 처음으로 ‘11단선’을 주장했다. 다른 승전국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신생 독립국을 뺀 11곳의 지점을 선으로 이은 뒤 ‘중국의 내해(內海)’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런 ‘대만의 11단선’이 中공산당의 ‘9단선’으로 변신하게 된 것은 한참 뒤다.

    1951년 9월 8일 미국, 영국은 일본을 불러 ‘샌프란시스코 조약’을 맺는다. 이때 미국과 영국은 6.25전쟁으로 싸우던 중공과 소련을 부르지 않았다. 대만 또한 이 조약 회담에서 빠졌다.

    1947년 장개석 정부를 몰아내고 본토를 점령한 中공산당 정권은 1949년 10월 1일 건국을 한 뒤부터 이 ‘11단선’을 차용, 남지나해 일대가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1953년 베트남 공산당이 프랑스를 완전히 내쫓기 위해 ‘해방전쟁’을 벌이기 시작하면서 관계가 좋아지자 베트남 일대의 2개 지점을 빼고서 ‘9단선’을 만들고 자신들의 영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中공산당이 말하는 남지나해 일대의 ‘9단선’은 사실 대만이 만든 것을 슬그머니 빼앗아 사용 중인 것이다.

    하지만 中공산당은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는 낙후한 해군력 때문에 ‘9단선’을 대놓고 주장하지는 못했다. 그러다 해군력을 어느 정도 현대화했다는 자신감이 드라 2009년부터 슬그머니 ‘9단선’을 내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 ▲ 中공산당이 '구단선'을 주장하는 것은 실은 동아시아 패권전략인 '도련선'을 숨기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많다. 그림은 中공산당의 1-2 도련선 지도. ⓒ英BBC 관련보도 화면캡쳐
    ▲ 中공산당이 '구단선'을 주장하는 것은 실은 동아시아 패권전략인 '도련선'을 숨기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많다. 그림은 中공산당의 1-2 도련선 지도. ⓒ英BBC 관련보도 화면캡쳐

    中공산당은 “중국 고대 역사서에 따르면 ‘9단선’ 내부 지역은 수천 년 전부터 중국의 고유 영해와 영토임을 알 수 있다”는 억지를 부리고 있지만, 그 어디에도 이런 역사적 자료는 찾아보기 어렵다.

    필리핀 정부가 2013년 1월 22일 네델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제소한 영유권 분쟁 재판과 관련해, 지난 7월 12일 PCA 측이 “9단선은 역사적 근거가 없다”는 판결을 내리자 中공산당은 1982년 가입한 ‘유엔 해양협약’에서 탈퇴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런 中공산당의 ‘몰염치’는 사실 2015년 9월 3일 베이징에서 개최한 ‘전승절’처럼 남의 것을 훔쳐 자신의 역사라고 우기는 데서도 찾아볼 수 있다.

    中공산당은 사실 이전에는 ‘전승절 행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일제와 제대로 전투를 해 이긴 적도 없고, 국공 합작을 내세워 일제와 싸우던 장개석 정부의 국민당 군대 뒤통수를 치다가 반격에 쫓겨 10만 명이 4,000명이 될 때까지 도망 다니던 것을 ‘대장정’으로 미화하는 게 그들의 2차 대전 당시 실상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카이로 회담이나 얄타 회담에는 장개석 총통이 참석해 연합국과 함께 전후 처리를 논의했다. 즉 2차 대전 승전국은 ‘대만’이다. 中공산당은 이제 자신들의 덩치가 어느 정도 커졌다고 생각해서인지 대만의 ‘승전’을 빼앗아 자신들의 것이라고 우기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정계, 재계, 언론계, 학계 관계자 대부분은 이런 中공산당의 ‘몰염치’와 ‘몰지각’을 제대로 비판하지 않고 있다. 반면 다수의 국민들은 中공산당의 행태를 경계하고 있다. 자기네보다 힘이 약하다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남의 것을 빼앗는 습관이 한국에게만 예외가 되지는 않으리라는 판단에서다. 

    中공산당이 주장하는, 남지나해의 ‘9단선’이 실은 동아시아 패권 전략 가운데 하나인 ‘도련선’을 숨기기 위한 선전 수단이라는 점을 아는 국민들의 대응이 언론이나 토론회, 국회 등에 나와서 떠드는, 한국의 ‘자칭 오피니언 리더들’보다 훨씬 나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