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주홍, 너 나가지 마!"
      
  •  박지원 국민의 당 비대위원장과
    같은 당 황주홍 의원 사이에 고성이 오가고
    "원맨쇼 말라(황)" "인마 너 나가(박)" 하는 막 싸움이 있었다고 한다.
    중요한 건 그러나 개인 간의 싸움 자체가 아니라
    그들이 각기 대표하는 두 노선 사이의 공적인 싸움의 측면이다.
    정치인들의 싸움은 사적(私的)인 싸움이라 할지라도
    배후엔 일정한 공적(公的)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당은 안철수 의원의 당초의 노선이었던 '제3의 길'을 지향하는 정당으로 출발했다.
그가 구체적으로 '제3의 길'이란 용어를 사용한 건 아니다.
그러나 친문(親文)과 친박(親朴)을 반대한다는 점에서,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를 표방했다는 점에서,
구태(舊態) 운동권과 전통적 주류 권(圈)을 다 같이 배척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스스로 ‘제2 야당’이란 호칭보다는 ‘제3당’이란 말을 더 선호했다는 점에서,
그와 국민의 당은 ‘제3의 길’을 지향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건 다 지나간 이야기, 흘러간 옛 노래가 되었다.
엊그제가 몇 백 년 전이었던 셈이다.
 안철수의 ‘제3의 길’? 그 따위 건 이제 없다.
지금 있는 거라곤 ‘안철수 당’ 아닌 ‘박지원 당’일 뿐이다.

 왜 이렇게 됐나?
안철수가 ‘박지원적인 것’에 먹혀 버렸기 때문이다.
지역주의 수요(需要)에 묶이고, 더불어 민주당을 상대로 한 ‘안보도 진보’ 경쟁에 빠지고,
사드 반대로 질주하고...이건 어디로 보나 ‘제3당’ ‘제3의 길’이 아니다.
이걸로 안철수의 당초의 정체성은 죽었다.
정당 투표에서 국민의 당을 찍어준 보수 유권자 일부도
그런 ‘먹혀버린 안철수’를 ‘버얼써’ 떠났다.
 
 황주홍 의원은 이 ‘먹혀버림’에 대해 분노와 실망감을 폭발시킨 셈이다.
그는 ‘김대중 노선’을 따랐던 호남정치인이란 점에선
박지원과 특별히 다를 게 없는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그는 ‘박지원 식’과는 자못 달라보였다.
 
 그는 우선 ‘박지원 식’에 비해 공공(公共)성이 훨씬 높아 보였다.
운동권 패권주의와 갈라서 제3의 중도개혁 공당(公黨)을 만들자는 주장에서도
박지원보다 한 결 앞섰었다.
박지원은 무엇보다도 ‘안보에서 진보’(햇볕 근본주의)‘다.
반면에 황주홍은 어느 TV에 나왔을 때 사드 문제에서,
함께 출연한  더불어 민주당 식은 아니었다.
따라서 ‘사드’에서도 중국에 대해서도 그는
‘안보에서 진보’인 ’박지원 식‘과는 섬세한 차별성이 있을 것이란 추론을 일단 해본다. 
 
 황주홍 의원을 특별히 편들어 줄 이유는 없다.
더군나 황주홍-박지원 두 사람의 ‘마구 튄’ 언쟁에 참여할 이유는 더욱 없다.
그러나 ‘박지원 식’에 대한 ‘황주홍 식’의 반발은 사적(私的)인 감정싸움을 넘어
“야당이, 또는 제3당이 취해야 할 올바른 노선은 무엇이냐?”
“바람직한 대한민국 제도권 야당(institutional opposition)의 정도(正道)는 무엇이냐?”를
묻는 유의미(有意味)한 공적(公的) 화두가 되려면 될 수 있는 것이었다.
 
 대한민국을 위해, 국민을 위해, 호남동포를 위해, 야당을 위해,
운동권 식 (노동)계급 정당으로는 안 된다.
중도적이고, 합리성과 보편성을 가진 ‘진취적 국민정당’이라야만 한다.
지금이 어느 때라고 제1야당이라면서 ‘노동자 정당’ 운운하는가?
그건 19세기. 20세기 초의 발상일 뿐이다.
 
 이점에서 국민의 당은 모처럼 중도개혁 국민정당을 표방해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가 이내 다시 침체되고 있다.
 ‘안철수 식 미성숙성’ 탓이다.
그래서 새로 시작하려면 ‘박지원 식’이냐 ‘황주홍 식’이냐의 충돌은
거쳐 가야 할 한 관문이라 할 수 있다.
 
필자 개인의 취향으론 ‘박지원 식’은 극복돼야 할 ‘구(舊)’다.
박지원과 박지원 식 정치문화는 야권(野圈)의 ‘앙시앙 레짐'(구체제)이다.

 '황주홍 식‘은 그에 대한 내부의 ’신(新)‘의 도전이랄 수 있다.
문제는 ’황주홍 식‘이 얼마나 성숙했고, 덕(德) 있으며, 친화력 있느냐 하는 것이다.
정치도 결국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귐과 신뢰와 존경과 친애(親愛)의 문제인 까닭이다.
 ’황주홍 식‘, 잘 해보길.
“너 나가지 마!”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