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의 '운명의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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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대통령 선거의 쟁점은 무엇인가?
    무엇이어야 하는가?
    여다/야당? 보수/진보? 좌/우? TK/호남? 제1/2/3당?
    물론 그런 요소들이 있긴 하다.
    그러나 그런 추상화된 용어들에 집착하다 보면
    현실의 진짜 구체적인 쟁점의 실체가 흐려지기 일쑤다.
    환각제인 셈이다.

      그렇다면 현실의 진짜 구체적인 쟁점은 무엇인가?
    1948년 8월 15일에 세운 대한민국 체제가
    지속가능할 것인가, 그렇지 못할 것인가가 그것이다.
    너무 과격한 표현이라고? 상황이 아무리 험난하기로서니
    설마 이 체제가 지속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건
    지나친 '사이렌 울리기'라고 비난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 핵-미사일 현황과 그에 대한 우리의 '속수무책'은
    그런 궁극적인 우려마저 떠올리게 만든다.

      '속수무책'이란 표현에도 "그건 그렇지 않다. 우리에게도 대책이 있다"고 반박할 수 있다.
    부디 그렇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하지만 핵보유국과 비핵국은 원천적으로 게임이 안 되는 것 아닌가?
    국제정치에서도 핵보유국들은 저희들끼리 놀고 협상하고 거래하지,
    비핵국은 결정적인 국면에선 제쳐놓는 게 게임의 법칙이다.
    우리가 지금 그런 '여차하면 제쳐버릴' 대상으로 추락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한-미 동맹의 '확장-억지력'이 굳건한데 무슨 그런 걱정을 하느냐고 할지 모른다.
    제발 그렇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그러나 그건 그렇게 쉽게 안심할 게 못된다.
    국제정치 현실에선 "무엇이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에 따라서만 정책결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지금 미국 싱크탱크 일각에서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
    "미국의 국익을 위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주고
    미-북 평화협정 체결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자"는 가설을
    검토하는 사람이 없으리란 보장이 없다.
    도널드 트럼프도 "김정은과 만나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만나면 반드시 '기브 앤드 테이크'가 있게 마련이다.

      이래서 작금의 북한 핵-미사일 군비와
    그에 대한 우리의 '대책 없음'이 이대로 가다간,
    북한이 핵-미사일 전력을 완비하고 그것을 실전배치 한 다음
    미국을 향해 "자, 이제 미국은 남한과 별거하고 우리와 마주앉아야 할 때"라고 했을 때
    미국 조야가 이걸 언제까지 외면만 해 줄지,
    우리로선 심각하게 돌아보아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어떤 미국 싱크탱크의 세미나에선 미국의 전직 합참의장이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의 가능성과 필요성을 제기한 바는 있다.
    그러나 이건 현실성이 적어 보인다.
    미국 국민, 정치인, 의회, 언론이 '전쟁  아이디어'를
    좋다고 해줄 분위기는 별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국의 자체 핵무장과 미국 전술핵무기 재배치에 대해서도 
    좋다고 해줄 미국 조야가 아니다. 있더라도 소수일 것이다.

     다음번 대통령 선거의 진짜 구체적인 쟁점은
    "대한민국 체제가 지속가능할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로"로
    모아질 수밖에 없다고 필자가 역설하는 건 그래서 세워본 논제다.
    경제도 중요하고 복지도 중요하다.
    그러나 핵 안보에 비하면 그런 건 다 피넛(peanut)이다.

      그 동안 숱한 학자들과 정책 수립자들과 대통령들과 정권들이
     "외교와 협상과 돈의 힘으로 북한의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이런 저런 대북 평화공존, 교류협력, 동질화, 평화통일 방안들을 추구했었다.
    그러나  이제 와 보니  그건 모두 다 헛꿈이었다.
    북한 세습왕조의 일관되고도 궁극적인 대남전략은 결국
    오직 하나-남조선 혁명이라는 게, 이제는 더 이상 덮을 수 없는 진실로 드러났다.
    평화협정? 그걸 하고 나면 주한미군 철수, 한-미 동맹 해체,
    한국사회의 패닉(恐荒) 현상이 줄줄이 엄습할 것이다.

     필자는 이상의 걱정들이 필자의 무식의 소산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누가 이걸 조목조목 들어 "그렇게 걱정할 필요 없다"고 해주길 바란다.
    그렇다고 필자가 우울한 결정론을 말하고 있는 건 아니다.
    이런 궁극적인 걱정을 해봄으로써 우리는 드디어
    맑은 눈뜸과 결연한 행동의 영감(靈感)과 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믿기에 이러는 것이다.
    국민의 위대한 각성을 신뢰하고자 한다.

     2017년 대통령 선거가 우리의 진짜 구체적인 재난을 둘러싼
    정직한 논쟁의 장(場)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할 따름이다.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