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 직후엔 '공천 협박 통화' 논란으로 감동 퇴색
  • ▲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사진)이 의원실 인턴의 중진공 특혜채용 의혹의 재점화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6일 국회에서 8·9 전당대회 불출마 기자회견을 연 직후 기자회견장을 빠져나오고 있는 최경환 의원의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사진)이 의원실 인턴의 중진공 특혜채용 의혹의 재점화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6일 국회에서 8·9 전당대회 불출마 기자회견을 연 직후 기자회견장을 빠져나오고 있는 최경환 의원의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4선·경북 경산)이 중대한 정무적 결단을 내리기만 하면, 그 직후에 뒤따르는 악재 때문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친박(親朴)의 좌장이라 불리며 현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으나, 8·9 전당대회 불출마에 이어 '인턴 특혜채용 논란' 재점화라는 악재를 맞은 최경환 의원이 당면한 위기를 어떻게 수습하느냐에 따라 여권 내부의 역학 구도가 변화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박철규 전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은 21일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최경환 의원이 특혜채용 논란을 빚은 의원실 인턴을 직접 합격 처리하라고 지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박철규 전 이사장은 이날 법정에서 "(최경환 의원실 인턴이었던) 황모 씨가 2차 (전형)까지 올라왔는데 (면접)위원이 반발해 불합격 처리하는 게 좋겠다고 최경환 의원에게 보고했다"며 "하지만 최경환 의원은 '내가 결혼도 시킨 아이인데 그냥 (합격 처리)하라'며 '성실하고 괜찮은 아이니까 믿고 써보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 당시 박철규 전 이사장은 최경환 의원과 독대(獨對)해 이같은 채용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는 최경환 의원의 외압이 없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었던 박철규 전 이사장은 "양심에 따라 사건의 진실을 밝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진술을 번복한 까닭을 털어놨다.

    이렇게 되자 당장 야권에서 이 사건을 정치쟁점화하고 나섰다. 당시 검찰이 '중진공 특혜채용 의혹'과 관련해 최경환 의원을 무혐의 처리한 핵심 근거가 박철규 전 이사장의 진술이었는데, 이것이 번복됐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22일 정책조정회의에서 "법정에서 최경환 의원의 압력 때문에 자격이 안 되는 인턴을 직원으로 채용했다는 진술이 나온 것은 기가 막힌 일"이라며 "권력 실세를 봐준 것인가. 검찰은 재수사하라"고 압박했다.

    '의원실 인턴 특혜채용 논란'의 재점화는 때마침 최경환 의원이 대권 도전 시사라는 중대한 정무적 결단을 한 직후에 터져나온 일이라 더욱 뼈아프다.

    최경환 의원은 지난 19일 새누리당 백승주 경북도당위원장 취임식에서 "중요한 것은 박근혜정부의 성공과 정권재창출"이라며 "요즘은 너도나도 대선에 출마한다고 해서 안 나오면 (정치인) 취급을 못 받는다"고 했다.

    이는 본인 스스로 친박계 대선 후보로서 대권에 도전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됐다. 그런데 불과 이틀 후에 이미 수습된 것으로 여겼던 '인턴 특혜채용' 논란이 재점화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최경환 의원이 중대한 정무적인 결단을 한 직후 악재를 맞닥뜨리는 '직후 악재' 징크스를 겪은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 ▲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사진)이 의원실 인턴의 중진공 특혜채용 의혹의 재점화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6일 국회에서 8·9 전당대회 불출마 기자회견을 연 직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최경환 의원의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사진)이 의원실 인턴의 중진공 특혜채용 의혹의 재점화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6일 국회에서 8·9 전당대회 불출마 기자회견을 연 직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최경환 의원의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최경환 의원은 지난 7월 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당의 화합과 박근혜정부의 성공, 정권재창출을 위한 제단에 나를 바치겠다"며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8·9 전당대회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당시 최경환 의원은 "지난 총선 기간 공천에 아무런 관여도 할 수 없는 평의원 신분이었다"며 "그런데도 마치 공천을 다한 것처럼 매도당할 때는 당이야 어찌됐든 간에 억울함을 풀어볼까 생각해본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할 말이 많지만 가슴 속 깊이 묻어두고 다시 한 번 던져지는 돌을 달게 받겠다"며 "내가 죽어야 박근혜정부가 성공하고 정권재창출이 이뤄진다면 골백 번이라도 고쳐죽겠다"고 천명했다.

    극한으로 치닫던 계파 갈등을 수습하고 8·9 전당대회를 '화합의 전대'로 치러내기 위해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는 백의종군의 결단을 했다는 취지다.

    이 당시 친박계 의원 수십 명이 연일 최경환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를 강권해 출마시 당권 획득에 상당히 유리한 고지에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대단히 감동적인 정무적 결단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같은 '감동'은 불과 2주 만에 퇴색하고 말았다. 종합편성채널 〈TV조선〉에서 이달 18일 최경환 의원이 4·13 총선을 앞두고 경기 화성갑에 출마하려던 김성회 전 의원에게 "사람이 세상을 무리하게 살면 되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며 지역구 이동을 종용한 통화 녹취를 입수해 보도한 것이다.

    최경환 의원은 이 때 김성회 전 의원에게 지역구 이동 지시는 'VIP(박근혜 대통령을 지칭)'의 뜻이라며 "감이 그렇게 떨어지면 어떻게 정치를 하느냐"고 타박하기도 했다.

    총선 공천을 놓고 '대통령의 뜻'까지 운운하며 통화를 해 압박한 사실이 충격적이기도 했거니와, 2주 전 기자회견에서 "공천에 아무 관여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던 것과는 전혀 상반되는 내용이라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 때문에 최경환 의원은 8·9 전당대회를 전후해서 한동안 공개적인 정무 활동을 중단하고 잠행(潛行)할 수밖에 없었다. '친박의 맏형' 서청원 의원이 전당대회 후보등록을 앞둔 7월 27일 만찬을 베푸는 등 어느 정도 활동을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때 함께 '공천 협박 통화 논란'에 연루됐던 윤상현 의원은 아직까지 물밑에서 정무적 움직임을 계속하고 있다. 반면 최경환 의원은 모처럼 아성인 대구·경북 지역에서의 정치적 행사를 맞이해 대권 도전을 시사하는 등 공개적인 정무 활동에 기지개를 켜려는 찰나 또 악재를 맞은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최경환 의원이 전당대회 불출마에 뒤이은 녹취 공개 파문 등으로 정치력이 전성기에 비해 위축된 상황"이라며 "이번 '인턴 특혜채용 의혹'을 어떻게 잘 수습하고 넘어가느냐의 문제는 여권이나 친박계의 역학 구도가 재편되는 것과도 연결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