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사 바로 옆 설치, 시민들 관심 적어...‘예산 낭비’ 지적

‘서울역 고가’ 홍보물 만드는데 血稅 5억 쓴 서울시

‘서울역 7017 사업’ 지난해 국감 쟁점...“박원순 치적쌓기용” 지적도

이길호 기자 | 최종편집 2016.10.03 12:5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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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박원순 시장의 역적사업인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서울역 7017 프로젝트) 홍보를 목적으로, 신청사 바로 옆에 만든 ‘인포가든’(Info Garden) 설치비용이 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취재결과 이 구조물은 지난 6월23일 공사가 끝났으며, 다음 달 말까지 5개월 동안만 운영 예정이다. 이 구조물을 서울역 고가로 옮겨 다시 설치할지 여부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 서울시는 인포가든 운영을 위해 기간제 직원 3명도 별도로 채용했다.

서울시가 장소를 옮겨 이 구조물을 다시 설치하지 않는다면, 불과 5달 동안 운영될 홍보물에 5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낭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인포가든을 서울역 고가 위에 다시 설치한다고 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은 박 시장이 구상을 밝힌 시점부터 남대문시장 상인들과 인근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상인들은 시장의 유일한 통로나 다름이 없는 서울역 고가를 폐쇄하고 그곳에 보행자들을 위한 공원 및 편의시설을 설치하겠다는 박원순 시장의 구상을 “현실과 동떨어진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역 고가를 공원으로 만들 경우, 이곳이 도심 집회 및 시위 장소로 악용되거나 노숙자들이 몰려들어, 가뜩이나 열악한 정주여건이 더 나빠질 것으로 우려하는 주민들도 많다.

서울시가 사업 추진을 위해, 지난해 말 주변 도로의 교통신호 체계를 변경하면서, 상습정체구역인 이 지역의 교통흐름이 더 악화됐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서울시가 인포가든 설치에 5억원의 세금을 쓰고, 별도로 직원을 고용해 인건비까지 지출하는 행위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서울시가 설치한 인포가든은 서울광장 서쪽, 지하철 시청역 4번 출구 뒤편에 있다.

전체 면적은 약 218m²(66평)으로, 전시관 및 안내관 역할을 하는 엑티베이터 2개동과 식재화분 10개, 조명등 3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설치에 들어간 예산은 서울역 고가 본공사비 중 일부이며, 이곳에서 근무하는 기간제 근로자 3명의 임금은, 6월말부터 11월까지 3,300여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인포가든 설치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고가 보행로의 완공모습을 미리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사업에 대한 시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인포가든에 설치된 길이 18m의 녹색 보행로에는 서울역 고가 보행길에 실제 식재될 소나무와 장미 등이 놓여, 서울역 고가 공원의 완공 후 모습을 미리 체험할 수 있다. 시민들은 이곳에서 서울역 고가 공원 완공 뒤 전경을 3차원 영상으로 감상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의 설명과 달리, 시민들이 이곳을 이용해, ‘서울역 7017 프로젝트’ 관련 의견을 내는 경우는 매우 적었다.

취재결과 엑티베이터를 들러 사업 내용을 묻는 시민은 그 수를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에 불과했다. 시청역이나 신청사 주변을 오고가는 시민 대부분은 ‘인포가든’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모르고 있었다.

그나마 이곳을 찾는 시민들은 서울역 고사에 설치될 편의시설이 무엇이고, 시가 운영하는 체험프로그램에 어떤 것이 있는지를 물어보는 정도에 그쳤다.

‘서울역 고가 7017 사업’은 지난해 국감정감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지난해 9월 17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서울역 고가 공원화사업을 놓고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당시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은, "일각에서는 서울역 7017 프로젝트를 대통령 선거 전에 완성해야 하는 ‘1712 프로젝트’라고 부른다"며, 박 시장이 차기 대통령 선거를 의식해 사업을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철우 의원은 서울역 고가 폐쇄와 관련해, 박 시장이 이렇다 할 해명도 없이 말을 바꾼 사실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철우 의원은 "박원순 시장은 2013년 서울시의회에서 '서울역 고가도로를 가능한 빨리 철거하겠다'고 대답했는데, 갑자기 고가도로에 공원을 만들겠다고 했다. 서울시가 철거하려고 했던 고가도로를 왜 공원으로 바꾸는지에 대한 이해할만한 설명이 없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0년 이상 시민들의 참여 하에 만들어진 뉴욕 하이라인파크와 달리, 박원순 시장이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을 서두르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정용기 의원도 "만리동을 포함한 지역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국토부도 철도안전 침해, 교통흐름 저해, 국토부와 코레일에서 하는 역세권 사업 저해 등을 걱정하고 있는데, 서울시의 대응이나 문제를 해결하는 자세를 보면 전혀 소통이 안 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서청원 의원은 “고가 유지에만 200억 원, 공원 조성에만 380억 원이라는 막대한 돈이 들고, 교통 정체가 2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경찰에서도 지적하고 있다. 평화 좋아하시는 시장님이시니 합리적으로 해결해야지 일방적으로 해서 시민들께 불편을 주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당시 박 시장은 의원들의 추궁이 계속되자, "처음에는 반대가 심했지만, 1박2일간 골목골목 다니며 주민·단체·기관들과 만나 계속해서 소통했다. 반대는 거의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박 시장은 "여러 정부 기관들의 의견은 사업 반대라기보다 조언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의견들을 모두 수렴해서 협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서울역 고가도로는 1996년 안전진단 결과 'D등급'을 받으며, 이후 안전 문제가 계속 제기됐다.

서울시는 서울역 고가도로의 안전을 우려해, 1998년부터 버스를 제외한 중대형 차량의 통행을 금지시켰지만, 서울역 고가도로는 2006년 감사원 실시 안전진단에서 또 다시 'D등급'을 받았다.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은 서울역 고가의 안전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고가도로를 이용하는 버스 5개 버스 노선을 2008년부터 변경하고, '서울역 고가도로 철거 및 주변도로 개선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역 고가도로 철거 및 주변도로 개선 계획의 핵심은 2015년까지 서울역 고가를 철거하고, 대체교량을 건설한다는 것이었다.

오세훈 시장 후임으로 서울시장이 된 박원순 시장도 2013년까지 오 전 시장과 같은 입장을 나타냈다.

박원순 시장은 2013년 6월 28일 열린 '제247회 서울시의회 정례회 4차 본회의'에서,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서울역 고가도로가) 철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기존 계획대로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대체교량을 건설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2014년 9월23일,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파크를 둘러보고 돌아온 박 시장은, 현재의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을 발표하며 입장을 바꿨다.

박 시장은 지난해 1월 '서울역 7017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사업의 명칭을 바꾸고, 지난 5월 국제현상설계공모 당선작을 선정하는 등 사업 추진에 속도를 냈다.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은 지역 주민과 남대문시장 상인들의 거센 반발을 초래했다. 상인들은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이 예정대로 추진될 경우, 지역 상권 전체가 붕괴될 수도 있다며, 불안감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우려와 반발에도 불구하고, 시는 내년 4월 완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역 고가 7017 사업’에 대해 “서울역 고가가 1970년에 만들어져 2017년 재탄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고가 위에는 684개의 원형화분이 설치되며, 21개의 편의시설과 휴식공간이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시는 3일 해명자료를 통해 “인포가든 설치는 예산낭비가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앞서 서울시 관계자는 5개월 동안 운영하는 시설물에, 5억원의 혈세를 투입하는 것은 예산 낭비라는 지적에 “시설물을 (서울역) 고가 보행로로 옮기는 것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서울시의 해명자료는 이와 전혀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시는 이날 “인포가든을 11월까지 운영한 뒤, 전시관 미디어테이블과 수목 등 시설물을 고가 보행로로 옮겨 재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포가든을 찾는 시민의 수가 적다는 지적과 관련 서울시는, “올해 9월 말 현재 1일 평균 65명, 합계 6,437명이 영상전시관을 방문했으며, 수목의 종류, 고가의 접근성 등 100여 건의 문의와 의견을 접수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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