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북도 박천군, 은산군 주민들, 인민군 장교 가정서 한국 TV방송 버젓이 시청”
  • 케이블 채널 tvN의 인기 프로그램 'SNL'에서 방영했던 '지금 평양에선' 코너의 모습. 북한 주민들이 이를 본다면 무척 즐거워할 것이다. ⓒtvN SNL 관련 코너 화면캡쳐
    ▲ 케이블 채널 tvN의 인기 프로그램 'SNL'에서 방영했던 '지금 평양에선' 코너의 모습. 북한 주민들이 이를 본다면 무척 즐거워할 것이다. ⓒtvN SNL 관련 코너 화면캡쳐


    과거 서독과 동독의 통일에 가장 큰 영향을 줬던 것은 양측의 TV방송 시청 허용이었다. 한반도 통일에서 한국의 TV프로그램이 통일에 영향을 줄 수는 없을까.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3일(현지 시간) 미국에 거주하는 한 탈북자를 인용, “북한의 산악지대에서도 한국 TV 방송을 시청 중”이라고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탈북자 김 모 씨에 따르면, 평안북도 박천군, 운산군 주민들이 한국 TV 방송을 시청하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 北인민군 가족들은 아무런 눈치도 보지 않고 한국 TV 방송을 집에서 시청 중이라고 한다.

    김 모 씨는 평안북도 박천군의 한 인민군 장교 집에 들렀다가 한국 TV 방송을 봤다고 한다. 김 씨는 “군부대 내부는 위수구역이어서 한국 드라마 시청 등을 단속하는 ‘109연합소조 그루빠’가 들어가지 못한다”며 “이를 이용해 인민군 장교 아내들이 한국 TV 방송을 대놓고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한국 TV방송이 나오는 집들은 남쪽 방향이 산으로 막히지 않았거나, 지향성 안테나를 높이 세운 집”이라고 주장했다.

    김 씨는 北보위부가 예전에는 한국 TV방송 시청에 별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단속을 시작했으며, 평양 이남의 보위부원들은 TV안테나 방향이 남쪽을 향한 집을 집중 단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지금까지 황해도 서해안 이래와 함경남도 해안 일대에서는 한국 TV방송을 시청할 수 있었다는 탈북자들의 증언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북한 북부 산간지대에서까지 한국 TV 방송을 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드러나, TV를 통한 외부정부 유입 가능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김 씨의 주장을 전한 뒤 익명의 IT 기술자를 인용, “한국의 TV방송 송출방식을 북한이 사용하는 PAL 방식으로 변환시켜 송출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다”면서 “이렇게 하면 더 많은 북한 주민들이 외부 정보를 접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현재 한국과 북한의 TV 방송 송출 방식이 다르기는 하지만, 한국의 TV 방송 송출을 북한이 사용 중인 PAL로 바꿔 휴전선 일대에서 북쪽으로 송출하면 ‘대북 정보유입’에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추천했다.

  • 한반도 중부 지역의 지도. 수도권 북부에서 평안북도 은산까지의 거리는 200km를 조금 넘는다. ⓒ네이버 지도 캡쳐
    ▲ 한반도 중부 지역의 지도. 수도권 북부에서 평안북도 은산까지의 거리는 200km를 조금 넘는다. ⓒ네이버 지도 캡쳐


    ‘자유아시아방송’의 이 같은 제안은 충분한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탈북자 김 씨가 주장한 한국 TV 시청 지역은 휴전선에서 200km 떨어진 곳으로, 방송전파의 강도는 문제가 안 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점도 있다. 한국은 1999년 10월 북한 TV방송의 시청을 사실상 전면 허용한 상태다. 반면 북한은 한국의 TV방송을 시청할 경우 불순분자 등 ‘정치범’으로 몰아 강력히 처벌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현실을 고려해 한국에서 북한으로 송출하는 방송 콘텐츠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 하는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북한 주민들의 거부감을 줄여야 한다는 명목으로 김정은에 대해 존칭을 붙이고, 그에 대한 비난이나 비방, 욕설이 없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한국 방송 프로그램을 북한으로 보낼 때 가장 좋은 방안은 ‘대북 TV방송 기준’ 자체를 정하지 않는 것, 그리고 MPP(다중프로그램 제공업체)의 콘텐츠를 거의 대부분 북한으로 송출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 국민의 80% 이상은 지역 케이블 방송 또는 IPTV와 위성방송을 시청 중이다. 여기에는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은 물론 각종 연예오락 프로그램, 스포츠 중계, 수많은 영화가 포함돼 있다. 일부 채널은 성인영화까지 제공한다.

    이런 수백 개가 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검열 또는 삭제를 하지 않고 마구 북한으로 송출하면, 북한 주민들은 자신들의 ‘취향’을 찾게 될 것이다. 이런 ‘콘텐츠 태풍’을 PAL 방식으로 북한을 향해 쏘아 보내면, 그 이후에 일어날 일은 한국 정부나 사회가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