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간 광장으로 시장실 옮겨, 시민 만나 정책 제안 청취
  • ▲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광장에서 시민들과 면담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광장에서 시민들과 면담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6일 부터 8일까지 3일 동안 서울광장에 '현장 시장실'을 설치하고, 시민들로부터 서울시 정책에 대한 건의사항을 듣고 있다. 시민들이 평소 서울시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을 현장에서 직접 살피겠다는 의도다.

    박원순 시장이 다시 현장으로 나오면서, 이런 그의 행동을 대권행보와 연결지어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7월에도 같은 방식으로 현장시장실을 운영했다.

    현장시장실 운영에 시 본청 19개 부서가 동원된 점, 두 차례의 현장시장실 운영에 3억9천여만원의 예산이 쓰인 점 등에 비춰볼 때, 정치적 존재감을 높이기 위한 특유의 '퍼포먼스'에 불과하다는 날 선 비판도 나오고 있다.


◆ 소통 시장, '이동 시장실- 원순씨가 간다'

서울시는 정책박람회를 통해 더 많은 경청과 소통, 공유를 기대한다며 지난 2012년 본 박람회를 개최, 올해로 5번째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이번 행사는 6일~8일까지 서울광장과 서울 시내 곳곳에서 열린다. 앞서 6일에는 경청마당을 열어 역대 정책 제안자를 초청, 개막식이 진행됐다. 7일과 8일에는 시민들의 삶 속 이야기를 듣는 만남과 시행정의 불만을 듣는 시간 등이 이어진다. 

더불어 소통마당 부스와 각 행사장에선 ▲열린 디지털 포럼 ▲주민참여예산 제안사업 ▲찾아가는 시민발언대 ▲주민참여 아이디어 모음터 ▲서울좋은간판 공모전 전시 ▲서울의 수돗물 아리수 ▲서울을 가지세요 ▲서울마을주간 ▲공익활동 지원사업 활성화를 위한 포럼 등 19개 연계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광장 내 가장 큰 부스를 세웠다. 그는 정책박람회 기간 동안 '이동 시장실-원순씨가 간다'라는 테마로 면담을 신청한 시민들과 직접 대면한다. 박 시장은 이번 이벤트를 적극 홍보하기 위해 자신의 SNS를 활용, 실시간 방송을 하고 있다.

서울시도 '광장은 시장실' 행사가 '2016 함께 서울 정책 박람회'의 주요 이벤트라는 입장이다.

  • ▲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광장에서 시민들과 면담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광장에서 시민들과 면담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 
    실효성 없는 깜짝 이벤트?… 예산만 낭비

  • 이번 정책 박람회가 성료될 지는 미지수다. '천만시민의 생각을 듣겠다'는 행사의 기본 취지와 달리 시민들의 반응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사 첫 날인 6일, 박 시장과 면담한 팀은 12팀에 불과했다. 7일에는 오후 5시까지 집계 결과 20팀이다. 시민과의 대면이 2시간 가량으로 짧게 책정된 8일에는 이 보다 수가 더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팀 당 면담 시간이 10~20분인 만큼, 시민들의 의견이 실제 시정에 반영될 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A 시민은 "어려운 사정의 친구가 지하철 인근서 담배를 피우다 10만의 과태료를 납부했다"며 "향후 개선을 통해 납부금 중 5만원은 온누리상품권으로 환급해달라"고 요청했다. B 시민은 "척수성근위축증을 앓는 아들의 보조의료기구를 지원해 달라"고 호소했다. C 시민은 "지역 사회의 소통과 협력을 확보해달라"고 말했다. 

    박 시장의 시정에 문제제기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D 시민은 "시정 발전에 역행하는 행위에 대한 문제점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 ▲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광장에서 시민들과 면담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광장에서 시민들과 면담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실제로 정책박람회를 통해 시정에 반영되는 경우는 매우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는 앞서 7월2일, 동일한 정책박람회를 열었다. 당시에도 박 시장은 시민들과 직접 만났다. 그는 이날 5시간에 걸쳐 49건의 건의 사항을 접수했다. 이 가운데 시정에 부분적이라도 채택될 예정인 건의 사항은 10건이다.

  • 시가 채택한 건의사항은 ▲아동성폭력근절을 위한 행사의 축사 요청을 받아 응한 것  ▲재개발 정비사업 항의를 조율한 것 등이다. 검토 중인 건으로는 ▲버스운전자가 교통 위반 시 운수업체도 같이 처벌하는 방안 등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실적으로 실현되는 건 거의 없다"며 "(정책박람회가 아니라 일반절차로 접수된 건의도) 실제 시정에 반영되는 비율은 10%가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번 10월과 지난 7월 행사에 투입된 총 예산은 3억9,000여 만원이다.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조성된 이 예산은, 부스설치 등 행사준비와 외주업체 비용 등으로 쓰였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조동근 교수는 "시장이란 직분의 시간 자원이 얼마나 비싼데 저렇게 보내는가"라며 "본인이 일선에 나서기 전에 서울시에 대한 시민의 정책제안과 반영이 원활히 되지 않았다면 명분이 되겠지만 그렇지도 않지 않나, 그 귀한 시간에 자신을 홍보하는 정치적 야심으로 사용하는 모습이 보기 안 좋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 교수는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서 여론을 체계적으로 수렴해야 한다"며 "기존의 담당부서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올바른 시정 활동"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