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자은 미술개인전 '공사중' 전시실, '문화공간 숨도'의 작은 전시관 밖에서 밤에 들여다본 전시장내부.ⓒ뉴데일리DB
    ▲ 이자은 미술개인전 '공사중' 전시실, '문화공간 숨도'의 작은 전시관 밖에서 밤에 들여다본 전시장내부.ⓒ뉴데일리DB

    아담한 전시홀은 전체가 도시였다. 서울, 파리, 뉴욕...어디라도 좋은 현대 도시의 거리.
    도시는 언제나 공사중, 큰 길 작은 길 빌딩에서 아파트단지에서 가정에서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 속에서 ‘공사’가 벌어지지 않는 순간이란 없다.
    그래서 미술 전시회 이름이 <공사중-UNDER CONSTRUCTION>이다. 
    얼핏 ‘설치미술’이 떠오르지만 그것도 아니란다. 어디까지나 회화 중심 전시회. 
    미국 뉴욕에서 2003년부터 활동하고 있는 화가 이자운(李自芸)씨, 국내 전시도 참여해왔지만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강대 인근 ‘문화공간 숨도’에서 지난 11일 문을 열었다.
  • ▲ 자신의 작품과 대화하는 이자운 작가의 뒷모습ⓒ뉴데일리DB
    ▲ 자신의 작품과 대화하는 이자운 작가의 뒷모습ⓒ뉴데일리DB


    “<공사중 - UNDER CONSTRUCTION>은 관객이 들어옴으로써 완성됩니다.
    직접 작품 속을 걸어 다니며 감상하세요“ 작가의 안내에 따라
    '공사중'의 도시, 현대사회의 그리드 (GRID: 격자사회)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벽과 벽, 선과 선, 길과 길, 흑과 백, 무채색의 골목골목 빌딩과 건물사이를 거닌다.
    문득 문득 나타나는 작은 그림들, 이자은 화가의 독특한 ‘그리드 추상화’이다.
    작은 유리상자 속에 그리드패턴으로 구성한 추상 속에는 갖가지 사회의 켄텐츠들이
    오밀조밀 구상화를 이뤄내고 있는 그림들은 여기저기 벽에 숨었다가 불쑥불쑥 나타난다.
    닫혀있는 수많은 창들, 우리 마음의 창처럼 내면을 비추는 거울처럼 날 보란 듯이. 
  • ▲ 자신의 작품과 대화하는 이자운 작가의 뒷모습ⓒ뉴데일리DB
“이거 보세요. 무지개...” 작가의 손을 따라 들여다본 그리드에 빛나는 무지개는 구상화.
“구름도 있고 숲도 있고 쓰레기도 있네요.” 연신 놀라는 관람객은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철학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공간 미술의 향기, 설치물들은 그림 속에 숨어서 소리치는 멧시지를
가장 실감나게 입체적으로 전달 소통시키는 또 하나의 미술품이다. 
너무나 강력한 외부의 마약에 취해 잃어가던 자신의 내면과 외면을 동시에 체험하는 시간,
감았던 눈을 뜨고 닫혔던 마음을 열게 하는 ‘공사중’ 전시회는 새로운 공사를 시작해준다.
  • ▲ 자신의 작품과 대화하는 이자운 작가의 뒷모습ⓒ뉴데일리DB
    서울대에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하던 작가는 어느 날 비행기를 타고 뉴욕으로 날아가 
    미술로 인생을 재구성하는 철학공부에 매달린다. 알프레드 대학 철학과를 우등으로 졸업하고 
    맨하튼 중심가에서 뉴욕 미술계를 드나들며 회화를 연구한 이자운 작가는, 
    바둑판 같은 현대도시의 상징 맨하튼 거리 ‘격자 시스템(GRID SYSTEM)’ 한복판인지라
    그의 미술철학 세계는 ‘격자 추상’으로 거듭 났고 큰 환영을 받았던 것이다. 

    이번 서울에서도 '벽'으로 설치된 판넬들은 버려지는 것들을 구입하여 칠하고 디자인 하여
    설치물 작업에 정성을 쏟았다. 벽과 벽들을 연결하는 한 줄의 검은 끈을 도사려 놓아 
    ‘보이지않는 삶의 인연’을 상기시켜 “너 혼자 못산다”는 공동체의 운명을 전하고 있다.

  • ▲ 격자 도시의 가려진 하늘, 무지개가 보인다ⓒ뉴데일리DB
    ▲ 격자 도시의 가려진 하늘, 무지개가 보인다ⓒ뉴데일리DB
    “미국 화단에서 활동하면서도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 갈등은 겪어본 적이 없는데,
    세계가 점점 문화자본주의로 획일화 되어가는 게 안타깝다”는 이자운 화가는
    “매몰되어가는 현대인의 자기 개별성을 되찾아 나를 보는 눈이 진화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페이스북을 하다보면 내가 어디에 있는지 자꾸 헷갈리잖아요." 
    SNS는 '나쁜 그리드'라며 아예 끊어버렸다면서 미래 사회를 걱정한다.
    이달 31일까지 이어지는 전시회는 주중엔 10시반까지 문을 연다.
     
  • ▲ 격자 도시의 가려진 하늘, 무지개가 보인다ⓒ뉴데일리DB
    < 공사중 UNDER CONSTRUCTION > 해설
     
    UNDER CONSTRUCTION is a painting realized in a space and an installation with paintings as its parts. The individual paintings in the installation are blueprints, and the installation is a realization of the blueprints in space. It is a low-tech interactive installation. Here, the viewer can walk inside and outside while experiencing the paintings. 
    “공사중”은 공간에서 구현된 회화 작업이자 그 일부분이 회화작품으로 구성된 설치작업이다. 설치작업 안에 포함된 각각의 회화 작품은 전체 설치작업의 청사진이 되고, 설치작업 자체는 공간안에서 청사진의 실현체가 된다. 이 작품은 관객이 참여할 수 있는 설치작업이다. 이곳에서 관객은 회화를 경험 하면서 그 안팎을 거닐 수 있다.

    The project addresses the contemporary experience of living constantly in urban grids. As the grid is a practical tool that has efficiently shaped contemporary society in physical and symbolic ways, grid systems appear logical and connected. However, when molded to fit the world around us, they are not. Unlike de-individualized identical segments of the grid, the individuals living within the system appear mostly alienated from each other as each retains their own identity.
    이 프로젝트는 도시라는  맞물린 격자무늬(GRID) 속에서 끊임없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시대의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격자(GRID)란 현대 사회를 물리적이고 상징적인 방식으로 구체화한 실용적인 도구로서, 격자 시스템(GRID SYSTEM)은 논리적이고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막상 우리 주위 세상에 적용될 때는 그렇지 않다. 개체의 구분없이 그저 똑같은 모양인 격자(GRID)의 각 부분들과는 달리, 이 시스템 안에서 살고 있는 각자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는 개개인들은 대부분 서로로부터  분리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In this exhibit, the artwork takes the white cube of the gallery as a segment of the urban grid of the city. Simultaneously, it minimizes the macroscopic view of the city's infrastructure, giving the viewer a chance to observe the entirety of this system from an outside perspective and an inside perspective at the same time.
    이 전시에서 이 작품은 도시라는 격자(GRID)의 한 조각으로서 갤러리의 하얀 정방형의 공간 전체를 선택한다. 동시에, 도시의 거시적 내부구조를 갤러리 공간 안에 축소해, 관객이 이 도시라는 격자 시스템(GRID SYSTEM)의 전체를 외부의 관점에서 그리고 동시에 내부의 관점에서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도록 한다. 
     
    On entering the installation, the viewer is invited to experience three conditions: 
    설치작업에 들어서면서, 관객은 다음 세가지 상황을 경험하도록 인도된다

    1) that the individual paintings and segments of the installation are autonomous entities in themselves, and simultaneously exist as part of and reflective of the installation as a whole;
    개개의 회화작품과 설치작업은 그 자체가 자율적인 독립체이다. 동시에 개별 작품은 전체 설치작업의 일부로서 전체 설치작업 자체를 투영시키면서 존재한다.
    2) that by entering the installation, the viewer also retains his/her individual nature while becoming part of the installation as a whole; and
    설치작업에 들어설 때, 관객은 설치작업의 일부가 되지만 스스로의 개체성을 유지한다.  
    3) that because of the nature of the individual segments, being reflective of the installation as a whole, the viewer is metaphorically entering each segment simultaneously, illustrating that the first two conditions are experienced in multiple layers at once. 
    3) 설치작업 그 전체를 반영하는 개체의 성질로 인해, 관객은 앞의 두가지 상황을 복합적인 측면에서 한꺼번에 경험하며 동시에 각각의 격자(GRID) 조각으로 은유적으로 들어간다.
     
    In this way, the imperfection of the grid is exposed. One can contemplate one’s individual alienation in the face of the seemingly connected collectivity of the grid and the tension between what is logical and what is not.
    이러한 방식으로 격자(GRID)의 불완전함이 노출된다. 관객은 모든 것이 연결된 것처럼 보이는 격자(GRID)의 집단성 앞에 마주한 개개의 분리에 대해서, 그리고 논리적인 것과 비논리적인 것 사이의 긴장상태에 대해서 응시할 수 있다. 
                -----------------------------------------------
    전시작가 소개
    이자운(李自芸) www.zaunlee.com / zaunlee@gmail.com
    작가약력 :
    한국 서울 출생, 미국 뉴욕 거주
    철학과, 우등졸업, 알프레드 대학교, 알프레드, 뉴욕, 미국
    시각디자인과, 중퇴, 서울대학교, 서울, 한국

    2016 초대 개인전, "공사중 Under Construction," 숨도 갤러리, 서울, 한국
    2014 초대 레지던시, 인터네셔널 아티스트 교환 프로그램, 뉴로쉘, 뉴욕
    2014 초대 레지던시, 아트 모라, 맨하튼, 뉴욕
    2013 초대 개인전, "나의 버려진 땅 My No-Man's Land," 몬마우트 대학교, 뉴저지, 뉴욕
    2013 초대 개인전, "경계선 Borders," 아트 모라, 맨하튼, 뉴욕
    2011 초대 이인전, "Hyped Reality," 일루미네이티드 메트로폴리스 갤러리, 맨하튼, 뉴욕
    2009 초대 이인전,  "안과 밖 Ins and Outs," 갤러리 사토리, 맨하튼,  뉴욕
     
    전시기간_ 
    2016년 10월 11일(화) ~ 10월 31일(월)     
    (월~금) 10:00 – 22:30 (토~일) 13:00 – 21:30
    전시장소_문화공간 숨도 1층 작은 전시관: 서울시 마포구 백범로 71 숨도빌딩  
    - 전화 02-717-3535
    - 홈페이지 soomdo.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