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푼, F-22 랩터·Su-35 외에는 적수 없는 공대공 능력…北공군에는 '장수말벌'
  • 영국 공군(RAF)의 유로파이터 타이푼 편대. 조만간 한국 수도권 하늘에서도 볼 수 있을 듯하다. ⓒ유로파이터 홈페이지 캡쳐
    ▲ 영국 공군(RAF)의 유로파이터 타이푼 편대. 조만간 한국 수도권 하늘에서도 볼 수 있을 듯하다. ⓒ유로파이터 홈페이지 캡쳐


    오는 11월 4일부터 10일까지 수도권 하늘에서 유로파이터 타이푼을 볼 가능성이 높다. 英공군 타이푼 전투기가 경기 오산 공군기지에서 한미 공군과 함께 사상 첫 연합훈련을 실시하기 때문이다. 6.25전쟁 당시 두 번째로 공군을 보냈던 영국이 66년 만에 다시 전투기를 보내는 것이다.

    英공군의 타이푼 전투기가 한국으로 온다는 소식은 지난 9월 29일 공군의 발표로 알려졌다.

    당시 공군은 “사상 최초의 한·미·영 공군 연합훈련 명은 ‘무적의 방패(Invincible Shield)’로 韓공군의 F-15K, KF-16 전투기, 美공군의 F-16 전투기가 英공군의 타이푼 전투기 4대, 보이저 공중급유기, C-130 수송기, C-17 수송기 등과 함께 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군이 밝힌 데 따르면, 한·미·영 공군의 연합훈련은 ‘가상 적’의 주요 군사시설 및 지휘시설 공격 훈련, 대량 침투하는 적기를 공중에서 요격하는 훈련 등을 벌일 것이라고 한다. 이 가운데 공군이 밝힌 훈련 목적이 눈길을 끈다. “한반도에서 분쟁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당시 공군은 “6.25전쟁 참전국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영국은 (타이푼 전투기 파견 훈련을 통해) 앞으로도 유엔사령부 전력 제공국가로서의 안보 공약을 적극 이행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英공군은 자국 매체의 질문에 “英공군의 타이푼 전투기가 해외에서 훈련을 하는 것은 그 어떤 나라, 지역을 공격하기 위한 목적의 훈련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그럼에도 英공군의 타이푼 전투기가 한반도 상공을 누비게 된다는 점은 한국뿐만 아니라 주변국의 눈길까지 잡아끌고 있다. 특히 10월 21일부터 실시할 예정인 일본 항공자위대와 英공군 타이푼 전투기의 연합훈련에는 中공산당은 물론 러시아까지도 신경을 곤두세웠다.

  • 지난 9월 30일(현지시간) 英데일리 스타는 英공군의 타이푼 전투기와 한미 공군의 연합훈련 소식을 전했다. ⓒ英데일리 스타 관련보도 화면캡쳐
    ▲ 지난 9월 30일(현지시간) 英데일리 스타는 英공군의 타이푼 전투기와 한미 공군의 연합훈련 소식을 전했다. ⓒ英데일리 스타 관련보도 화면캡쳐

    지난 14일(현지시간) 英‘가디언’은 “英공군의 타이푼 전투기 4대, 보이저 공중급유기, C-17 수송기, C-130 수송기, 공군 인력 170여 명이 日아오모리 미사와 공군기지에 도착했다”면서 “이들은 오는 10월 21일부터 11월 초까지 일본 항공자위대와 함께 연합훈련을 실시한다”고 보도했다.

    英‘가디언’은 “이번 英·日 합동훈련은 日항공자위대의 전술적 능력을 높이고, 양국 국방협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특정 국가나 지역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는 日방위성의 답변도 전했다.

    英‘가디언’은 “하지만 日방위성이 강조한 ‘국제법규를 준수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표현은 일본이 센카쿠 열도 인근에 중국 선박과 항공기들이 침입하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반발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라며, 사실상 中공산당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가디언’을 비롯한 英언론들은 日항공자위대와의 연합훈련 이후 11월 4일부터 한국에서 실시하는 韓·美·英 공군 합동훈련을 ‘본 게임’으로 봤다. 여기에 대한 반발이 중국, 러시아, 북한에서 차례대로 튀어나오고 있어서다.

    러시아는 지난 10월 6일(현지시간) 韓·美·英 공군 합동훈련과 관련해 “한반도에는 영국의 군 기지도 없고, 옛 식민지도 아닌데 영국 공군 조종사들이 왜 한반도의 특성을 알아냐 하냐”고 반문하면서 “영국 공군이 동북아에서 무엇을 하려는 건지 알 수가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러시아는 이와 함께 “불안하고 폭발할 위험이 있는 지역에서의 모든 행동과 결과는 철저히 조율되고 숙고해야 한다”면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 16일(현지시간)에는 모스크바 주재 북한대사관이 보도 자료를 내고, “韓·美·英 공군 합동훈련을 벌일 경우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협박 메시지를 내놨다.

    북한 측은 “훈련에 참가하는 모든 군사장비와 무기들은 반드시 우리 인민군의 표적이 될 것”이라고 협박하면서 “(영국 공군의 한국 내 훈련은) 북조선을 향한 전쟁 도발을 추구하는 남조선과 미국의 시도에 공개적으로 동참하는 행동”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러시아와 북한이 이처럼 영국 공군과 한미 공군의 합동훈련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영국이 여전히 세계적인 군사강국이자 정보강국이고, 이번 합동훈련에 참가하는 전력이 타이푼 전투기라는 점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는 한국의 차기 전투기로 선정될 뻔한 기종이다. 외부 연료탱크 장착으로 스텔스 성능이 떨어진다는 점만 제외하면, 현존하는 전투기 가운데 공대공 요격 능력은 최고 수준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5년 8월 英공군의 타이푼 전투기와 인도 공군의 Su-30MKI 전투기 간의 ‘가시권 전투(WVR)’ 훈련에서 인도 공군의 Su-30MKI가 12:0으로 타이푼 전투기보다 우세했다고 한다. 하지만 ‘비가시권 전투(BVR)’에서는 상황이 다를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2005년 英공군의 타이푼 전투기(T1 복좌형) 1대와 英주둔 美공군의 F-15E 전투기 2대가 모의 공중전을 벌인 결과 타이푼 전투기가 F-15E 전투기 2대를 모두 격추시켰다고 한다.

    2010년에는 스페인 공군과 美공군의 모의 공중전 훈련에서 스페인 공군 소속 타이푼 전투기 2대가 美공군의 F-15C 전투기 8대와 맞붙어 0:7의 격추 실적을 거뒀다. 격추당한 기종은 美공군의 F-15C였다.

    타이푼 전투기는 F-22 랩터처럼 ‘상시 초음속 비행’이 가능하다. 이를 ‘수퍼 크루즈’라 부르는데 강력한 엔진 출력과 우수한 공기역학적 설계 적용을 전제로 한다.

  • 英공군의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 편대비행. 김정은이 상상하는 타이푼 전투기의 한반도 비행은 이런 모습일 것이다. ⓒ英국방부 홍보화면 캡쳐
    ▲ 英공군의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 편대비행. 김정은이 상상하는 타이푼 전투기의 한반도 비행은 이런 모습일 것이다. ⓒ英국방부 홍보화면 캡쳐


    타이푼 전투기는 한국군이 도입, 곧 사용할 장거리 정밀타격 미사일 ‘타우러스 KEPD-350’는 물론 스칼프(스톰 섀도우)라는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도 운용할 수 있다. ‘타우러스’는 이미 영국과 스페인 공군이 도입해 사용 중이다. 이를 통해 그동안 제기됐던 ‘공대지 작전 능력 부족’을 상당 폭 감쇄할 수 있었다.

    즉 英공군의 타이푼 전투기는 美공군의 F-22 스텔스 전투기나 러시아 공군의 Su-35 신형 전폭기와 대규모 공중전을 벌이지만 않는다면, 상대편을 ‘학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도입된 지 최소한 30년도 넘은 MIG계열 전투기만 갖춘 북한 공군이 타이푼 전투기와 맞닥뜨리게 되면 ‘장수말벌을 만난 꿀벌’ 신세나 다름없다.

    이처럼 강력한 전투기가 한국에 와 한미 공군과 합동 훈련을 벌인다는 점 때문인지 북한보다 러시아, 중국이 먼저 반발한 것이다. 북한은 찍소리도 못하고 얼어 있다가 뒤늦게 러시아 뒤에 숨어 주먹이라도 흔들어 보는 수준이었다.  

    러시아가 공개적으로 한반도에서 韓·美·英이 벌이는 합동훈련에 ‘경고성 우려’를 나타낸 데는 다른 이유도 있어 보인다. 바로 미국의 ‘아태지역 우선전략’ 문제다.

    알려져 있다시피 美정부는 ‘아태지역 우선전략(Pivot to Asia)’을 내세운 뒤 안보동맹을 구축하는데 열심이다. 이 안보동맹은 ‘인도-호주-일본’과 ‘미국-일본-호주’로 나뉜다. 얼핏 보면 일본이 핵심국가 같지만 실제로 핵심은 호주다.

    여기서 호주는 뉴질랜드와 함께 미국의 최고 동맹국인 ‘5개의 눈(5개국 정보기관 공동체)’ 멤버다. ‘5개의 눈’이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최우선 우방국으로 꼽은 UKUSA 동맹, 즉 미국과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를 의미한다.

    이를 다시 풀이하면 대서양을 중심으로 한 서반구는 영국과 NATO(북대서양 조약기구)를 중심으로, 태평양을 무대로 한 동반구는 미국과 호주가 중심이 되어 함께 움직인다는 뜻이다. 英공군의 타이푼 전투기가 일본을 들러 한국에 와서 합동 훈련을 벌이는 것은 이런 미국의 세계 전략 차원에서 봐야 보다 정확하게 풀이할 수 있지 않을까.

    미국을 중심으로 한 ‘5개의 눈’ 동맹국의 21세기 이후 행태를 보면, ‘최우선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문제의 배경’을 차단하는 식으로 움직인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알 카에다 문제가 그렇고, 현재 문제인 ‘대쉬(ISIS)’와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 동지나해와 남지나해 갈등 등이 그렇다.

    이 구도에서 보면, 미국과 ‘5개의 눈’ 동맹국들이 바라보는 북한 핵문제 해결 또한 ‘김정은 참수’와 ‘배후세력과의 차단’, 즉 북한 최고위층 및 핵시설 제거, 中공산당과 러시아의 개입 여지 차단이라는 방식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

    이는 또한 만에 하나 '김정은 참수 작전'이나 '북핵시설 선제타격' 작전을 실행할 때 美공군의 단독작전, 또는 한미 공군의 비밀 작전이 아니라 미국과 영국을 필두로 한 '다국적 연합공군'의 '국제사회 정의실현' 작전이 될 가능성도 있음을 보여준다.

    대표적인 사례가 1991년 걸프전쟁, 2001년 아프가니스탄 침공, 2003년 이라크 침공, 2011년 리비아 공습 등이다. 당시에도 미국은 자국 병력이 사실상 주축임에도 영국군, 호주군, 캐나다군, 뉴질랜드군 등을 동참시켜 '다국적 연합군'을 구성, '국제사회의 정의구현'이라는 명분을 채웠다. 특히 英공군은 공습 때마다 美공군과 함께 선봉에 선 경우가 많았다.

    보다 과거로 돌아가, 한반도에 英공군이 온 것은 1950년 6.25전쟁 발발 직후인 7월이었다. 당시 英공군은 정찰기, 수송기를 시작으로 폭격기와 전투기를 보내 참전했다. 당시 英공군은 전선이 고착된 뒤부터 북한군 주요시설 폭격, 북한 공군의 MIG-15 요격 작전에 나섰다. 

    6.25전쟁 이후 66년 만에 한반도 상공에 英공군 전투기가 날아다니는 일은 이처럼 많은 뜻을 품고 있다.

  • 1952년 김포공항에 주기 중인 英공군의 미티어 폭격기. 英공군은 1950년 7월 참전했으나 전투에는 뒤늦게 참여했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1952년 김포공항에 주기 중인 英공군의 미티어 폭격기. 英공군은 1950년 7월 참전했으나 전투에는 뒤늦게 참여했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현재 英국방부는 한미 공군과 함께 실시할 예정인 ‘무적의 방패’ 훈련에 별 다른 의미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지난 수 년 동안 英정부가 북한 문제와 관련해 취한 태도를 보면, 그렇게 해석되지 않는다.

    영국은 유럽 가운데 탈북자들의 망명을 가장 많이 받아들인 국가다. 또한 탈북자들의 북한주민 인권개선활동이 가장 활발한 나라 가운데 하나다. 英의회는 2014년 5월부터 공영방송 BBC를 통해 '대북방송' 실시를 촉구, 결국 2016년부터 '대북방송' 송출을 준비하고 있다.

    英정부는 또한 북한 핵문제가 영국의 국익을 위협하는 이란의 핵무기 및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과 연관이 있다는 점 때문에 정보기관을 동원해 북한의 해외공작을 감시하고 있다. 지난 8월 태영호 前런던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의 한국 귀순, 2006년부터 2014년까지 남아공 정보기관과 함께 북한 핵개발을 담당하는 과학자의 포섭 공작 등을 실시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북한 핵무기 및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 김정은 체제와 북한주민 인권개선에 대한 영국의 관심은 갈수록 더욱 높아지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과 함께, 미국에서 ‘김정은 참수’와 ‘북핵시설 선제타격’에 대한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는 점, 한국 정부 또한 김정은 집단의 제거를 실행할 수 있는 수단 확보에 나서기 시작한 시점에서 英공군의 타이푼 전투기 편대의 한국행은 김정은과 그의 후원자들에게는 섬뜩한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