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사고 진상조사단, 매주 1회씩 회의...실효성 의문
  • 시민들이 전철을 이용하고 있다. ⓒ뉴시스
    ▲ 시민들이 전철을 이용하고 있다. ⓒ뉴시스

    얼마 전 까지 '가장 안전한 교통 수단은 철도'라는 말이 있었다.

    언제부턴가 해마다 거듭되던 철도 관련 대형 안전사고는 그 주기가 분기(分期)로 바뀌는 양상이다. 올해 들어 서울지하철에서 일어난 사망사고만 벌써 3건이다. 

지난 2월, 서울지하철 1호선 서울역에서 전동차에 오르던 80대 여성은 쇼핑백이 출입문에 끼면서 전동차와 스크린도어 사이로 끌려가 선로에 떨어져 사망했다. 당시 열차 기관실에는 스크린도어가 닫히지 않았다는 비상등이 켜졌지만, 뒤편에 있던 차장이 육안상 이상이 없다며 열차를 출발시켰다.

지난 5월에는 2호선 구의역에서 정비업체 직원(19)이 스크린도어를 점검하던 중 역내로 진입하던 전동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여 숨졌다.

5개월 만인 이달 19일, 5호선 김포공항역에서 유사한 사고가 다시 발생했다. 항공사 직원으로 알려진 30대 남성 희생자는 전동차에서 내리던 중 출입문과 스크린도어 사이에 갇혔고, 기관사는 약 30초간 전동차 문을 연 뒤, 객차 안 상황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시동을 걸었다. 전동차와 스크린도어 사이 좁은 틈이 끼어 약 7미터 정도를 끌려간 희생자는 다발성 장기손상으로 숨을 거뒀다.

이번 김포공항역 사고가 더욱 안타까운 이유는 서울시의 미진한 대응책에 따른 참사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앞서 구의역 사고 이후 1~8호선 245개 역사의 스크린도어 전수조사를 벌였고, 김포공항역 스크린도어는 전면교체가 시급하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조사 이후 이렇다 할 행동은 취하지 않으면서 예산 등의 문제를 들어 교체 시기를 미루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사고의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불과 다섯 달 전 비슷한 참사를 겪은 서울시가, '지하철 안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19일 김포공항역 사고 현장을 둘러 보고 있다. ⓒ뉴시스
    ▲ 박원순 서울시장이 19일 김포공항역 사고 현장을 둘러 보고 있다. ⓒ뉴시스

    사정이 이쯤 되니, 서울시가 구의역 사고 이후 '대책'이라며 벌인 행태를 '말잔치', '돈잔치'로 표현하는 데 부담이 없어졌다.

    서울시는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책을 세우겠다며 '구의역 사망 재해 시민대책위 진상조사단'을 꾸리고 매주 1회 회의를 열었다. 현재까지 14회 진행된 회의는 앞으로 3~4차례를 더 남겨놓고 있다.

    진상조사단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노동건강연대, 노동인권실현모임, 알바노조, 좌파노동자회, 참여연대 정의당, 노동당 등 53개 좌익 성향의 단체가 집결한 모임이다. 진상조사단은 이 중 15명을 선발하고, 여기에 서울시와 철도공사, 메트로 노조 관계자 등 10명을 포함해 총 25명으로 구성됐다.

  • 서울시는 25명 중 회의에 참석하는 위원에게는 개인당 10만 원을 지불한다. 예정된 18회 회의까지 25명이 전부 참여하는 경우 4,500만 원을 지급하게 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실제로 회의에 참석하는 수는 10~12명 수준"이라며 지급 비용이 적을 것으로 설명했지만, 10명으로 계산하더라도 최소 1800만 원 이상을 지원하는 셈이다.

    관계자의 설명대로 진상조사단 회의가 전체 위원의 절반도 채 참여하지 않는 회의라면, 18회 까지 진행해야 하는 지도 의문이다. 이들이 현재까지 도출한 결과도 투입한 시간과 예산에 비하면 초라하다. 진상조사단은 현재까지의 결과 보고서를 통해 ▲인력 부족 ▲승강장 안전문 보수 용역 ▲부실시공 의혹 ▲명확한 매뉴얼 부재 등을 지적했을 뿐이다.

  • 박원순 서울시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서울시가 회의를 거듭하는 사이 지하철 안전 사고는 다시 일어났다. 되돌아보면, 구의역 사고 직후 열린 박원순 시장의 기자회견은, 화려한 말의 향연 그 자체였다.

    박원순 시장은 6월 기자회견에서, 사고의 원흉으로 메피아(서울 메트로+마피아)를 지목했다. 그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메피아 문제를 개선할 것"이라며 "초심을 지키지 못했다. 잘못된 특권과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박 시장은 "안전은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이고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함에도 (아직도) 불평등·불공정한 것이 현실이다. 부실의 정도가 심하다면 스크린도어 전면 재시공까지 검토하겠다"며, 마치 자신은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처럼 말했다.

    박 시장은 최근 국감에서 "소 잃고서라도 외양간은 제대로 고쳐야 한다"며 재발방지를 강조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치라"며, 박 시장에게 말이 아닌 실천을 당부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일 김포공항역 희생자 빈소를 찾아 "사고의 책임은 전적으로 제게 있다"며 머리를 숙였다. 그는 "구의역 사고 이후 다양한 대책을 추진하는 중에 이런 일이 일어나 황망하다. 이번 사고로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도록 철저히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기자들에게 "김포공항역(시설문제)은 내년도에 예산을 투입해 조치하려 했다. 좀 더 일찍 했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지하철 사고로 인한 박 시장의 사과는 올해만 세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