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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첼로를 연주하는 배일환 교수(오른쪽)와 가야금을 연주하는 곽은아 교수. 문화예술의 선진화를 강연하면서 '나눔의 연주'를 시연해보였다.ⓒ뉴데일리DB
문화예술 x 나눔봉사
지난 10년 동안 문화외교 자선단체 ‘뷰티플마인드’를 이끌어 오면서 깨달은 것은 문화예술이 나눔과 봉사를 만났을 때 그 가치가 더욱 커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문화예술의 가치를 기반으로 창조적 나눔 활동에 주력할 때 더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얻고 기쁨을 되찾게 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60여 개국의 어려운 아이들을 만나 음악을 들려주고 또 악기를 선물해 새로운 꿈을 꾸게 하는 등 문화예술이 삶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많은 활동들을 해왔습니다.
안과의사 선생님들과 함께 아프리카로 봉사를 떠나 환우들을 위한 힐링의 연주를 하고 수술실에서도 희망과 위로의 연주를 들려주면서 참으로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이보다 더 가치 있는 연주가 있을까 생각하며 뭉클했었습니다. 이는 사랑을 선물 받은 이들의 삶은 물론이고 우리 연주자들의 삶도 변화시켜주었습니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을 실천하고 음악을 통해 하나되는 세상을 경험 하면서 연주자로서의 삶의 목적, 연주를 하는 이유와 음악을 대하는 태도들이 자연스럽게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문화예술의 영향력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선물하고 삶의 새로운 목적을 심어주기도 합니다. 그 어떤 계층이나 계급만이 누릴 수 있는 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남녀노소, 동서고금,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하나되어 즐길 수 있도록 문화예술을 나누고 문화예술로 봉사하는 방식들이 인류의 정신을 고양시키고 선진화시키는 하나의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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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일환 이화여대 교수.ⓒ뉴데일리DB
문화예술 x 장애, 비장애인의 화합
뷰티플마인드의 연주에는 매우 특별한 점이 있습니다. 바로 장애인 연주자들과 늘 함께 무대에 선다는 것입니다.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물고 하모니를 이루는 무대는 연주자와 청중 모두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합니다. 비단 무대 위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장애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 없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을, 그것이 자연적인 이치인 것을 보여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미 뛰어난 실력을 가진 많은 장애인 아티스트들이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이들을 위해 동등한 기회와 열린 무대들이 더 많이 생겨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뷰티플마인드 뮤직아카데미에서는 그 동안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했던 장애 아동들이 계속 음악적 재능을 키워나가고 꿈을 이뤄갈 수 있도록 음악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음악에 소질 있는 소외계층 비장애 아동들도 함께 이들과 함께 오케스트라를 이뤄 음악을 연주합니다.
이러한 환경은 인간은 저마다 부족함이 있지만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다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줍니다. 스스로의 불편함, 부족함을 한탄하고 꿈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돕고 의지하며 함께 꿈을 이뤄갈 수 있도록 돕습니다. 자신의 장애나 빈곤을 걸림돌이 아닌 또 하나의 특별함으로 인지하고 계속해서 재능을 키워나가는 아이들, 함께 어우러져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가며 하나의 곡을 완성해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모든 아이들의 인성 교육에도 이러한 환경과 가르침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조화롭게 만들어내는 문화예술 작품들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늘어나길, 또 그것을 권장하는 사회적인 분위기와 교육의 풍토가 더 넓고 탄탄하게 조성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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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자 신숙원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위원장과(왼쪽)과 양승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뉴데일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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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자 양승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문화예술 x 법고창신(法古創新)
일찍이 세계화의 가치를 올린 비범한 선각자였던 조선 후기 실학자 연암 박지원은 문학 창작에 있어 ’법고창신’을 강조했는데 이는 옛 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해낸다면 훌륭한 글을 지을 수 있다는 그의 문학 이론을 뜻하는 말입니다. 옛 것을 받아들이면서도 머물러 있지 않고 그 속에서 한 걸음 더 발전시켜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줍니다. 이는 후대에 전해져 내려오며 역사와 문화, 예술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며 우리가 따라야 할 큰 가르침이 되고 있습니다.
뷰티플마인드의 해외 무대에서 가장 인기 있는 무대는 단연 우리나라의 전통 악기가 등장하는 순서입니다. 한복 의상을 입은 연주자들이 가야금과 해금을 연주하고 또 판소리를 선보이면 큰 환호성과 박수가 쏟아져 나옵니다.
생소할 수 있는 우리 민요만이 아니라 현지 민요를 미리 연습해가서 연주하기도 하는데 객석에서 큰 박수와 함께 앙코르가 들리기도 합니다. 이는 마치 더듬더듬 그 나라의 언어를 잠시 배워 인사를 건네는 것처럼 그들에게는 매우 반갑고 신기한 일일 것입니다. 청중들은 고마움을 표시하듯 연주에 맞춰 박수도 치고 노래도 부르며 우리는 또 하나가 됩니다. 또 전통악기와 서양악기가 한데 어우러져 아리랑을 연주하는 무대도 동서고금의 조화를 느끼게 해주는 소중한 무대입니다.
전통문화를 소중히 여기고 아름다운 우리의 것을 더 가치 있게 세계에 선보이는 문화예술의 선진화는 이렇게 아주 작은 창조적 아이디어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문화예술의 세계화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전통문화를 현대적 시각에서 재조명하고 그 가치를 잇는 방식으로 새롭게 창조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 시대에는 지나치게 실용적인 것과 상업적인 내용을 내세우는 예술을 논하는 문화적 혼란 속에 있습니다. 문화예술에서 “착한 선진화”는 우리 모두가 이루고자 하는 큰 목표입니다. 문화예술사회 안에서 펼칠 수 있는 나눔과 화합, 그리고 우리의 소중한 옛 것을 통해 희망과 자부심을 갖고 그 안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해 가는 과정을 가져야만 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한 단계 도약하는 문화예술로 발전하여 “착한 선진화’를 이뤄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