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지형 뒤바꿀 카드, 대한민국 리빌딩의 서막... "국가운영 큰 틀에서 변화"
  • ▲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346회 국회 10차 본회의에 참석해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346회 국회 10차 본회의에 참석해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정치지형을 뒤바꿀 개헌(改憲) 카드를 꺼냈다.

    24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46회 본회의 시정연설을 통해서다.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핵심은 '통일을 위한 개혁(改革)'이었다.

    이는 연설의 포인트를 하나 하나 연결시켜보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한반도 주변 환경과 변화하는 국제사회의 기류, 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 개헌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당위성.

    두 문제를 꿰뚫는 키워드는 바로 '북한과 안보'로 요약된다.

    '경제-민생-개헌' 크게 세 가지 단락으로 구분되는 연설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안보 문제와 관련된 키워드를 단락 곳곳에 심어 놓고 국민들의 단합을 강조했다. 

     

    "북한 핵(核)과 미사일이라는 실질적 위협까지 더해져 우리나라의 앞날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습니다.

    저출산 고령화의 부정적인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이전에,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1~2%대의 저성장으로 고착되기 이전에, 밝은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선도형 경제체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북한이 완전한 핵보유국이 되기 이전에, 동북아가 끔찍한 핵무기의 경연장이 되기 이전에,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여 안전하고 평화로운 대한민국을 후손에게 물려줘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가야하는 그 길은 매우 험난하고, 고통스러운 길이 될 수 있습니다. 선도형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의 쓰라린 아픔을 이겨내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북핵(北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의지와 두려움 없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이토록 엄중한 상황에서 국민이 분열되고, 정치가 분열된 국민들을 더 갈라놓는다면, 희망의 등불은 꺼지고 말 것입니다. 정부의 힘만으로는 해낼 수 없습니다.

    모든 국민과 경제주체들이 힘을 모으고, 정부와 국회가 미래를 향해 힘을 합칠 때, 비로소 우리는 희망의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현재 대한민국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엄중하고 냉엄한 안보환경에 직면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세 차례나 핵실험을 감행해 핵실험 단계를 넘어 핵무기 단계로 진입하려 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우리와 국제사회에 대해 무모한 도발을 반복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청와대의 의지만으로는 북한의 도발과 협박을 저지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저는) 임기가 3년 8개월이 지난 지금 돌이켜 보면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을 일부 정책의 변화 또는 몇개의 개혁만으로는 근본적으로 타파하기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개탄했다.

    정치권과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 '통일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촉구한 것이다.

     

  • ▲ 미사일 발사 실험 후 즐거워 하고 있는 북한 김정은. ⓒ조선닷컴 DB
    ▲ 미사일 발사 실험 후 즐거워 하고 있는 북한 김정은. ⓒ조선닷컴 DB

     

    #. 국제사회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데 정작 우리는...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북한은 연일 핵(核) 미사일 도발을 노골화하고 있고, 국제사회는 이에 맞서 전례없는 대북(對北) 제재로 김정은 정권을 압박하고 있다.

    현재 미국 조야(朝野)를 비롯한 해외 다수의 국가들은 대북(對北) 선제타격 등 강경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최근 열린 미(美) 대선 부통령 후보 TV토론에서 민주당 후보인 팀 케인(Tim Kaine) 상원의원은 '북한이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발사한다는 정보가 있으면 선제 행동을 취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이라면 임박한 위협에 대응해 미국을 방어하기 위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답했다.

    케인 의원은 물론 '관련 정보를 정확히 파악한 뒤에'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대북 선제공격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지난달 마이클 멀린(Michael Mullen) 전 합참의장이 '자위적 차원의 대북 군사공격 가능성'을 언급했고, 백악관 브리핑에서도 선제타격론이 직접적으로 거론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영국 정부 역시, "북한의 미사일과 핵실험에 대한 유엔 등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응에 한국-미국-일본 등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공군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는 오는 11월 4일부터 10일까지 한반도 상공에서 한-미(韓美)와 함께 사상 첫 연합훈련을 실시하기도 한다.

    이는 '김정은 참수 작전'이나 '북핵 시설 선제타격'을 실행할 때, 한-미 공군의 비밀 작전이 아닌 미국과 영국을 필두로 한 다국적 연합군의 '국제사회 정의실현' 오퍼레이션이 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국제사회의 움직임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정작 북핵(北核)의 최우선 타깃인 대한민국 내에선 야당과 친북(親北) 세력이 국론분열을 부추켜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 문제조차 야당의 반대에 밀려 갈팡질팡하고 있는 형국이다.

     

    #. 朴대통령, 북한 5차 핵실험 직후 개헌 본격 검토

    사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5차 핵실험 감행 전까지는 개헌 주도를 망설였던 것으로 보인다.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과 관련해 "제가 지난 6월 경에 정무수석으로 왔는데 그 무렵부터 개헌에 대한 방향을 설정하는 데 많은 고민과 수석들의 의견이 있었고, 여러가지 토론 후에 어떤 분들은 8.15 광복절 기념사에 넣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당시 현실화 안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난 9월 9일 북한의 제5차 핵실험을 감행한 직후 청와대의 기류가 급격히 바뀌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김재원 수석은 "(개헌에 관한) 최종적 종합 보고서를 지난 추석 전에 검토 자세히 올라가도록 분량이 많게 대통령께 보고 드렸고, 추석 연휴 마지막 무렵에 결정이 돼서 (박 대통령이) 준비를 지시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 보고는 지난 10월 18일으로, 개헌 향후 일정과 그 방향의 최종 원고를 보고 드렸는데 이후 대통령이 오늘 시정연설을 하는 것으로 구체화됐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통해 국회를 장악한 친북(親北) 야당에 변화를 주문했다.

    "우리 정치는 대통령선거를 치른 다음 날부터 다시 차기 대선이 시작되는 정치체제로 인해 극단적인 정쟁과 대결구도가 일상이 되어버렸고, 민생보다는 정권창출을 목적으로 투쟁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발전을 가로막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국가적 정책현안을 함께 토론하고 책임지는 정치는 실종되었습니다."

    또한 "대통령 단임제로 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지면서 지속가능한 국정과제의 추진과 결실이 어렵고, 대외적으로 일관된 외교정책을 펼치기에도 어려움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말하는 개헌(改憲)의 필요성, 그 첫번째 문제 제기였다.

    정책의 일관성과 책임성을 담보할 수 있는 연속적 권력구조 개편을 촉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몇 년 만 버티면 된다는 생각으로 핵과 미사일 개발을 수십 년 동안 멈추지 않고 있고, 경제주체들은 5년마다 바뀌는 정책들로 인하여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투자와 경영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런 고민들은 비단 현 정부 뿐만 아니라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으로 선출된 역대 대통령 모두가 되풀이해 왔습니다. 저 역시 지난 3년 8개월여 동안 이러한 문제를 절감해 왔지만, 엄중한 안보·경제 상황과 시급한 민생현안 과제들에 집중하기 위해 헌법 개정 논의를 미루어 왔습니다.

    또한 국민들의 공감대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론이 분열되고 국민들이 더 혼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개헌 논의 자체를 자제해주실 것을 부탁드려 왔습니다.

    하지만 고심 끝에, 이제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가 처한 한계를 어떻게든 큰 틀에서 풀어야 하고 저의 공약사항이기도 한 개헌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국가운영의 큰 틀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당면 문제의 해결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도 더욱 중요하고, 제 임기 동안에 우리나라를 선진국 대열에 바로 서게 할 틀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또한, 향후 정치일정을 감안할 때 시기적으로도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 ▲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17년도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끝내고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본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17년도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끝내고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본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통일, 정책 일관성 위한 개헌으로 이뤄내 

    헌법은 나라의 근간이고, 개헌은 국가경영의 프레임과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방향 제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통일 정책이 뒤바뀌어 여러 혼선을 빚었었다. 특히 잃어버린 10년으로 지칭되는 좌파 정부의 굴욕적인 대북 정책이 지금의 북핵(北核)을 만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시정연설을 통해 통일(統一)을 실질적으로 준비하고, '통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떻게 열어갈 것인지에 대한 개헌 논의에 있어 본격적으로 불을 당겼다는 평가다.

    친박계인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추진 발언과 관련해 "통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떻게 열어갈 것인가에 대한 진취적 국가 디자인이 이번 개헌 논의에 반드시 담겨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1987년 이후 자신들만을 위한 권력에 더 골몰하게 만들어왔던 지역주의 정치, 정파적 진영논리, 국민들의 합리적 사고와 다양성에도 미치지 못하는 낡은 이념정치를 가장 먼저 해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래서 (정파적) 경계를 허물고 장벽을 뛰어넘어 상생을 바탕으로 한 생산적 경쟁, 합리적이고 유연한 연대가 가능한 정치질서를 (개헌을 통해)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내에 헌법 개정을 완수하기 위해 정부 내에 헌법 개정을 위한 조직을 설치해서 국민의 여망을 담은 개헌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부 내 논의 기구를 설치하겠다는 것은 개헌 추진 과정에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발언 배경에는 정쟁을 일삼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내포돼 있다.

    이와 관련해 김재원 정무수석은 "개헌안을 논의할 때 지지부진하거나 정치적 이해관계로 논의가 제대로 진척되지 않는다면 박 대통령이 좀 더 개헌에 의사를 밝히고 진행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 추진 의지를 천명함에 따라 개헌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박 대통령의 개헌 발언을 종합해보면 정부의 개헌안은 대통령 5년 단임제를 중임 체제로 개선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