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문 일부 도움 받은 적 있어...이유 여하 불문하고 사과드린다" 고개 숙여
  • ▲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순실에 대한 연설문 유출 의혹과 관련해 입장 발표 후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시스
    ▲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순실에 대한 연설문 유출 의혹과 관련해 입장 발표 후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으로 고개를 숙였다.

    박 대통령은 25일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60)씨가 청와대 연설문을 사전에 입수하는 등 국정에 깊숙히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상주하고 있는 춘추관을 직접 방문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3년 취임한 이래 최초로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발표한 순간이다.

    짙은 감색 상하의를 입고 기자회견 단상에 올라선 박 대통령은 "최근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제 입장을 진솔하게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입을 뗐다.

    이어 "선거 때는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많이 듣는데 최순실씨는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이나 홍보 등의 분야에서 저의 선거 운동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 주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의혹을 일부 인정했다. 다만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은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도 있으나, 청와대의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최순실씨에게 도움을 받는 것을) 그만뒀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씨와의 인연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저로서는 좀 더 꼼꼼하게 챙겨 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지만,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 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허리를 굽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끝으로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박근혜 대통령이 발표한 대국민 사과 전문이다.

     

    <국민께 드리는 말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최근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제 입장을 진솔하게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아시다시피 선거 때는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많이 듣습니다. 최순실 씨는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이나 홍보 등의 분야에서 저의 선거 운동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은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도  있으나 청와대의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두었습니다.

    저로서는 좀 더 꼼꼼하게 챙겨 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인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 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최순실 의혹'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해명을 촉구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최순실 의혹'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해명을 촉구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날 오전 정치권은 최순실씨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 박 대통령을 향해 철저한 진상 규명과 대책을 요구했다.

    여야를 가릴 필요도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해명의 촉구하는 목소리는 곳곳에서 쏟아져 나왔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검찰 등 사정당국이 최씨 일가의 신병 확보 등을 통해 전면적이고 철저한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사정당국은 청와대의 누가 일개 자연인에 불과한 최순실에게 문서를 전달했는지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해야 하고, 어떤 범죄인지 어떤 농단을 저질렀는지 한 점 의혹 없이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진석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이 직접 이번 의혹에 대해 국민 앞에 해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 연설문 사전 유출 의혹을 국기 문란으로 규정하며 "이 문제에 대해선 박 대통령이 직접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이) 왜 최씨에게 연설문을 보냈고 수정안을 읽었는지 직접 밝히고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특별검사(이하 특검) 도입을 주장하며 "성역 없는 수사로 짓밟힌 국민들의 자존심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강변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이와 함께 "청와대 비서진을 전면 교체하고 내각은 총사퇴 해야 한다"고 공세를 강화했다.

    현재 야권은 국정조사와 특검, 두 가지 진상규명 촉구 방안을 놓고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선 국정조사를 먼저 실시하고, 필요할 경우 특검 요구하는 방안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후문이다.